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리로 무수리로
막 숙소 문을 나서는데 버스가 한 대 떠나고 있다
오늘은 첫차를 놓치고 말았다
세벽녁 산꼭대기 마을의 버스정류장은 아직 잠이 덜 깨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다행히 내려가는 버스는 많아서 한 시간 후면 다음버스가 온단다
짜이--
나의 인도여행에서 많은 영양소를 공급하여 주던 차
은색 주전자에 물을 조금 붓고 홍차를 넣고 끓이다가
웬만큼 끓여졌을 때 우유를 넣고 한번 보~르~륵 끓여
스텐 물잔 위에 걸음망을 얹어놓고 주전자를 위아래로
흔들며 부어주던
보통 가격이 5루피 였는데 맛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느 집은 생강을 넣어서 끓인 집도 있는데 맛이 있었다.
보통 여기에 설탕을 넣어 먹는다
신세벽 홍차가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면 왠지 몸도 따스해 진다
막 짜이를 마실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게 안에서 어떤 젊잖게 생긴 할아버지가 들어오라 손짓을 한다.
배낭을 한 귀퉁이에 벗어 놓고 할아버지 앞에 앉으니
할아버지는 짜이를 마시겠냐고 묻는다
고생을 안한, 먹물이 좀 들어갔음직한 얼굴이다
역시 담배를 꺼내 무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필터 담배를 꺼내 문다
여기 담배는 신문지에다 담배이파리들을 넣고 돌돌 말은
에세담배보다 얇고 작은 답배를 열 더댓 개 넣어 한 묶음으로 파는데,
이 할아버지는 도시에서 구했을까 필터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워가며 젊잖게 묻곤 하더니만 자기 집에 가자고 한다
손가락을 들어 집을 가리키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있다
나의 마음은 가도 된다고 이야기 한다
보통은 짜이를 마시겠느냐고 물어보아도
내가 마신 값은 내가 치르는데 이할아버지는
10루피를 꺼내서 자기것과 같이 내것도 계산을 한다
처음으로 가게에서 차를 대접 받으니 기분이 묘하다
할아버지는 성큼성큼 안내를 하고 나는 앞뒤로 배낭을 들쳐업고 따라간다
시멘트로 만든 일자형 집에 방이 4,5칸 정도 되는것 같다
가운데 큰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고
가재도구들이 제법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침대 한 귀퉁이에 앉으라고 하기에 앉았는데
침대 머리맡에 가족들의 사진이 여러장 있다
다 성장한 자녀들의 얼굴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할아버지 옆에 아주 뚱뚱하고 제법 무섭게 생긴 할머니 사진이 있기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부인이란다.
아침에 내가 놓친 첫차를 타고 아래 도시로 내려갔단다.
속으로 이 부인이 나를 봤으면 몸이 성하지 않았으리라하는 우수운 상상을 해본다.
문 여는 소리에 딸 인듯 보이는 아가씨가 부스스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들어서다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 입을 막는다
할아버지는 딸이라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인사를 시킨다
그리고는 가서 빨리 차를 내오라고 내쫒는다
방안을 둘러 구경을 하는데 자기집을 구경하지 않겠느냐한다
나의 호기심이야 환영이지
일어나 다른 방의 문을 여는데
다 큰 청년들이 팬티바람에 이불을 둘러치고 자다가
나를 보고는 기겁을 한다.
방안엔 청년이 배드민턴인가 테니스인가 하는 구기 종목으로
딴 트로피들이 열 댓 개 늘어서 있다
다른 방도 가려하는데 나는 나중에 한다고 하고 큰방으로 가자 한다
새로 지은 집이라 그리 큰 특징이 없다
다만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천들이 방안에 있는 것 말고는
딸이 제법 이쁜 사기잔에 차를 들고 들어온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마시는데 제법 잘 끓인 짜이이다
할아버지는 아침식사까지 하고 가라고 하는데
나는 차 시간을 핑계 삼아 안 된다고 하니
할아버진 다음에는 꼭 자기집에 와서 자고 밥도 먹고 하란다
그리고는 모바일번호를 물어 보아서 번호를 가르쳐주고
나역시 할아버지 모바일번호를 받아 놓는다
수첩에 적는 필적이 제법 멋스럽다
할아버지는 그걸로 안 되겠는지 자기 모바일에 나의 번호를 입력하고는 확인까지 한다 나의 모바일에 벨이 울린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하고 뒤돌아 나온다
이번엔 딸까지 옆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빠온다 시합에서 두주의 경계를 넘어 이제 네팔 쪽의 우타라칸트 주로 간다
여기선 리시께시의 아슈람에서 요가수업을 듣고
야무노트리사원트랙과 강고뜨리사원과 가우무크빙하트렉,
께다르나트사원트렉, 바드리나트사원과 마나빌리지 그리고 꽃들의 계곡등
북부 산악지방의 사원 트레킹
그리고 초록빛 화산호수가 있다는 나이니딸에도 가 볼 계획이다
첫 번째로는 여기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무수리 라는 곳으로 가기로 한다
4대 사원트랙으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우타라칸트 최고의 휴양지를 놓고 나이니딸과 경쟁하는 곳이라니
한번 가볼만 할 것이다
버스는 이제 산길을 버리고 넓은 평지를 지나고 있다
남쪽나라에 있는 것이 실감나게 해주는
이파리 넓고 커다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넓은 4차선도로 가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풍경
그새새로 보여 지는 난민촌
검은 천으로 만든 텐트 같은 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무수리로 가려면 데흐라둔이라는 커다란 도시에서 차를 갈아타야한다
4차선 도로에 차들로 꽉 찬 활기 넘치는 도시이다 뿌연 먼지들과 함께--
사람들도 이제 산촌사람들에서 제법 멋스럽게 인도옷을 입고 있고
버스도 제법 깨끗하다 모처럼 오랜만에 보는 도시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도시에서는 차를 갈아타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버스터미널들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가도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산골의 작은 마을과는 다르다
하는 수 없이 옆에 앉은 승객에게 무수리로 가는 버스를 타는곳이 어디냐구 물어본다. 이사람은 영어를 못하는지 인도어로 이야기하는데 조금 후에 내리면 된다는 듯하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도 역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드는데 맞다고 맞다들 한다
버스가 코너를 돌자 옆에 앉은 사람은 황급히 일어나라고 하고
승무원에게 소리쳐 차를 세운다
버스는 나를 번화한 도시의 사거리 신호등 앞에 내려놓고는 휑하니 가버린다.
버스 유리창 가에서 내게 일을 일러준 아저씨가 오른쪽으로 손짓을 해준다
여러번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시하고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수리” 하고 물어보니
쭉 가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제대로 가는것 같다
가는 중간에 작은 소형버스가 서 있기에 승무원에게 무수리를 물어보는데
뭐 시큰둥한다 치 말을 해주기 싫음 말지
흥 소리를 속으로만 내고 앞으로 계속 걸어간다
조금 더 가 상점에 있는 사람에게 또 “무수리” 하고 물으니
이 사람은 오던 길로 다시 가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까 내가 지나온 버스를 가리킨다.
버스에 타서 보니까 이 버스가 무수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리행 버스를 타는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인 것이다
인도의 길 - 차한대 거의 다니는길에 큰 바위가 굴러떨어져 있다 승객들이 모두 내려 길가로 치우고 있다
무수리에서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은 그 나름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인간이 손이 더해진다면 또 그 나름대로
멋스러움이 있다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 속에서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감탄을 하지만
몇 분도 그곳에 있지 못하고 돌아서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거의 모든 인간들은 살고 싶어 한다
무수리라는 도시는 후자의 도시
데흐라둔이라는 거대한 도시 뒤에 우뚝 솟아 있는 휴식과도 같은 도시
도시가 불빛이 되어 반짝이고 있는 모습은 한국과 다르면서도 같은 모습이다
론리플레닛에는 숙소들이 고급부터 저렴한 호텔까지 잘 나와 있지만
참고만 할뿐 이제 내 스스로 이곳 곳 다니며 눈으로 직접 확인하여 고른다
물론 이때 제일 후회되는 것이 짐이다.
하루 왠종일 버스를 타고 달려왔기에 다리는 한일이 없는데도
앞뒤로 배낭을 메고 다니는 내내 힘들다고 그만 돌아다니자고 투정 부린다
몇 군데 돌아다녀도 별로 마음에 드는 곳은 없다
하는 수 없이 번화한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가본다
제법 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만한 호텔들이 몇 개 보인다
간판은 호텔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북부지역의 호텔들은
여인숙과 같은 분위기 들이었다
주머니사정은 사정이고
큰 호텔에 한번 들어가 보기라도 해본다
역시 도시사람들이 휴가를 오는 곳이라 그런지
객실들도 깨끗하고 온수가 철철 나오는 화장실에
탁 트인 전망의 테라스까지
흥정이라도 해 보자
이리저리 흥정 끝에 이틀에 1000루피에 합의를 본다
시즌 때나 주말 같은 때라면 상상도 못할 금액이다 거진 반값인 것이다
철~얼~철~ 나오는 온수에 그동안의 빨래를 내던지고 신나게 몸과 함께 씻는다.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번 인도여행 내내 썩 맑은 날씨는 별로 없었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좀 뿌옇고 흐린 날씨들이 많았다
한꺼번에 너무 좋은 것을 많이 보여주면 아니되나 보다
나는 상상만으로 찬란한 일출과 황홀한 일몰들을 그려야만 하였다
이곳 무수리는 볼거리 할거리들이 무척 많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건만
오늘은 깨끗한 호텔서 쉬라나 보다
조금 더 누워 있는데 등이 쑤신다
아무래도 밖이 궁금하여 못 누워 있겠다
우산이라는 단어도 몰라서 핸드폰 한영사전서 우산을 눌러 본다
엠브렐러라나?
카운터에서 엠브렐러 하나 빌려서 밖으로 나온다
돈을 찾아야 하는데 난감하다
인도에서도 카드로 인출하고 사용해도 된다하여
인도에 올 때 시티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현금카드 하나 만들어 왔는데
델리에서 조카가 현금 인출 하는것을 한번 보았으나
영어들이 휙휙 지나가는 바람에 외우고 자시고 할 새도 없었다
그래도 닥쳐 보는 것이다
현금인출기기 근처서 좀 서성거린다.
웬 젊은 남자가 인출기 앞에 서는 것을 보고는 잽싸게 그 뒤에가 서서 곁눈질해 본다.
카드 넣고 비밀번호 누르는 것 같고 금액을 누르는 것 같기도
그런데 돈이 안 나온다 한 번 더 해봐도 돈이 안 나오니
“노머니” 라고 나를 향해 이야기하며 밖으로 나간다
쓰레기통 위로 수북이 쌓여 있는 영수증들이 많이 본 풍경이다
영어는 모르지만 순서는 대충 기억해 놓아서 이제 이 남자는 필요가 없었다
다른 기기로 가서 한번 시도해 보는데
이 기기는 좀 달라서 지폐를 어떻게 줄까? 하고 묻는 것 같기도 하다
대충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눌렀더니
두루루루하며 돈 세는 소리
그리고 찰칵 나오는 빳빳한 현찰
히-야-
돈은 옷에 붙은 주머니 속에 깊숙이 넣는 것이 최고이다
만루피면 또 보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돈으로 이십오만원이다
오랫동안 못 맡아 왔던 맛있는 음식냄새
서점, 잡화점, 반짝반짝 형형색색의 옷가게,
장신구와 기념품들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만이 눈에 들어온다
국수가 특히 맛이 있다고 가이드북에 안내되어 있는 집을 찾아본다
비가 와서 그런가 왠지 따스한 국물이 먹고싶다
티베트 인이 운영을 한다고 되어있는데 중국사람 같이 생겼다
식당은 점심을 먹는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으며
고기를 넣고 비빈 빨간 비빔밥에 고기완자 같은것
그리고 고기완자에 탕수육소스를 얹은 요리들을 먹고 있었다
양도 무척 많았다 빨강색을 보니 나도 먹고 싶었으나
시원한 국물을 먹고 싶은 맘이 더 난다
만원이었던 좌석에 한 자리가 비었다
자석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영어로 친절하게 적혀 있지만 나야뭐 까막눈이니
그냥 국수 그림을 보고 주문한다. 여전히 빨간 밥에 눈을 주면서
공기보다 조금 큰 그릇에 짬뽕과 같이 생겼으나 색깔이 하얀 국수가 나온다
고기로 다시를 낸 국물은 너무나 시원하고 맛이 있다.
국수는 들어 갈 새도 없이 국물을 다 먹어 버렸다.
국물 좀 더 달라 하면 되겠지 뭐
종업원을 불러 스프를 더 달라고 하였더니
그 종업원은 그릇을 가지고 들어가더니 다시 들고 나온다
국물만 더 추가 할 수는 없나 보다
한 그릇 더 먹을까 망설이다 그냥 국물이 묻어 있는 국수만 먹는다
그래도 기가 막히게 넘어간다
그새 뱃고랑이 많이 작아 졌나
배가 꽉 차 더 먹을래야 더 먹을 수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래도 배에는 한계가 있는법
질에는 한계가 없지만 양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네
Camel's Back Rd 3km 구간에는 케이블 카도 있고
아쿠아리움도 있고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서점에서 우타라칸트 대형 지도 하나 사서 다시 호텔로 향한다
여행하는 순간 순간들도 좋지만
때론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가슴 설레이고 엔돌핀이 팍팍 솟는 때도 있다 지도를 따라 가다보면 현재의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높고 높은 산들을 버스로 휙휙 지나다니다 보니 너무나 아쉬웠다
언젠간 저 산들을 하염없이 하염없이 걸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그래서 두 번째로 트레킹이 가능한 이곳 우타르칸트로 왔으며
세 번째로는 네팔로 갈 계획이다
인도의 신성한 4대강의 수원지에 있다는 4대강 사원트렉
꽃들의 계곡과 햄꾼드트렉 그리고 초록색 화산호수가 있다는 나이니딸
지도를 따라 가는 상상의 세계는 가슴으로 가나 보다
가슴이 두군두군 거리며 뛴다
원숭이들도 기분이 좋은가 테라스의 난간을 긴팔들로 돌아 쥐며
가벼운 빨간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돌아다니고 있다
간간이 구름 사이로 평야가 보이고 강이 보이고 비가 보이는 오늘은 휴일이다
오후에는 빗줄기는 그쳤는데 바람이 거세다
우당당탕 거리의 간판들이 금새라도 떨어질 것 같다
저녁 먹으로 나왔다
이번엔 오랜만에 단백질 좀 보충하련다
치킨그림이 있는 가게에 들어 왔다
치킨브리야니라는 메뉴를 시키고 라이스도 시켰는데
조금 후 주인장이 내게로 오더니
브리야니에 라이스가 있는데 추가로 주문할거냐 묻는다. “노우-”
알고 보니 브리야니는 볶음밥 같은 것 인가보다
마르면 저렇게 마를수도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삐싹 마른 할아버지가 걸레를 빨더니 타일로 되어 있는 바닥을 앉아서 닦고 계신다
무슨 힘이 있을까 싶은데 먼지 닦을 힘은 있나보다
걸레가 지나가는 곳엔 먼지가 씻겨져 있다.
바람이 심해 금방 또 지저분해 질 텐데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열심히 꾸부려 앉아 닦고 계신다
그나마 일거리가 있어 행복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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