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사계

한신계곡 이야기

산순이 2012. 7. 23. 23:45

 

 

 

지리산을 다닌지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마천고을 다리 지나 백무동의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닿으면

가슴이 콩당 콩당 뛰는

아직도 첫사랑이 식지 않는 정열의 사람

아니 아직도 첫사랑의 실체를 알지 못 하기 때문인가?

 

그 백무동의 골짜기 안엔 한신계곡이 있습니다

 

반공일이던 토요일

등산복에 배낭차림으로 출근을 하여

땡하는 소리와 함께 회사문을 나서서

전주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서 남원가는 시외버스를 갈아타

꼬불 꼬불한 임실 오수를 지나고 남원에 내리면

벌써부터 지리산에 닿은것 같던 마음에

백무동행 버스를 놓쳐 인월까지 가는 버스 속에서도

벌써 산행이 시작되었었고

 

백무동행 버스에서는 벌써 세석에 올라가 있던 마음

 

그렇게 설레이던 마음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 것은

무어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해거름과 함께 가내소까지 오르면

충실한 집사와 함께

우리집 대문에서 정원까지 들어온 느낌 이었죠

 

 

 

 

가내소에 인사를 하고

오층폭포까지 오릅니다

 

나에겐 무릉도원의 입구와 같은 오층폭포는

늘 나를 붙잡아 따스한 라면국물이라도  마시게 하지요

 

그렇게 세석평전을 오르내리던 그  길

한신계곡

 

많은 사람이 오르내렸어도 흔적이 잘 나지 않던 원시의 계곡이

이제 많이 정비가 되어 가더군요

 

이젠 나도 울퉁 불퉁 돌망이들을 밟고 다니기 힘이드니

나무계단 돌계단들을 밟고 다니라 배려를 해줍니다

 

 

 

 

 

 

 

 

아마도 해마다 구정때는 한신계곡을 올랐던 것 같습니다

 

직장장이 시절 제일 긴 휴가는 구정 추석 이었기에

명절은 항상 지리산에서 보냈지요

 

삼십 사십 

강산이 변할 적 마다 몸도 변하여

어느해인가는 내가 몇번이나 더 이곳을 오를 수 있을 까

깊은 한숨으로 숨이 차오르도록 가쁘게 오른적도 있었네요

 

 

 

 

 

 

 

 

저번 토요일 비와 함께 여덟시간을 올랐던 그 길

그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겹거나 힘들지 않게 오르게 

옆에서 항상 제잘거리며 이야기 해주던 그길

한신계곡이

이번 토요일은 나에게 한신계곡의 모든것을 다 주었답니다  

 

 

 

 

 

 

 

늘 꽉차면 안되기에

뭔가 하나의 근심거리를 가져야 하는지

저번에 카메라 밧데리로 마음고생을 했기에

밧데리를 하나 더 장만을 하였건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배낭에 쑤셔 넣었는지

하나 남은 밧데리를 고이 모셔 두었었는데

마지막날 저녁에야 그 밧데리가 충전이 않되어 있는 것을 알았으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떠나는 날 아침 일출이 담을 것이 없어

남은 밧데리를 총 동원하여 있는 꽃 없는 꽃 샅샅이 뒤져 담고는

신이나서 계곡을 내려서는데

 

앗불사!

내 생전 처음보는 한신계곡의 풍광

 

일주일 간의 비로  

한신계곡은 천신만마를 얻은듯

엄청난 힘과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내 살다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이 있었을까?

이렇게 온 노력을 다 하면 통하는 것인가?

 

안되면 스마트폰으로라도 찍는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노력을 해봅니다

 

밧데리를 따스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포인트에서 꺼내 카메라에 넣습니다

제발 한 컷만 찍자 이야기하며

여우같은 나는

카메라가 눈 만 뜰 힘이 있으면 한 컷 이라도 찍는다는 것을 알아서

카메라를 재생으로 놓고 켭니다

그러면 삐릭 하고 카메라가 눈을 뜨면 잽싸게 촬영모드로 바꾸어

우선은 한컷을 누릅니다

그리고 눈치를 봐서 조금의 힘이 남아 있으면 또 한컷

그러고 나면 여지없이 빨간불을 깜박이며 들어가버리는 렌즈

 

그렇게 이밧데리 저밧데리 넣어가며

힘겹게 실어온 한신계곡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언제나 이렇게 힘과 위용을 자랑하는 한신계곡을 볼 수 있을지

 

이렇게 나마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너무나 감사하며

어둑해진 백무동을 내려오니

매점의 이쁜 언니가 반겨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