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 끼 둔 밸리 트렉으로 가는 길
빙하계류가 여기저기 흐르고 원시 그대로의 숲과 눈덮인 봉우리가 있는
식물들의 천국 고빈드 야생생물보호구역 국립공원 안에 있는
하르 끼 둔 벨리로 간다
도시의 버스들은 그래도 좀 봐줄만 하다
노건에서 산끄리행 버스로 갈아탄다.
시골 정류장에서 갈아 탄 버스의 시트는 완전 검은 콜타르를 칠했는지
반질반질 하다 그나마 나의 비염으로 냄새가 들 나니 다행
좌석은 푹 꺼지고 통로들엔 짐들로 꽉 차 있고
좀 앉을만한 곳은 벌써 누군가가 찜 해놓았다고 짐들이 올라가 있다
겨우 한 좌석 얻어 앉았다
파일럿이라고 적혀 있는 운전수 전용 문으로 운전기사가 타고
차에 시동이 걸리니 부루룽 부루룽
차는 로켓트 마냥 튀겨 나갈것 같다
그런데 뒤이어 차안은 나이트장이 된다
요란한 음악 인도사람들은 고막이 강한가?
누구한사람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나의 감정은 어찌 되었을까?
슬픔 기쁨 즐거움 좋음 싫음
그리고 아주 복잡한 여러갈레의 감정줄이
내 얼굴의 잔주름이 되어 흐르고 흘러 다녔었는데
그 새새하고 얕은 감정들의 기복에
잔잔할 날 없이 일렁거렸었는데
지금의 나에겐 없다
좋음과 싫음 의 시소가 없어졌다
그저 지도에 꼭지점을 찍어 놓고 그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리로 가지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산을 보면 가슴이 저려오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직 감사하는,
먹지 못할 지저분한 음식들을 먹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좋음과 싫음이 이렇게 적은 적이 있었을까?
좋음과 싫음 사이의 폭이 이렇게 작은 적이 있었을까?
나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 같다
두려움이나 무서움은 호기심에 눌려 찍소리도 못 내고 있는 듯하다.
산크리로 가는 길은 내내 깊은 계곡들을 끼고 간다
고막을 울리는 음악소리에도 몸이 흔들리는 수학여행의 학생이 된다
이렇게 잔잔한 마음이 몇 달 후에는 얼마나 그리운 추억으로 남을까 싶다
지금의 몇 배로 뻥 튀겨 질까? 궁굼하다
버스는 수묵화 속의 신선이 사는 듯한
삐죽히 삐죽히 솟은 산들 사이
화선지 속을 지나간다
공원 입구에서
오랜만에 큰 돈을 썻다 600루피
더군다나 3일이 지나면 추가요금을 더 내야한단다
버스 안에 유일한 외국인인 나를 발견하고 요금소 직원은 내려오라 손짓한다
입장객 리스트에 서명을 받고 입장료를 받는데
근래에 방문한 외국인이 없던 탓에 잔돈을 준비하고 있지 않아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버스에서 내려 입장료를 치르고 있는 내내
버스는 나 한사람 때문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성질내는 사람 하나 없다
자연은 원시의 밀림 그 자체이다
산크리에 도착하였다
버스는 여기서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걸어서 가거나 짚차를 타야한다
짚차는 작은 마을과 마을사이를 운행하는 택시와 같은 것 인 듯하다
오늘 중으로 딸루카에 가야하기에 짚차를 탈까 한다
그런데 내게 다가오는 수도승 복장차림의 남자
검은 모직 드레스를 걸쳤는데 가슴에는 무슨 뺏지가 달렸다
시커먼 복장과는 달리 깊은 주름들에는 익살을 잔뜩 담고
온몸에 뼈가 없는듯 흐느적 흐느적 거리며 내게 인사를 하는데
자기는 가이드라고 한다?
가이드?
적어도 가이드 라고 하는 말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익살은 재롱으로 보이는데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몇 마디 주고받다 딸루카로 간다고 하니
자기가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노우 쌩큐”하는 나의 대답에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 익살이다
하는 수 없이 짚차를 타겠다고 하고 짚차 운전수에게로 간다
차비가 얼마냐고 했더니 500루피 무수리 호텔에서 하룻밤 잔 가격이다
아마 이곳 산크리에서는 200루피면 하룻밤 잘 수 있을 것이다
정 안되면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걸어서 갈까 생각해 본다
내가 안 갈 듯 한 자세이자 운전수 옆에 앉은 사람이 흥정을 해 준다
뒤에 두 사람 더 합승하여 200루피에 가겠느냐는 이야기 이다
뭐 그 정도면 오케이 하였더니 기다리라 신호하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간다.
그곳에서 몇몇 사람이 탄다.
앞뒤 좌석이 모두 차도 짚차는 떠날 생각을 안는다
조금 뒤 마지막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짚차의 뒷 짐칸으로 탄다
그제서야 짚차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운전수 옆 좌석에 있는 사람을 내리라하고
뒤 짐칸으로 보내더니 나보고 그 좌석에 타란다
열사람 남짓 탄 짚차는 미니 버스이다.
승객들이 내릴 때마다 얼마를 주는지 유심히 보니
차비도 그리 비싸게 받지 않는것 같다 20루피나 50루피정도
차는 그야말로 산속으로 간다
작은 계곡을 건널 때도 있다
조금 더 가니 운전기사도 내리고 아까 가격을 흥정했던 조수 같은 사람도 내리고
한사람 두사람 승객들도 내린다
알고보니 사태난 곳을 지나야 하는데 길이 어떤가 보러간 것이다
조금 뒤 운전기사와 몇 승객들만 타고 조수와 몇몇 승객은 걸어서 간다
역시 진흙탕에 큰 바위들이 겨우 찻길을 내어주고 있는 곳이 나온다
조수는 열심히 이리저리 봐주며 안내를 하고 있다
위험한 곳을 지나니 걸어간 승객들은 그 너머에서 구경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위험한 곳을 차로 건너오기 싫었던 듯 하다
무사히 험한 구간을 빠져 나오고 승객들은 다시 모두 탄다
깊은 산골이라 그런지 아직 밝을 시각인데도 해는 이미 기울어 온기하나 없다
500루피를주니 300루피를 거슬러 준다
거스름 돈을 받고 혹시 내일 다른 코스로 가는 지 물어 볼려고 운전기사를 부르니 20대 남짓한 순진한 운전기사는 내게 잔돈을 더 원하느냐는 시늉을 한다
자기도 비싸게 받은 것이 미안스럽다는 듯이..
나는 이미 흥정이 끝났기에 아니라고 대답을 하니 그 기사 얼른 자리를 피한다
산골 중 에서도 산골
히마찰쁘라데쉬의 산골마을은 그래도 우리나라 작은 읍내과 같았으나
이 곳은 그야말로 산중에 작은마을이다
마을 중심에 딱 하나 있는 호텔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하는 수 없이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걷는데
페인트로 호텔이라고 쓰여 있는 글을 발견한다
방이라고는 있지도 않을 법한 작은 집에
그래도 짜이나 간식거리를 파는지 주전자가 와 냄비가 얹어져 있는 부뚜막에
매운 연기가 오르고 있는 집이다
그 옆엔 나무로 된 좌석도 몇 개 있다
사람을 부르니 안에서 키 작은 티베트족 같은 할아버지가 나온다
방이 있냐는 나의 물음에 조금 의아해 하더니 혼자냐고 묻는다
“예스 -” 라 하니 안쪽으로 들어오란다.
방이 두 개인데 안쪽의 큰방은 요란스런 색깔의 세간들과
그 사이로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고
그 옆에 작은 방은 창고 같이 푸대와 짐짝이 들어있는데
작은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감자나 곡물 같은 것이 쌓여 있고
침대는 두 개인데 제 역할을 한지 오래된 듯
침대위에는 먼지 앉은 이불이 놓여있다
이틀에 얼마냐고 물이니 300루피란다
시간이 제법 흘러 배낭 메고 또 다른 곳을 헤매기도 싫고
피곤도하여 싼값에 “오케이”한다
이 호텔은 화장실도 없고 세면장도 없다 그저 달랑 방 하나이다
방에다 짐을 놓고 문을 잠근 후 불을 쨀 까하여 부뚜막으로 간다.
이곳의 연료는 나무이다
흙으로 만든 부뚜막, 그 위에 크기가 다른 불구멍들이 뚫려 있다
그리고 연기가 나가는 뒷구멍하나
뜨거운 물이 식지 않게 하기위해 그리고 그나마 불을 쫴기 위해
계속 나무를 쑤셔 넣는다.
이것을 이용하여 온돌을 만들면 하루 종일 따스한 방에서 지낼 수도 있고
나무도 덜 들어 갈텐데..
재주껏 온돌을 설명하지만 열심히 들을 뿐 무슨 이야기 인지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밥하는 방식도 우리랑 좀 틀리다
손잡이가 하나인 압력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는 불에 올리고
칙~칙~ 소리가 나면 불에서 내려 뚜껑을 열어 밥물을 버리고
다시 뚜껑을 닫아 밥을 한다
반찬은 이 겨울 중에서도 어디서 구했는지 파란 새싹들과
감자를 넣고 한참 볶다가는 물을 넣고 물이 쫄을 때까지 볶는다
그리고 삶은 콩을 넣은 카레국물까지 하면 식사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곳의 유일한 식당인지, 밥을 만들어 이집 저집 날라다 주고
때가 되니 몇 사람이 와서 밥을 먹기도 한다.
물론 카레국물을 밥에 얹어서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비벼 먹는다.
감자에 넣고 볶은 파란 새싹은 우리나라의 씀바귀와 비슷한 맛을 낸다.
쌉싸름한 것이 제법 입맛이 난다
따스한 짜이까지 마시니 추위가 웬만큼 가신다.
신선한 산 공기도 한껏 마신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니 전형적인 티베트의 살집이 있고 작은 키의 아주머니가 따라 들어오더니 먼지 쌓여있는 이불들을 가지고 가고 새 이불을 깔아준다
짐을 정리할까 하는데 노크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웬 이쁘장하게 생긴 큰 눈의 서글서글한 젊은이가 커다란 노트를 들고 서있다
나는 누구냐고 묻자 가이드라고 이야기 한다
밖엔 찬바람이 싱싱 불어 방안으로 들어 왔다
이런저런 통성명을 하고 내일 하르 끼 둔 으로 트레킹 가고 싶다고 하니까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필요 없다고 혼자 간다고 하니
이사람 하는 말이
한국의 여성들은 특유하다나?
작년 여름에 한 코리안 걸이 혼자서 이곳에 왔었는데
“노 가이드 노 포터” 라고 하며 혼자서 하르 끼 둔 트레킹을 갔단다.
그리고 다음다음날인가 오후 늦게 아주 힘들었다고
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은 기색으로 돌아와
밥을 엄청 많이 먹고는 다음날 돌아갔단다.
그런데 나 혼자 또 가이드 없이 간다고 하니
이 사람에게 한국여성은 대단한 여자들로 느껴지는가 보다
혹시나 자기가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모바일 번호를 가리켜주고
“굳 나잇” 이라고 인사 하고 나간다.
20센치 이상의 두꺼운 사각통나무와 그만한 높이의 세멘트를
번갈아 올려서 벽을 만든 이집은 정말로 따스하다
딸루카의 집들 - 난방이 필요없을만치 따스하다
밖은 찬바람이 휙~휙~ 부는 산골인데도 방안은 훈훈하다.
난방시설 하나 없지만 따스하게 밤을 보내겠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많이 들어본 소리들이 난다
찍찍- 찌이직- 살금살금 까치발로 마루바닥을 걸어 다니는 소리
나무판자 긁는 소리, 소리의 무게로 제법 큰 놈임을 짐작한다.
더군다나 이놈들은 낮에 안 놀고 밤에 노는지
몇 놈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난리들이다.
이 소란통에 잠자기는 글렀다
일어나 감자 푸대를 묶어도 보고 구멍 뚫린곳을 헝겊쪼가리를 찾아 막아도 보았으나 나보다 더 지리를 잘 아는 이 녀석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자눈둥 마눈둥 하다 골아떨어진 듯한데
이번엔 하늘이 무너지는 천둥소리
가까운 곳에 암탉이 있는지
어찌나 크게 울어대는지 지붕이 다 들썩들썩 거린다
나가서 돌맹이 하나 던져주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암탉이 알을 품어 바로 옆 안방에서 같이 기거를 하는 것이었다
암탉소리가 좀 잦아들어 이제 좀 잘까 하다가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었다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 올 텐데도 워낙 벽이 두꺼워
밖의 빛이 안으로 들어오질 못하는 것 같다
오늘은 인도에서 처음 트레킹을 하는 날 설레임에 잠을 더 잘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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