지리산의 사계

비와 함께한 세석평전 산행 이야기

산순이 2012. 7. 24. 14:00

 

 

 

"장사하러 가세요"

산을 오를 때 몇번 들은 이야기 입니다

"아니요"

그래도

뒤돌아 가면서 옆사람에게

"장사하러 가나봐"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등산복차림도 아니고

 

지게에 자루주머니 몇개 고무줄로 묶고

또 그것도 모자라 메트리스에 폴대에 여벌옷까지

이리저리 얹어서 복잡해 보이는 짐에

 

강인해보이는 산악인의 얼굴이아닌

동네 아줌마 같은 얼굴은

 

개나리 보따리를 맨 등산객들에겐 도저히 등산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ㅎ ㅎ

 

그래도 한마디씩은 거들지요

"대단하다"

 

왜?

왜?

어깨가 패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것일까요?

 

오늘에사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보물 찾기"

 

산에 그 보물이 있는것 이었지요

자연에 고행에 내 마음에.....

 

그리고 그 보물들은 너무나 다양한 형태라는것을

운동화를 신고 삼다수 물병 하나 들고 지리능선을 종주하는 사람에게도

연예한번 해보려 눈꼬리 흘려가며 오르는 사람에게도

비싼 장비 자랑하러 오르는 사람에게도

'내가 이번에 아무도 못 가 본 길을 처음 가 보았지!' 하고 자랑하고픈 사람에게도

 

각자의 보물을

산에 가면

마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

 

 

 

 

 

 

 

 

내게 있어 산행의 보물은

바람부는 벼랑에 앉아 있는 것과

해거름 더 빨개 지는 하늘과 같이 누워 별을 하나 둘씩 띄우는 것과

산과 함께 먹고 자고 씻고하는 산생활

그리고 내 마음 깊이 숨어 있는 고향으로의 회귀

깊이 모를 깊이 속에 빠져 기쁨과 하나됨....

 

 

모름지기 보물이란

 

꺼내서 자랑하는 순간 빛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내 속에서 갈무리되어 있는 보물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추어 지지 않는 것 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왜 이런 산행이 가능할까요?

 

산 중에 홀로 있음이 

오히려 충족이 되는 것은

 

그것은 내 어떤 노력의 댓가는 분명 아닙니다

 

오히려 병이라 해야 설명이 가능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그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배낭을 꾸려야만 하는....

 

 

 

 

 

 

 

반쪽인생

 

어자피 인생은 반쪽인생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쪽을 다 갖을 수 없는

한쪽을 갖으면 한쪽은 잃어야 하는

그래서 산순이로 살은 삶을 인정하고

그리 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산순이가 되었지요

 

내가 갖은 반쪽을

즐길 줄 알고

내가 잃은 반쪽은

놓아 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삶 이라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선 혼자이고 싶고

혼자선 사람이 그리운

하나되지 못 한 사람

 

하지만

세석 드넓은 평전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밖이 충족하니

안이 부실하여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살면서

드넓은 세석처럼

넓은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복 입니다

세삼

대장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솟 습니다 -빗 속에 철이 있었나?ㅎㅎ-

 

 

 

 

 

 

 

 

새삼

나를 돌아 보면

일반적인 고정관념의 양이 좀 적은 듯 합니다

더군다나 산에대한 부정의 고정관념은 정말 히박한 듯 합니다

 

그래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산에 가고 머무를  수 있는 듯 합니다

 

 

여름 비오는 날의 텐트생활

더군다나 일주일내내  비가 온다면

입고온 옷과 배낭 에서 곰팡이 들이 슬기 시작하고

텐트 안은 온통 물 투성 이지요

하지만 누가 발명했는지 대단한 발명품 비닐과 고어텍스가 있어 그나마 피해가 적습니다

 

비가오면 텐트 안에는 전혀 물이 들어오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합니다

 

비가 오면 당연히 물이 바닥서 스며 나오고

떨어지는 압으로 비가 천을 뚫고 들어오고

결로현상으로 방울방울 이슬이 떨어지고....

 

 

가지고 온 옷과 배낭은 

젖은것은 젖은것 대로   마른것은 마른것대로 

비닐빽에 잘 넣어서 텐트 한 귀퉁이에 고이 모셔놓고

신발장(비닐빽)도 한귀퉁이에 마련하고

내 몸둥아리 누울 자리만 물이 없게 방수천을 깔아 놓고 항상 신경을 씁니다

바닥과 옆에서 떨어지는 물들은 수건한장 마련하여 수시로 닦아 줍니다  

 

이렇게 물과 함께 살리라 작정을 한다면

비오는 텐트안은 비를 피해주는 포근한 안락처가 되지요

 

 

 

 

 

 

 

 

 

 

 

 

구름 알갱이들이 햇빛을 하나하나 몰고 가고

마지막 남은 빛 하나 마져 가지고 사라진 후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립니다

그리고는 사정 없이 퍼 붓기 시작하더니

들이닥치는 암흑

 

눈을 뜬 것과 눈을 감은것이 똑 같은

풍경

 

뭉터기 바람들이 허공을 휩쓸고 지나가며

나를 찾습니다

 

화성 1호의 습격입니다

"화성1호 촛대봉 쪽을 습격하라"

"샅샅이 뒤져라"

"거기 가문비 나무 속을 집중 공격하라"

허공은 이미 불 바다 입니다

 

반짝 반짝

부지직 부지직

우르르 쾅 쾅

 

그러나 나의 자이언트 요세는

끄떡이 없습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원시인 산순이는 

담담하게 최후를 맞을 각오를 하지만

자이언트 요세는 산순이를 내주지 않네요 

 

 그렇게 짧고도 긴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빗 속에서도 서서히 터오는 빛

태양이 드디어 떠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철수하는 화성 1호의 우주선들.......

 

 

 

 

 

 

 

 

 

우주전쟁

빗속의 샤워

고래를 잡던 날

꽃 잔치에 흥이 나던 날

모태속을 흉내내던 날

바람에 실려 풍장을 경험하던 날

남부능선을 걷던 날

내 속을 걷던 날

 

세석이 나를 품고 내가 세석을 갖던

나만의 시공

 

이곳을 찾는 여러분의 시공입니다....

 

 

 

 

 

오래된 산행의 벗 입니다

커피포트로 썼다가 커피잔으로 썼다가

밥그릇으로 썼다가 술잔으로 썼다가

...........

 

커피를 마시려 물을 끓이는데

커피를 넣지도 않았는데 커피향이 나더군요

 

아! 나도 너와 같고 싶다....

 

 

 

 

 

 

멋진 곳에서 맛나게 먹는 것 또한 큰 행복 이기에

빗 속에서 먹자고 밀가루를 준비해 올라 갔지요

김치에 마른새우 부셔넣고 표고버섯 썰어놓고

복날이라 계란 한마리도 잡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20년된 모리타후라이펜이 과연 말을 잘 들어줄까 의심하였었는데

오랫만에 제 구실하는 것이 좋았는지 제기능을 100% 발휘하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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