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이 지나면
환한 아침이 오듯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 없이 찾아 오는 지리산의 봄
올해는 목마른 듯 하면
알맞게 단비가 내려주어
봄 산이 참으로 풍요롭다
얼마전 내린 단비로
도토리 나무 두꺼운 껍질 속에서 표고버섯 눈 뜨더니만
마알간 봄 햇살에 등이 툭툭 갈라져
생명을 깨우는 봄 햇살 담아 퉁실퉁실 살이 찌는 소리에
산순이 숲에 들어가서 한아름 따온 봄 보약 흑화고버섯
그 향기 마당바위를 차고도 넘쳐
넷이서 봄 보약 다 먹을 수 없어 카톡장에 내어 놨더니
3일만에 동이 나고 ........
봄 흑화고 버섯으로 잔치를 벌였으니
이제 파릇파릇 쌉싸름 아삭아삭한 봄 나물 잔치준비를 해 볼꺼나
가파른 뒷산을 올라 능선 너머 우리집 건너편 얼음터 계곡에
나무만큼 자라 기린도 못 딸 만치
하늘에 걸려 있는 야생드릅나무에서
팔뚝만한 드릅순 따고
타잔 마냥 다래 덩굴에 올라
손가락만한 다래순 뜯고
이제사 눈뜨고 있는 엄나무순은 구경만 하고
배낭을 보니 에구구 나물은 한봉지 밖에 안되는데
코펠에 버너에 라면과 팝콘, 바나나, 커피
ㅎㅎ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지산언니와 산순이
성큼성큼 우렁찬 물소리 따라 봄 물오른 얼음터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 물이 어찌나 많은지
마치 여름 장마 때 같네
불어난 물에 계곡을 못 건너
신발을 벗고 허벅지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계곡을 건너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다리가 짤리는 줄 알았네
계곡을 건너 물에서 나오니 허벅지 까지 싯뻘겋고 오돌오돌 닭살이 돗아 있다
하마터면 다리가 얼어 집으로 못가는 줄 알았어.... ㅋ
따스한 햇살에 몸을 녹이고 있는데
눈이 자꾸 계곡 위를 오르고 있네..
그리고 어느새 맘도 따라 오르고...
발도 따라 오르고......
험한 계곡 바위들을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오르고 있는데
이러다 천왕봉까지 가겠는걸...
하는 수 없이 브레이크를 걸어 계곡에 걸터앉아
막 물 오르고 있는 봄 산을 보고 있자니
또 몸이 근질근질
이번엔 숲 속으로 들어가 봄을 사냥해 본다.
연둣빛 이파리들이 입을 오므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핸드폰 열어 조물거리는 어린 싹들을 담고 또 담고 있자니
나도 절로 갓난아기가 된 느낌이네
시간은 밥을 안 주어도 절로 흐르는데
나는 꼭 밥을 먹어야 하니...
한 주먹 따온 봄나물들 잔뜩 넣고 봄나물라면 끓여서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봄 향기로 배를 채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집으로 돌아 오는 가파른 산에
지난해 떨어진 메마른 낙엽을 뚫고 방긋 웃고 있는 난장이 꽃들
별꽃, 구슬붕이, 하얀제비, 보라제비
산순이 봄 나물 뜯으러 얼음터에 왔다가
나물은 배낭바닥만 채우고 얼음터의 봄만 마음가득 채우고 가네
봄 잔치에 입 다물지 못 하고 춤을 추는데
헉! 누런 낙엽 위에 앙상한 갈비뼈와 짧은 꼬리
아마도 명을 다한 멧돼지 인가 보다
올 봄엔 벌써 두 번째 보는 멧돼지 시체네...
그렇게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겨울이 있으면 봄이 있고
밤이 있으면 아침이 있는
우주의 질서
그 질서가 확연히 보이는 지리산 송대 마당바위 지산언니와 산순이네는
그래도 봄 만 되면 밥상에 봄잔치가 열린다
오늘은 몇 년 동안 봄 잔치 벌인 지리산 송대마을 지산언니와산순이네
봄 밥상 자랑질이나 한번 해! 볼! 까! 보! 다!
ㅋㅋ
그렇게 푸짐하게 봄 잔치를 차리고 나니
또 어김없이 찾아 오시는 손님
오늘도 밤이 오고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오고
또 조금 더 있으면 죽음도 오겠지
하지만 그리고 나면 또 어김없이 해가 뜰테지
그렇게 돌고 도는 세상 속에서
나는 어쩔 것인가?
어제와 똑 같을 것인가???
아니다
달라야 할 것이다!!!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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