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루카에서 산크리로
하르 키 둔 밸리 트렉을 못 간 것이 조금은 아쉬워
걸어서 산크리 까지 내려가기로 한다
지프차 한 대 만 겨우 다닐 수 있는 산길은 정말 멋진 하이킹 코스이다
그제 지프차로 온 길을 배낭 메고 걸어서 내려간다.
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맑은 작은 계곡물에서는
양말을 벗어 발도 담그고 세수도 하며 산행의 재미를 마음껏 누린다
울창한 원시림 숲.
천 길 낭떠러지 마냥 아득히 떨어져 흘러가고 있는 시퍼런 계곡
그 뒤에 우뚝 솟은 하얀 산
마냥 마냥 돌아보고 돌아보며 걷다보니 12시도 넘어서야 산크리에 도착하였다
정류장에 도착하여 나가는 버스가 있는지 물으니 이런! 버스가 없단다.
이 산골에서는 오후에는 아래 도시로 나갈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다.
오전 일찍 도시에 나가 일을 보고
오후에 들어오는 마을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배차가 되어 있는 것이다.
차는 오전 7시와 9시에 있단다.
모든 예외와 돌발은 당연한 일이기에
나갈 것을 포기하고 요기할 곳을 찾는다.
이곳은 젊은 티베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탈리를 주문하고는 기다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무얼 볶고 있는데 곱창과 양이다
평소에 곱창과 양, 순대 등에서 나는 특유한 냄새를 별로 좋아 하지 않아
잘 먹지 않는데.. 냄새가 누린내도 안나고 고소하다
다 볶아 졌는지 한 접시를 내어 먹고 있는데 괜히 눈이 간다.
쳐다보는 내게 한 점 맛보겠냐고 집어서 들어 보인다
나는 멋쩍어 괜찮다고 고개를 젓는다.
음식을 다 먹고는 식당을 나오는데
이곳 식당들은 출입문 입구에 꼭 큰 개집 마냥
앞 쪽에 넓은 철망으로 막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나무판자상자가 놓여 있는데
그 망 아래에 손이 드나들 수 있게 조그마한 구멍이 있다
무슨 용도 인지는 모르지만 여자들이 그곳에 앉아
뜨개질하거나 바깥을 보고 있거나 한다
식당을 나가다가 거기에 식당 주인여자가 앉아서
아까 그 볶은 양을 손으로 먹고 있는 것을 본다
아주머니는 내게 먹어보라고 접시를 내민다
그냥 손이 간다
하나 집어 먹어 보니 고소하고 맛이 있다
아마도 처음 먹어보는 맛난 양일 게다
손으로 세 점을 더 집어 손바닥에 얹어 놓고 먹는다
얼마냐고 물어보아서 사 먹고도 싶지만 그냥 참는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동네 한 바퀴 둘러본다.
그런데 어떤 젊은 남자가 내게 너무나 반가이 아는 체를 한다.
기억이 나지.... 않더니 응! 딸루카에서의 그 젊은 가이드!!
딸루카에서는 워낙 추워 꽁꽁 얼어 있고
옷도 시커먼 털옷을 입고 있었는데
체크무늬의 얇은 남방을 입고 있어서 알아보지를 못했던 것이다
나 역시 너무나 반가워 악수를 청하고는
남방을 만지며 “체인지” 하고 이야기 하니
“핫~트” 라고 이야기 한다
정말 이곳은 따스하다
겨울날에도 바람을 막을 산을 업고 있는 남향에서는
햇님이 햇살을 마구 부려 놓아 그 어떤 난방기구보다도 따스하다
오슬라 갔다 온 이야기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에 그 까만색 모직의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롱 자켓을 입은
가이드라는 사람이 다가 온다
나는 별로 반갑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무슨 어릴 적 친구라도 만난 듯
신이 나서 달려오는 폼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알고 있는 사이인가 보다
산크리와 딸루카의 두 가이드
젊은 사람이 이야기하기를
이 사람은 아주 오래된 훌륭한 가이드라고 하는 것이다
글쎄?
그리고는 사무실이 있다며 그곳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벽들에는 캠핑하는 사진들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오래된 사진들이다
그 사진 속의 한 사람이 내 옆의 늙은 가이드란다
저리 멋진 사람이었던가?
삶에 찌들고 욕심에 찌들어 저리 바뀌었을까?
자일을 몸에 걸치고 웃고 있는 모습은 젊은이 특유의 자유가 한껏 묻어나 있다
‘산이 좋아 산에 살고 싶었던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셋이서 나란히 동네 한 바퀴 구경한다.
산동네들은 빨레줄도 구하기 힘든가?
빨레들은 지붕에, 나무에, 돌망이 위에 그냥 널려 있었다.
이곳 뿐 아니라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한 상점 안에서는 미싱으로 어린아이의 옷을 만들고 있고
거리에서는 양털로 실을 만들고 있다
양털로 실을 만드는 사람- 왼손에 양털이 오른손에 실이된다
이곳에서는 양털을 깍아서
물에다가 씻어 말려
부러쉬 같은 걸로 빗기어서
부해진 양털들을 손가락으로 비벼 꼬아가며 실을 만들고 있다.
마당에는 양털이 지붕에는 빨레가 말려지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마을 안쪽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들어간다.
마당에 씻은 양털을 잔뜩 널어놓은 집에 들어가니
초등학교 1학년가량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놀고 있다
다가가서 같이 놀아 볼까나!
상대의 뒷목에 한 손가락을 찌르고 찌른 손가락을 맞추는 게임도 하고
돌멩이도 주어서 공기도 같이 하고 하니 소녀들은 신이 났다
한 소녀는 끼가 다분하여 노래도 제법 간드러지게 잘 부르고
한 소녀는 찢어진 바지가 챙피하여 연신 찢어진 곳을 감추려 애쓴다.
나의 손을 잡고 템플도 안내 해주고 학교도 안내해 주고 한다.
이리 저리 사진도 찍어주며 같이 돌아다니는데 졸리웁다.
마을 저편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그마한 동산에는 햇살이 한참이다
동산에 가서 메트리스를 깔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를 자게 놔두지 않는다.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추자하고 놀자고 야단들이다
30분만 이라고 하고 30분동안 노래 부르는 것 듣기도 하고
몸 흔들며 춤을 추어주기도 하며 놀다 30분 이후에 해산 시킨다
멀리 아이들 노는 소리가 가물가물하다
산크리의 사원 - 내팔자가 좋은팔자인가? 개팔자가 좋은 팔자인가?
문 열은 호텔은 하나 밖에 없다
딸루까에 들어가기 전 호텔비를 물어보니 165루피라 하더니
알고 보니 도미토리룸의 가격이다.
다른 방들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냥 혼자 흥정해도 되는데
늙은 가이드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나타나 중간에 끼어든다.
방 구경을 하자 했더니
1층의 큰 방에 침대가 두 개 있는데
한 침대는 늙은 가이드가 쓰고 있고 나머지 침대에서 자란다.
다른 방은 전혀 없냐고 또 물어 보았더니
2층의 다른 방으로 안내를 하는데
무슨 대강당 같은 곳에 싱글침대가 8개 띄엄띄엄 놓여 있는데
하얀 시멘트 벽에 하안시트의 침대들은
무슨 정신병원이나 시체 안치소 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 중 한 침대에 누워 빈 침대들과 잘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차라리 아래층에서 늙은 가이드와 같이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늙은 가이드에게 아래층으로 내려 가겠다 하였더니
이 늙은 가이드는 어느새 내 배낭을 짊어지고 내려가고 있다.
오늘 하루만인걸 뭐!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도 늙은 가이드는 들어오지 않는다.
지도를 보고 내일은 야무노트리로 가기로 하였다
거기엔 온천도 있다고 표시되어 있으니
내일은 따스한 온천에 푹 담그리라
오늘은 세수만 대충한다
9시 정도에 늙은 가이드는 들어 왔다
나보고 내일 어디로 가느냐고 묻기에
야무노트리로 간다하니
거기에 자기 시스터가 있다고 이름이 누구라고 이야기 한다
찾아가면 많이 도와 줄 거라나?
하지만 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 주소도 전화번호도 묻지 않는다.
잘 자라고 “굳나잇” 인사를 하고 침낭을 머리 위로 푹 뒤집어썼다.
나의 여행 삼등공신 중 한 공신인 ‘잠’ 은 어느새 와 있다
잠결에 늙은 가이드의 “헬로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몇 번 “헬로우” 하더니 반응이 없자 포기하는 모양이다
늦잠을 잤다 잠결에도 늙은 가이드가 신경이 쓰였을까
버스 출발 시간 10분전이다
배낭에 침낭을 쑤셔놓고 나가려니 가이드가 깨었나보다.
나보고 가느냐고 하고 자기시스터 누구를 찾아가라고 누워서 이야기 한다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주머니에 있는 50루피를 꺼내
짜이 마시라고 탁자에 놓아주고 나온다.
서두르는 바람에 어제 세수하고 걸어 놓은 수건을 놓고 왔다
내가 인도에서 잃어버린 유일한 물건이다.
저기 버스가 보이는데 시간이 되었는데도 나가지도 않고 운전기사도 안 타 있다
그야말로 운전기사 마음대로이다.
한 30분이 지나서야 차는 떠났다.
아침공기는 상쾌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는 공무원들이 안 나왔으리라
이곳 국립공원은 3일지나면 입장료를 추가로 받는데
운이 좋으면 그냥 나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 본다.
아무생각 없이 습관대로 맨 앞좌석에 앉아 동이 터오는 원시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바로 앞이 매표소 이다
차가 휭 가려하는데
매표소 문에 서있던 직원이 나를 보았는지 뒤에서 차를 세운다
뒷좌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으면 200루피를 아낄 수 도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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