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사계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지리산

산순이 2012. 9. 19. 22:16

 

 

 

험난한 인생길 에서

되돌아 가고 싶어 질 때나

피하고 싶은 길을 만날 때

 

지리산행은

다른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던 길을  기꺼이 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9월 10일 걷는데 까지 산길을 걸어보자 하고 짐을 꾸려 집을 나섭니다

상내봉을 지나 새봉에서 짐 보따리를 푸릅니다

오늘 잠자리는 새봉의 너른 바위 위

유난히도 바람이 많은 곳이 건 만 오늘은 잠잠하네요

덕분에 눈을 감았다 떳는데  텐트 벽이 히끗한게

달 뜰 시간도 아니고 이상타 하여 텐트 문을 여는데

눈앞에 펼쳐진 선경

 

 

 

 

 

새봉에서 처음 받는 선물입니다

 

 

 

 

 

 

 

 

 

 

 

 

 

 

 

 

 

 

 

햇님의 행보에 따라 세상은 달라지고

 

나의 마음에 따라 세상도 달라지는 구나 

 

한소리 듣고....

 

 

 

 

 

느즈막히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사방에 흩어진 짐을 꾸려 등에 메고

청이당으로 향합니다

길가에 작은 야생화의 인사에 답하는것도 잊지 않고요

 

 

 

 

 

숲 속에서 제잘거리며 노니는

햇살들의 수다에도 미소로 답하여 줍니다

 

 

청이당 맑은 물에 몸도 담구어보고 

배도 불리고

지친 다리고 쉬고 다시 또 길을 나섭니다

멀리 못 가 소년대 근처에서 다시 짐 보따리를 끄릅니다

다시 집을 짓고

태풍에 핀 표고 몇 꼬타리 따서 후라이펜에 지져 먹고는

또다시 밤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아침을 맞이 합니다

그러나 어제와는 틀린....

  

 

 

 

남들 같으면 하루면 오르는 중봉엘

이박삼일이 걸려 올라 왔습니다

 

또다시 짐을 끄르고

집을 짓고

밥을 먹고

잠을 청하고....

 

밤새 운무가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사이서 실컷 노닐더니

텐트위로 굵은 물방을 두두룩 두두룩하고 떨어뜨립니다

눈을 감고 더 자고 싶었지만

조금 있으면 떠나야하는 아쉬움에 몸을 깨워 중봉 꼭데기에 섭니다

 

 

 

 

 

가실 줄 모르는 운무 속에서

눈이 아닌 몸이 이곳이 중봉임을 느끼고 보고 있는데

 

서서히 서쪽에서 넘실 거려 오던 운무가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밝아 지는 세상

오늘도 역시 해는 떳다고 햇님이 반가이 인사를 건냅니다

 

 

 

 

 

 

 

 

 

그리고 또 다시

느즈막히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사방에 흩어진 짐을 꾸려 등에 메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천왕봉에 인사를 하고

청초하게 웃으며 쫒아 다니는 구절초들의 마중을 받으며

통천문을 내려서

인간의 세상 장터목산장서 주린배를 채우고 있는데

밤부터 쫒아 다니던 운무가 비로 변합니다

우비로 단장을 하고 나의 천국 세석으로 향합니다

 

비는 신발이 젖을 새라 조심스래 내리더니

세석산장에 도착을 하니

많이 참아 주었다고 하며 신나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는 수 없이

한없이 사람 좋으신 찬수아저씨가 계신 산장서 호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이 되니 밤새 내리던 비가 운무로 바뀌어 태양 대신

산장서 잘 잤느냐고 인사를 건냅니다

덕분에 몸은 편하였지만 마음은 불편하더라고 답하여 주고는

다시 아침상 거나하게 차려 먹고 

여기저기 널어 놓은 짐을 꾸려 영신봉으로 향합니다 

 

 

 

 

 

 

 

나의 세석에 또 언제 오려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은

영신봉 바위 봉우리를 오르게 하고

끝자락에 걸터앉아 촛대봉 한번 보여지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꿈결같이 운무 겉히며 나타나는 촛대봉....

 

세석에 오면 의래 저기 보이는 촛대봉의 가슴 한복판서

집을 짓고 먹고 자고 하였었는데 

 

 

 

 

잠시 잠깐 촛대봉을 보여주고는

운무는 이제 됐지! 하며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는 영신봉 바위봉우리에 붙어버린 듯 합니다

 

 

 

 

구월의 한복판

지리산은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의 전령 구절초를 먼저 보내고는

운무 속에서 열심히 열심히 가을을 채색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운무속에서 나는 또다른 신비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반야로 이어지는 구름폭포들

그러나 사방에 꽉찬 구름알갱이들로

이내 사라지고 마는...

 

커다란 바람개비라도 가지고 와서 불어 없애 버리고 싶지만은

그렇다면 폭포 까지도 없어 지겠지요

하는 수없이 기다림으로 버텨보는 수 밖에

 

한시간여의 기다림으로 드디어 등 뒤에서 넘실 거리던 운무가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시작되는 공연

 

 

 

 

 

 

 

 

 

 

 

 

 

 

 

 

아쉽지만 이번 공연은 리허설이란다

하고는 다시 운무가 몰려듭니다

 

오랫만에 찾은 영신봉의 자주 들르라는 이야기로 알아듣고는

그래 다음번에는 영신봉서 자리를 틀지 라고 답하고 

일어서 길을 나섭니다

 

 

 

 

 

 

 

 

선비샘으로 향하는 길에 넙적한 파란 이파리가 보이길레

달려가 냄새를 맡아보니 역시 달고 화한 당귀 입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한뿌리 캐어 이파리채 챙깁니다

운무의 멋진 공연을 보느라 늦은 점심시간

찬밥에 당귀이파리를 싸서 한입 넣는데

천상의 맛이라는 표현이 맞게

질긴 당귀이파리는 연한 당귀이파리로 변하여 

계절을 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아!  주능의 이 느낌

햇살 부터 바람 공기  모든것이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하게 감싸주던

........ 

20대 힘든지도 모르던 산순이가  커피 끓여 마시며 앉아 있었던 

벽소령의 바위벼랑에 앉아 시간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그리고

정원과도 같았던 벽소령의 평화로운길을 지나

당도한 벽소령 산장

 

식수는 저 멀리 두고

피곤한 등산객의 밥 먹을 그늘 하나 없는

 3시가 되어 도착하였는데도  캄캄한 7시나 되어야 입실이 가능하다는

지혼자 번듯한

등산객의 배려란 전혀 없는 벽소령 산장

 

갑자기 씁쓸한 기분에 이번 산행은 이만하기로 결심합니다

 

너무나 갑작스럽지만

여행이란 이러한 묘미도 있는 법

음정으로 내려서서

봉수아저씨의 택시에 실려 집으로 옵니다

 

배낭에는 커다란 선물들을 가득 담고서

가을이 다 준비 되면 다시 찾으리라고 약속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