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라 가는 길
‘나의 친구들은 나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 오래 산을 다녔으면서도 아직도 산에 들기 전에
길을 잃을까 걱정을 한다고 하면
그렇게 그렇게 자신이 없다
마치 자기가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항상 자신이 없듯이
그래 나는 아직도 산을 짝사랑 하고 있다
그 인파 많은 백무동 앞에만 가도 나는 가슴이 설레이고
등산화 끈을 묶을 때마다 가슴벅참과 희열 기대 가 충만하다
나의 이 목마름 때문에 산에 들어가 살아도 산이 그리운가 보다! ‘
‘혹시나 길을 잃지나 않을지’ 약간의 걱정이 된다
큰 배낭은 이곳 숙소에 맡겨놓고 작은 쌕에 얇은 침낭과 오리털자켓,
간식거리를 챙겨 가지고 나와 등산화 끈을 묶는다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 인지라 끈이 제법 길다
그 짧고도 긴 시간에 만감이 교차한다.
길을 나서는데 어제의 그 서글서글한 가이드가
추위를 견디기 어려운지 바라클라바로 얼굴을 감싸고 배웅을 나왔는지 나를 부른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마음은 벌써 그에게로 달려간다.
여전히 가이드가 필요 없냐는 질문이다
“예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가이드는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
강을 따라서 쭉 가기만 하란다 강을 건너면 안 된다고
“웨이 이즈 매니매니 피플”
“토크 토크 토크 워크”
길엔 사람들이 많이 다닐테니 물어보고 물어보고 다리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산이다
엄청난 덩치의 큰 산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다.
나무들은 쭉쭉 뻗어서 하늘을 찌르고
병풍을 친 듯 산봉우리만한 깍아지른 바위들은
저 멀리 흰 산을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있다
강이라고 표현하던 널따란 계곡 옆으로 길이 계속 나아 있다
잘 가고 있는 것인가?
의심한번 믿음한번 으로 마음은 갈등을 하나 의심이 한참 밀리고 있다
깊은 산동네 사람들이 아침 일찍 도시로 장을 보러 나가는 듯
서둘러 내려오던 사람들이 나의 인사를 받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응대해 준다
“오슬라” 하고 물으니 앞쪽으로 간다고 가르쳐 준다.
맞게 가고 있긴 한가보다.
그런데 아침녘에 구름이 잔뜩 끼었더니
이젠 간간이 빗방울이 뜯는다.
오우버트라우저를 입고 산행을 시작하여 큰 지장은 없으나,
구름이 잔뜩 끼어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하르 끼 둔 벨리로 가고 싶은 열망이 더욱 큰 가보다
한 30여분 강을 끼고 걸었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열다섯 살 가량의 소년이다
등에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이 지고 다닐법한 천 가방에
작은 상자 하나를 끈으로 묶었고
손에는 휘발유통 같은 10리터정도의 기름통을 들고 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오슬라 아랫동네를 이야기한다.
나보고는 어디를 가느냐 묻길레 “오슬라” 라 대답해 준다
소년은 어린나이이지만 제법 굳은 의지를 갖은 듯하다
여린 속에서도 강인한 그 무엇이 엿보인다.
산길을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긴 길을 같이 걸어야하는 부담감에 먼저 가라고 길을 내 주는데도
소년은 굳이 사양하며 나를 앞장세운다.
소년은 레이디퍼스트를 아는지 제법 리더를 잘 한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자 소년은 큰 바위를 찾아내더니 나를 들여보낸다.
모닥불 피운 자욱도 있는 제법 큰 바위 밑이다
소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그것도 필터 담배를 꺼내 물으며 나에게도 권한다
“노 쌩큐--”
이 산골짜기에서 저렇게 비싼 담배를 피우는 소년은 대체 어디에 사는 걸까
소년의 눈빛은 깊으면서도 생각에 젖어 나를 쳐다본다.
갑자기 단편소설 ‘소나기’ 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비는 굵기만 하지 내리는 수는 적다
마냥 바위 속에 있을 수만은 없다 생각하는데
소년 역시 같은 생각인지 일어나 앞장선다.
조금 걷고 있는데 이끼를 입은 큰 바위에
하얀 너무나 이쁜 하얀꽃 들이 파란이끼와 어울려 피어있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소년은 옆에서 제일 싱싱한 놈을 골라서 하나 꺾어 내게 준다.
향기도 좋다
이 소년은 내가 자기 엄마 같을까?
소년이 준 꽃을 머리에 꽂기도 뭐하고
손에 계속 들고 가지니 부담스럽고
버리자니 미안하여 하는 수 없이
먹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해 입 속에 넣는다
마주 오는 사람들은 모두 소년을 아는지 인사하며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
“투어리스트”
이 깊은 산중에도 다리를 건너고
멋진 나무벽에 검은 돌로 지붕을 엮은 멋진 집들의 마을도 지난다
이젠 비도 그치고 배도 출출할 때도 되었다
길을 가다 소년이 옆에서 작은 옹달샘을 보고는
물을 떠먹고 나보고도 먹어도 된다 한다.
출출하던 차에 잘됐다
쌕에서 얇은 은박메트리스를 꺼내서 앉아 준비한 간식들을 내놓았다
땅콩과 튀긴쌀, 과자와 사탕 등이다
소년은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은
동행이 되고, 의사가 대충 통하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일말의 새들이 머리 위를 지나간다.
나는 새들을 보고 소년에게 이야기한다
“매니매니 버드 받 보스버드 이즈 원”
그러면서 손으로 많은 새들과 앞장서서가는 한 마리의 새를 표현해 준다
“유 원트?”
그동안 오면서 소년은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것 같이 행동하더니
굳은 목소리로 “예쓰” 한다.
너무나 대견하여 나는 이제부터 “보스보이” 라 부른다.
이젠 제법 친하다 생각이 되어
너른 길 에서는 손잡고 흔들거리며 걷기도하고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걷는데
왠지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느낌이다
내 손을 잡는 소년의 손에 물기가 느껴진다
손을 놓고는 먼저 앞장 서 걷는다
거리를 약간 주면서
소년의 배낭에 메 달린 상자 각은 자기 맘대로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다
내가 알기론 저 상태면 배낭에 균형이 안 잡혀 무척 불편할 것이다
새로 상자를 메자고 하여도 괜찮다는 시늉이다
동행자로 미안하여 손에든 기름통을 달라하여 들고 앞장선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빗방울 이었던 것이 이제 눈발이 되었다
저만치 앞장선 산은 벌써 하얗다!
소년은 하얀 산을 보라고 가리킨다!
“원더풀” 하였더니
소년도 “원더풀” 한다.
자연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같은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의 삶이 너무나 고달퍼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산위로 너무나 멋진 마을이 보이고
소년을 그 마을을 가리키며 “오슬라” 라 한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나에게 “오슬라” 반대쪽 방향을 가리킨다.
나는 “오슬라” 로 간다고 하였더니
소년이 또 한번 굳게 물어보는데 역시 “오슬라” 하고 대답하니
소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이하우스 어쩌구 한다.
알고 보니 오슬라엔 호텔이 전혀 없었다
하르 끼 둔 밸리로 트레킹 가려는 외국인 들은 모두
계곡에 있는 저 큰 숙소에서 머물러야 했던 것이다.
소년은 내가 그쪽으로 갈 줄 알고 자기도 그곳으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였던 것이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계곡으로 난 평탄한 길은 힘이 안 들었었는데
고도가 있는 것 인가 한발 한발 오르는데 숨이 차고 힘이 든다
마을엔 벌써 하얗게 흰 눈이 내려 있으나
사람들이 다닌 길들은 녹아 시커멓고 질퍽질퍽하다
냄새도 나고 걷는 느낌도 좋지 않아서 길을 보니
소똥과 양똥들이 진흙탕에 범벅이 되어 있다
가에로 가에로 걷는데도 한계가 있어 안 밟을래야 안 밟을 재주가 없다
더군다나 조금 경치가 좋아 쉴 만한 바위 위 옆에는 여지없이 사람의 똥까지
그래도 나는 바위를 좋아하는 터라 바위벼랑에 서서 지나온 길들을 바라보는데
소년이 부른다 위험해 보였나 보다
이곳에서 계곡을 보니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그곳이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였던 것이다
딸루카에 잠겨져있던 있던 호텔이 생각나서
나는 “짜비” 그러면서 자물통으로 잠겨져 있을 거라는 뜻으로 이야기하니
“노우-” 한다
눈 쌓인 오슬라 마을의 집들 - 검은길은 소와 말, 양의 배설물들이 범벅이된 마을길이다
오슬라에서
와! 집들이 정말 대단하다
딸루카와 마찬가지로 벽을 사각 통나무와 시멘트를 차곡차곡 쌓아 만들고
일층에는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고 이층에 살림집들인데
일층과 이층 사이에는 두꺼운 송판들로 바닥을 만들어 테라스를 내었으며
난간을 장식한 나무들은 다야몬드 문양이나 포도모양으로 멋지게 조각되어있다
지붕은 얇은 검은 돌판으로 기와와 같이
돌판과 돌판 사이를 기다란 돌들로 겹쳐 쌓아 놓았다
산골의 아무리 거센 추위와 바람이 몰아쳐도 끄떡하지도 않을 튼튼한 집들이다
제법 커다란 집으로 소년이 들어가더니 나보고 따라 들어오라 손짓한다.
일층에 소를 키우고 있지만 어찌하였는지 외양간 냄새는 전혀 안 올라온다.
마루에 서서 있자니 이러한 것이 사람 사는 냄새인가 보다
왠지 내 집에 온 느낌이 든다.
소년은 저쪽 방에서 나오더니 가운데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문 맞은편 안쪽으로 더블침대가 있고 ㄷ 자로 양 벽에 싱글침대가 놓여 있다
벽에는 크리켓 선수의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고
다락처럼 내려앉은 낮은 천장의 모서리들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쭉 길게 붙여 있다 대가족이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꼭 우리나라 이장과 같은 분위기가 있고
사진속의 가족들 역시 이목구비에 꾸밈이 하나 없이 솔직 솔직한 것이
대대로 교육을 잘 받아 왔음이 드러나 있다
잠시 후 소년이 형제들과 함께 짜이를 들고 들어온다.
누이와 형들 이란다
스무 살가량 되는 누이는 결혼을 하였단다.
한 형은 19 살가량 되었을까 곱상하면서도 왠지 끼가 있게 생겼고
17 살가량의 형은 안타깝게도 한쪽 눈을 잃어 애꾸눈 이었다
오슬라 소년의 누이와 형제들
벽에 있는 사진들을 가리키며 이분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이고 큰형이라고
가리켜 주는데, 젊잖고 풍체 좋으시게 보인다.
사진 속의 큰형은 선생이라고 힘주어 자랑하기도 한다.
곱상하게 생긴 형이 나더러 오늘밤은 이 방에서 자란다.
혼자서 잘 수 있으며 열쇠도 있다고 보여준다.
나는 고맙다고 답한다.
이리저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벽에 양의 털로 만든 꺼끌꺼끌한 느낌의 전통 복장이 걸려 있어
손으로 만져보니 정말 어쩜 그리 거칠한지
내가 보고 웃고 있으니 큰형이 나보고 입어 보란다.
애리가 가슴 밑까지 깊게 파여 있으며
단추 대신에 오른쪽은 안으로 왼쪽은 바깥쪽으로 겹쳐져서 끈으로 묶게 되어 있다
옷이 내게 딱 맞아 모두들 깔깔 대고 웃으며 인도 사람이라고 한다
멋진 테라스와 함께 기념사진도 남긴다.
이방은 춥다며 다른 방으로 가잔다.
내가 쌕을 들쳐 메려하니 형이 여기에 놔도 도 된다고 하며 열쇠를 다시 보여준다.
빈방에 쌕 혼자 남겨두고 나와서 밖에서 문을 잠근다.
식당겸 거실
널다란 방의 한쪽 벽에 흙으로 부뚜막처럼 만들어 놓고
불을 떼어 음식을 만들고 따스한 물을 끓인다
연기는 지붕의 돌들 에 조금 큰 틈을 만들어 그쪽으로 빠져 나갈 수 있게 하였으나
시커멓고 캄캄하다 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았는데
어머니는 갓난아이를 안고 있다
아이는 돌도 안 된 듯 한데 자그마한 이불에 쌓여 있다
아기의 손에는 자그마한 플라스틱 용기가 들려 있는데
소년이 사온 콜드크림 이란다.
이 크림이 이 소년 소녀들의 최고의 화장품 이란다
아이는 열심히 콜드크림통을 빨고 있다
아이가 오줌을 쌌는지 이불을 바닥에 놓고 이불을 젖히는데
기저귀도 없이 맨살에 털 바지 하나이다.
바지를 벗겨 다른 바지로 입히고는 다시 이불에 아이를 싼다.
도대체 어떻게..
응가는 어떻게...
저 이불은 어떻게....
아기의 바지는 인형의 바지처럼 작다
아기의 엄마가 뜨개질 한 것이란다.
금세 옷을 빨아 불가에서 말린다.
연기와 온기를 같이 쬐고 있는데 나와 같이 온 소년이
무얼 먹겠느냐고 묻는 듯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먹는 시늉을 한다.
큰형이 영어로 “잇팅” 하며 물어본다.
소년은 나와 같이 걸어 왔기에 내가 점심을 안 먹은 것이 생각 난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누들하고 묻는다.
대충 라면과 같은 것으로 짐작한다.
역시 고개를 끄덕였더니
세 살가량의 작은 사내아이에게 돈을 주며 심부름을 시킨다.
아이는 금세 라면땅 만큼 작은 라면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소년은 나무불에 작은 냄비를 올려놓고 직접 라면을 끓인다.
국물이 하나도 없이 모두 쫄여 준다.
하나만 끓여서 내게 주기에 나는 소년은 안 먹느냐고 물어본다.
소년은 손을 젓는다.
나는 반을 가르자고 하여보지만 소년은 완강히 괜찮다고 막는다.
하는 수 없이 포크로 먹는데 무척이나 짜지만 마음만은 짠하다.
몸도 마음도 모두 훈훈하게 녹아 있다.
잠시 후 큰형이 밖에 동네 구경 가자고 한다.
집들 사이사이에 난 골목들을 지나서 가는데
지나가는 몇 몇 사람들을 브라더 시스터 라고 인사 시키는데
아마도 사촌 지간인 듯하다
학교란다
그런데 맨 시멘트벽에 속은 텅 비어 있다
의자는 없느냐고 하였더니 그렇다고 한다
책상도 의자도 없이 그냥 맨 바닥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방학이라고 한다.
5평방미터 남짓 되는 작은 집들이 줄지어 있기에 무엇이냐 물었더니
“샾” 이란다 아마도 여름 시즌 때면 문을 열고 기념품이나 잡화를 파는 곳 인가 보다
그중에 한 집이 열려 있는데
역시 “브라더 샾” 이라고 하는데 아까 소년의 가방에 메어 왔던 상자가 놓여있다
소년이 상자에 들어 있는 것이 담배라고 하더니
이 가게에서 팔 담배들 이었나 보다
마을의 중앙엔 아주 오래된 사원이 있었다.
지붕은 황금색 탑을 세웠는데
골드라나?
목조로 지어진 사원의 기둥들은 모두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문양들이 한국의 아주 오래된 사찰 같다.
얼마나 되었느냐고 묻자
웃으며 “올드 올드 올드” 라고 만 한다.
참 히안하지 오래된 나무집들은 참으로 정겨웁다.
한국의 오래된 사찰들과 같이 편안하고 깊고 따스한 정이 느껴지면서
사모와 존경보다 더 깊은 경건함이 솟아난다
모든 가이드는 큰 형이 맡았다
큰 형은 제법 영어를 능숙하게 한다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갈 거라고 하는데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얇은 누런 자킷에 티셔츠 바람이다
추운 것은 정말 싫단다.
사원에서 멀리 하얀산이 우뚝 솟은 모습이 보이는데
그리로 가면 하르 끼 둔 밸리 란다
내일은 자기형제가 안내 할 테니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
세상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누구를 만나 도움을 받아도 마음 한 구석에는 각오를 하고 있다.
만약에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그에 응당한 현금이나 댓가는 주리라고
가고 싶은 마음을 안 간다는 마음이 누르고 있을 때
나의 마음을 훔쳐보았는지
큰형은 “하프 하프” 라고 한다.
나는 뭐 내일 봐서 라고 생각하며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 한다
밥 때가 되었나보다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니 밥은 벌써 다 지어졌다
어머니는 아직도 아이를 안고 불 옆에 계시고
누이는 밀가루 반죽으로 짜파티를 만들고 있다
탈리에 짜파티와 달과 사부지를 담아서 내게 제일 먼저 준다
나는 어머니에게 드리는 시늉을 했더니 괜찮다고 한사코 먼저 먹으라 한다.
그리고 형제들에게도 탈 리가 돌아가고 나는 스픈 으로 식구들은 손으로
식판을 싹싹 비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한다.
누이의 남편인 듯한 사람도 오고
또 다른 큰 형제들도 두 명 그리고 3살 5살 박이의 남자아이까지
하지만 할아버지는 안 보인다.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는 방 한 귀퉁이에
설거지통을 갖다놓고 누이가 모아서 한다.
5살박이 아이는 마이클잭슨이라고 소개 되었는데
나는 리사이틀을 해보라고 하지만, 아이는 웃을 뿐 리사이틀 행사는 없다
잔심부름은 모두 아이들 몫이다
나이든 형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3살박이 소년이 이리저리 심부름 하며 바쁘다 하다못해
땔감나무를 나르는 일까지
저 소년을 얼마나 형이 되고 싶어 할까?
바깥은 벌써 캄캄해지고 넒은 방안을 밝히기엔 양초 하나로 부족하지만
식구들은 모두 어둠에 익숙한 듯하다.
식사를 마치니 피곤이 몰려온다.
피곤하다고 하니 큰형이 나를 데리고 일어선다.
아까 처음 들어갔던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온기가 전혀 없는 방안은 썰렁하다
나는 가운데 더블 침대로 가서 내 쌕을 확인하고는
가지고온 얇은 침낭을 꺼냈다
침낭을 깔고 나를 따라 들어온 형제들을 본다
삼형제가 방안에 들어와 있다
내가 쳐다보니 큰형이 자기네들도 여기서 자도 되냐고 물어본다.
뭐 어자피 형제들의 방인것 같았으며,
혼자 잘 수 있다는 아까의 말에도 100프로 믿음은 없었다.
나야 주인들을 내 쫒을 수없는 노릇이니 “오케이”
큰형이 내 옆에, 작은 형제들은 각각 벽에 붙은 작은 침대에 누웠다
내 얇은 침낭위로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주며 잘 자라 인사한다.
그런데 잘 자라고 내버려 두질 않는다.
조금 있으니 이놈의 버릇없는 녀석이 작업을 시작한다.
나의 손을 찾으며 더듬거리고 있다.
나는 “노우” 하고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이미 사정거리 안에 있는 먹이를 어떻게 요리를 할까만 열심히 궁리하는 듯한 형은
움찔 하다 다시 또 한번 사냥을 시작한다.
이번엔 좀 큰 소리로 “노우”하며
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아이 고 투 마더스 룸” 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마덜” 이라는 말에 약발이 조금 받았을까 조용하다
하지만 이쯤으로 물러날 수 없는지 다시 손이 슬금 슬금 침낭 위로 기어 온다.
이번엔 좀 천천히 오면서
“유어 베리베리 뷰티플”
“유어 베리베리 섹시”
“엔조이 어쩌구 저쩌구” 말까지 동원해 본다
이번엔 나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벌떡 일어나 진짜 짐을 싸들고 나가려 한다.
정말 나갈 생각 이었다.
밖에는 내가 아는 곳이 하나도 없어도..
그런데 그와 함께 옆에 있던 형제들도 일어난다.
그러더니 애꾸눈의 소년이 자기 형보고 나무라듯 말하며 체인지 하자고 한다.
나는 장애가 있는 이 소년이 아까부터 마음에 쓰였던 것이다.
이번 한번은 보자는 생각으로 체인지 하라고 하고 다시 눕는다.
조금 있으니 세 형제가 자기네들 끼리 뭐라 뭐라 대화를 하더니
일어나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다
조금 후 애꾸눈 소년이 들어오더니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다.
두 형제들은 밖에서 문을 두들겨 보지만
애꾸는 소년은 들어와 자기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어 버린다.
밖의 형제들도 포기를 하고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정말로 무서움이나 두려움은 한국에 놓고 왔는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약간 신경은 쓰이지만 무섭지가 않다.
소년은 한번 일어나 모로 누운 나의 어깨를 슬어보더니
이불을 덮어주고는 다시 제자리로 간다.
내 마음이 쓰였음이 전달이 되었었을까?
하얀 눈자위만 있는 눈을 무서움이나 이질감 없이 정겹게 봐주려고 하였던
나의 노력을 보았을까?
햇살이 나무로 된 벽의 사이를 뚫고 들어온다.
“굳 모닝” 하고 인사를 하니 “굳 모닝” 으로 돌아온다.
청년은 일어나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어준다
환한 햇살이 들어오니 어젯밤 일이 꿈만 같다
햇님은 나의 보디가드이다
보디가드가 없이 보낸 어젯밤은 조금은 어려웠다
보디가드가 잠에서 깨어났으니 이제 안심이다
조금 더 눈을 감고 있을 까 했는데
테라스 마루 위를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소년이 문을 열어주니 형제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옆 침대에 앉아 어젯밤에는 미안했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노프로블름..”
“유어 베리베리 영..”
으로 대답을 해준다
청년은 몇 번을 더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침낭에서 나와 쌕을 꾸리고 테라스에서 보디가드에게 잘 잤냐고 인사를 한다.
어젯밤에 흰 눈이 소복히 내려 밖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따스한 물을 달라고 하여 테라스에서 고개를 내밀고 한손으로 얼굴을 대충 씻는다. 괜히 서먹서먹한지 큰 청년은 내게 마을 한바퀴 하자고 한다.
집을 나오는데 옆집에서 젊은 새댁이 긴 머리를 빗으며
청년에게 무어라 이야기 한다
청년은 시스터의 집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집에서 나를 초대 하였다고 한다.
역시 이층으로 된 규모가 좀 작은 이집은 살림살이도 간소하고 부뚜막도 작다
새색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묘한 매력이 있다
불이 파닥파닥 타는 부엌에는
새색시 또래의 젊은 여성들이 앉아 불을 째고 있다고
우리가 들어가니 따스한 자리를 내어준다
보아하니 아까 그 아리따운 새색시는 장님이었다
눈동자도 다 있고 보통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눈으로 보지 못하고 감촉과 느낌으로 보고 느끼는 듯하다.
따스한 짜이 한잔을 대접 받으며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청년의 말이 오늘 밤은 이곳 새 색시가 나를 초대했단다.
나를 만나서 무척 행복하다고 이야기 했다고 하면서,
글쎄! 나야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여러 상황들이 그 말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30여분 앉아 있다가 식사 때가 되었다며 집으로 가자한다.
집으로 돌아가 거실 겸 부엌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계시다 나의 인사를 받는다.
누이는 불 옆에 앉아서 감자으깬 것을 앙꼬로 넣은
밀가루 빈대떡을 만들어 나와 청년에게 준다
아침을 끝내고 방으로 가자하여 방으로 왔다
나의 쌕이 방에 있는 것이다
방에서 나는 쌕을 꺼내 메고 간다고 하였다
청년은 정색을 하고 시스터의 집에서 자면 된다고 하며,
하르 끼 둔 트레킹을 가자고 조른다.
나는 “노우” 하며 쌕을 메고 일어서려하니
청년이 나를 막으며 머니를 요구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원 사우전스”
나는 아직도 숫자를 외우지 못하기에 ‘헌드레즈’나 ‘사우전스’를 알지를 못한다.
다만 이정도면 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정도면 몇을 이야기하는지 대충 감으로 짐작을 하여 지불을 하면
상대방에서 알아서 거슬러 주거나 더 달라고 하였던 것이다.
나는 ‘백 루피’ 로 알아들었다
주머니에서 백 루피 짜리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더니
이 청년 아니라하며 “원 사우전스” 를 또 이야기 한다
‘천’ 을 이야기 하는 거야?
나는 기도 안차 없다고 하고
주머니에서 이백 루피를 더 꺼내 삼백 루피 밖에 없다고 하였다.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너무나 불편하여 항상 여러 곳에 분산을 하였었다.
만루피를 인출하여 밤마다 내일 쓸돈이 대충 얼마일까 계산을 하여
바지주머니에 몇백 루피씩을 이쪽 저쪽으로 분산하여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남은 큰돈은 반반씩 나누어
반은 배낭의 옷 사이에 또 반은 내가 입은 웃옷의 속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물론 여기에 올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한쪽 주머니에는 삼백 루피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하룻밤과 식사비용으로 삼백루피는 적당하였다.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삼백 루피를 받아서
애꾸눈 청년과 누이에게 백 루피씩 나누어 준다.
마침 보스보이는 이곳에 없었다
쌕을 메고 문을 나서는 데 청년이 한번 더 나를 잡는다.
그러고는 자기 시스터가 어제 밥하느라 수고를 했는데 팁이 없냐고 한다.
누이는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하지만 난 미안하다고 없다고 대답하고 문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서 청년에게 악수를 청한다.
뭐 이정도면 정말 고마운 것 아닌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고마운 마음으로
합장하여 인사를 하고 뒤 돌아 선다.
보스보이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보이지 않는다.
뒤 돌아보는 눈 덮인 마을의 풍경은 정말 인상적이다.
잊지못 할 오슬라 마을
산 밑 먹이가 있을 만한 곳으로
양들을 이끄는 목동들의 휘파람 소리가 우렁차게 산을 울리고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마음에는
하얀산과 힘차게 힘차게 제갈길을 가고있는 시퍼런 계곡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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