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독바위에서 본 우리집 아랫동네 풍경-
2014년 10월18일
작년 십일월 , 십년 이상 거래를 하고 있는 경동시장의 잡곡상회에서
자그마하지만 차돌처럼 단단하고 야무진 토종 메주콩 두가마니를 사서,
지게에 지고 올라와 철철 처얼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지리산 상봉에서 직접 채취해 온 마가목, 벌나무, 가시오가피와 순수 국산약재인 당귀,작약,천궁,숙지황을
알맞게 배합하여 만든 마당바위표 약물에 불려서,
반나절 이상을 단단한 콩이 으깨어지도록 약물에 넣고 푹 삶아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콩을 꾹꾹 눌러 내얼굴만한 메주를 만들어,
겨우내 처마 밑에 메달아 놓으니 지리산 모진 삭풍에 살이 툭툭 트면, 그속으로
밤하늘 흐르는 달님과 별님의 이야기도 듣고, 한낮의 따스한 햇님의 토닥임도 받으며 한계절을 살은 메주!
아지랑이 피어 나는 봄
모든 눈물 쏟아내고 모진인생살이 마친 노년의 얼굴처럼 쩌억쩍 갈라진 메주를
대지를 깨우는 따스한 햇살에 내놓고 깨끗이 씻어 말리고는
신안앞바다 바닷물의 결정체인, 우리집에 팔려 온 지 5년째인 신안천일염을
큰 물통에 넣고 휘휘저어 녹인 후, 계란 동동 띄워 간을 맞추어
하루를 가라앉혀 정갈한 웃물만 걷어내어
햇살 잘드는 곳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독에 넣고,
한계절 모진 인생 살은 메주를 푹 담그고
검정숯과 빨간고추 뛰워놓고 마가목으로 꾹 눌러 놓았더니,
여름내 햇살 좋은 앞마당서 햇살 쪼으며 익고 있다.
맛있는 장 익는 냄새 송대마을에 잔뜩 풍기며.....
장 냄새 제일 좋은 날 독을 열어
오래된 보물 건지 듯 시커먼 장 속에서 원래의 모습 되찾은 메주 꺼내어 으깨어 갈아 놓고
(된장요리시 짠 된장콩이 씹히는 것이 싫고 그렇타고 된장콩을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워
된장을 체에 걸러 모두 으깨어 먹는 데, 이것이 번거롭고 싫어 힘들지만 이때 미리 갈아 놓는다)
갈린 메주는 된장이 되어 새로 태어나도록 독에 담고
혹독한 겨울을 난 메주의 진국, 간장역시 꺼내어 가마솥에 달여서 불순물은 모두 걸러내고 체에 받쳐 다시 독에 들어가
뜨거운 여름날의 낮과 밤을 보낸 우리 지리산마당바위 콩없는된장과 진국간장
지난가을에 시작하여 혹독한 지리산의 겨울을 나고,
새로 깨어나는 봄에 장으로담궈져, 청명한 여름지리산 햇살에 맛있게 익은
두해를 묵는 지리산에서 우리가 만드는 알갱이없는 약된장, 진국간장 이야기
나와 우리가족들의 건강은 우리식탁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지요....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맑간 파란 가을날 꺼내어
자그마한 통들에 담궈 서울로, 그리고 경남에 전남에 심지어는 제주와 일본에 까지 시집을 보내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 ............
그 마음 달래기 위해 뒷산에 오른다 ㅎㅎㅎ
뒷산에 오르니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는 꽃이 있었으니 용담....
내 오랜세월 지리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활짝핀 용담꽃은 오늘 처음보네... 그것도 여러송이가.....
지리산 둘레길에서 제일 호젓하고 멋진 산길인 벽송사능선길의 최고봉 상내봉 아래의 소나무쉽터!
아! 지리의 가을을 만나다............
저 파아란 스카이 라인은 동부의 주인들!
모처럼 하봉이 - 제일 높아 보이고져 중봉을 감추고 제일 높은곳에 서있고
좌로는 암봉이 이쁜 써리봉을 세워놓고
우로는 두리봉과 영리봉으로 이어지는 두류능선들이 하늘과 맞닿아 하늘색을 띠고 있네....
삶에서 이러한 보상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으랴........
열심히 일하고 힘겹게 오르는 산정에서의 이 선경은 모든것을 보상 받고도 남음이 있다
산정의 나의 보금자리! ㅎ ㅎ 오늘은 새봉이네.......
등에 지고 온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지리산의 품 속에서 나만의 삶을 만든다
우리집 뒷능선의 제일봉 새봉에서 맞는 신세벽!
밤새 아랫동네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빛이 반짝 거리고
윗동네에서는 은하수에서 별들이 뱃놀이를 하던데
아침이 되니 까만 능선들 사이에서 구름이 파도놀이를 즐기고 있네
가만있자..........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중봉이닷!
일제히 일어서 남해 바다 앞에 도열해 있는 산자락들
그리고
삼천포 와룡산으로 향하는 물줄기!
햇살이 드니 다시 찾아온 가을!
곱게 화장하고 일어서는 가을 나무들
햇살과 함께 일어나는 가을 지리 동부!
그 최고봉엔 오늘은 중봉이 우뚝 서있네....
햇님의 부름에 일어서는 지리의 능선들
따스한 햇살에
음이 양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목격한다
햇님이 일어서 높이 오르면 이제 어둠은 사라지고 밝음만 있겠지
아! 가을 속에 오래 오래 머무르고 싶어 12시가 넘도록 늦장을 부리다
아쉬운 눈 남기고 짐을 싼다
아! 아름다운 우리 산하
지리산 아래 엄천강이 누워 흐르고
지리산과 엄천강으로 풍요로운 함양의 황금 들녘
저기 어드메에 사니조아선배님의 고향 수동이 보이는 듯도
톡으로 사진을 전송해 볼까 했는데 아! 톡이 않되는 보물핸폰이시지......
이제 오르던 발걸음은 아래로 돌려 내려가는 시간
힘겨이 올랐지만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순 없는 것
아무리 행복한 시간이라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인생은 고임이 아니라 흐름임을........
저 엄천강 처럼...........
함양독바위에도 가을이...
소나무는 이제 서서히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느라 이파리를 살찌우고 있다
햇님은 벌써 서쪽 능선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가을의 능선길에서 내려서질 못하고 있다
하루가 가고
한계절이 가고
한해가 가고
한생이 가면
남는것은 무엇이고 얻는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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