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알프스 산길을 걷다

4. 아케이시다케의 선물 - 赤石岳

산순이 2015. 11. 15. 22:38

 

 

9월22

   

   아!

바람 안 드는 볕에 앉아 건너편 아케이시다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곳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많은 등산객들이 경치 좋은 곳에서 쉬지 못하고 빨리빨리가 나오는 것인가?

산에 오른지 13일째 계획상으로는 아직도 5일은 더 남알프스를 걸을 것인데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지금 살아 있다고 하지만 과연 살아서 이 산을 내려 갈 수 있을까?

산사태로 속살이 훤히 드러나 있는 벼랑 꼭대기에 앉아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한 발자국만 내딛는 다면 이 산에 영원히 묻힐 수 있을 것인데....

그 한발자국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약간의 호기심도 인다. ㅋ

이상한 나라에 가 있는 정신을 다시 불러들여서 오늘을 이야기 해 본다.

오늘 여기서 논다면 내일은 이산을 저 아래 계곡까지 내려갔다 다시 아케이시 산을 올라야하는 것이다

약간 무리일 듯 도 싶다.

오늘 오후까지 신나게 놀고 내려가도 두 시간이면 아라카라산장에 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남은 5일중 3일은 산장이 문을 닫아서 부식조달을 어떻게 라도 해 놓든지

몸에다 저축을 좀 더 해 놓든지 해야 하니 저 아래 부자 산장에서 어찌 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둘이서 회의를 한 결과 오늘 아라카라고야로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산꼭대기 산장에 오니 산장은 내 배처럼 텅 비어있다

식사메뉴를 보니 카레 말고 다른 메뉴도 있는 것 같아 다른 메뉴들을 손가락질해 보였더니

그 메뉴에 대해서 설명을 하다가 내가 못 알아듣자 관리실로 들어가

삼분카레와 같은 모양이나 내용물이 다른 듯 中華 라고 적힌 것과 또 다른 한 가지를 가지고 나온다.

오늘은 카레 말고 다른 메뉴를 먹어 볼까?’ 하고 中華 라고 써져 있는 봉지를 가리키니

관리실로 가지고 가서 데우고 또 햇반은 전자렌지에 데워서 쟁반에 냅킨 한 장 깔고

오늘은 수저도 없이 나무젓가락 달랑 하나에 물 컵 하나 더 담아서 내 온다

포장지를 찢어서 햇반에 부우니 중화요리풍의 냄새가 나고 멀건 녹말국물에 해물건더기들이 있는 내용물이 쏟아져 나온다

맛은 뭐 중화요리 같다

밥을 먹다 보니 이곳에서 삼분카레와 햇반을 하나 사서 비상식으로 확보하면 좋을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빈 쟁반을 주면서 네팔인처럼 생긴 관리인에게 카레라이스를 이야기 했더니 놀래서 기절하는 시늉을 한다

나는 웃으면서 벤또라고 이야기 하니까 이제야 알아듣는 듯

들어가서 햇반을 가지고 나와 포장지를 뜯어 전자렌지에 데우려 한다.

나는 뜯지 말고 달라고 하자 이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 듯

또 한번 더 벤또그러고 버너에 끓이는 시늉을 하니까 그제야 이해가 되는지 삼분카레 도 가지고 나온다.

카레라이스 2인분 2,000(삼분카레와 햇반 하나에 만원이다)을 지불을 하고 작은 피난사다리를 올라 다락방 내방으로 간다.

이제는 사람들이 모두 떠났고 내 침낭만 한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다

늙어서 노는 건 역시 피곤한 일이야

펼쳐져 있는 침낭에 들어가니 여기 또한 천국이다

 

   다시 배낭을 지고 산장을 나서는데 산장 앞에 있던 네팔관리인(?)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숙여 인사를 하고 산장 앞에 육중하게 솟아 있는 동악이 잘 보이는 전망꽃밭에 가 앉는다.

저리 멋진 산다운 산이 또 있을까? 저 가운데로 난 산길을 눈으로만 오르는 것이 몹내 아쉬웁다

동악에서 눈을 거두어 중악을 거쳐 전악으로 향하는 꽃길에서 한참을 선녀가 되어 날아다닌다

 

 

 

 

 

   햇님도 이제 내리막길로 내려서고 있으니 나도 내려가야 겠다

내리막길은 아예 곤두박질 쳐서 아라카라다케를 내려서고 있다

길이 너무 가파를 때는 지그제그로 옆으로 굽고 또 옆으로 굽고 굽어서 내려간다.

조금 내려서니 넓게 목장처럼 철망이 쳐져있고,

철망으로 문을 만들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문을 닫고 내려가게끔 되어 있다

등산객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문을 닫고 오르는 모습들이 우습다

우리나라는 등산객들이 못 들어가게 철망을 해놓은 것은 있는데..

여기는 야생화 보존 구역으로 노루등 동물들이 못 들어오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네.

다시 조금 더 내려가서 문을 열고 나가서 다시 문을 닫아주고 내려선다.

허술하게 생긴 철망을 보니 우습기도 하다 길도 그렇고 정상 안내판도 철망들도 길 표시들도

모두다 동네 아저씨가 길을 내고 시설물들을 설치한 듯 한 느낌이 든다.

이질감이 아닌 정감이 간다.

철망이 있는 초원을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갈수록 나무들 키가 쑥쑥쑥 커지더니

어깨만한 나무들 사이에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봉우리에서 솟은 물이 내려오면서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주위의 물들이 한줄기 한줄기씩 모여들어 제법 흘러 내린다

떨어지는 물이 모여 흘러내리다 손바닥만 한 평지를 만나 조금 쉬었다가 또 흘러내린다.

이 바가지만큼 고여 있는 물로 하늘의 흰 구름이 흘러간다.

물을 만난 산순이 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세수하고 머리감고 이빨도 닦고 길가라서 몸은 못 닦고

등산객 한사람이 머리감고 머리를 터는 내 등 뒤로 아무 말 없이 지나간다.

몸이 개운해지고 나서야 물 한모금 떠서 마신다.

그지없이 차고 달다!

내 산행은 아직 여유가 있나 보다 이런 물을 보고 머리를 들이대고 물을 마시기보다 씻기가 먼저인걸 보니 ㅋ

 

 

 

 

   아라카라산에서 흐르는 풍요로운 물과 남쪽의 따스한 햇빛을 받고 있는 천혜의 장소엔

너른 이파리의 활엽수들이 군락을 이루어 붉게 불타고 있다

그 풍요로운 숲속에 풍요로운 아라카라고야가 꼭 필요한 공간만 가지고 앉아 있다

 

   우와! 초코렛, , 감자칲, 우유, 생선통조림, 복숭아통조림!

숲속의 평화로운 산장은 제법 큰 규모 여서 그런지 판매대에 놓인 상품들도 다양하다

대충 자금사정을 살펴보니 산행 시작할 때 작은 지갑에 넣어놓았던 5천엔짜리 10장중 아직 6장이나 남아있다

지금까지 산에서 고작 20만원 정도 쓴 셈이니 자금사정이 많이 여유가 있다

이제부터는 먹고 싶은 것 먹고 좀 편히 써도 될 듯하다

산에 올라서 계속 카레라이스만 사 먹었었는데 이 카레라이스만 먹고 나면 조갈이 나고 속이 더부룩하더니

날이 갈수록 더부룩한 것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인도에서 한 달을 돌아다닐 때는 인도식 백반 달밧만 먹고 다녔어도 속이 불편한 것은 몰랐는데.......

그래서 오늘은 정식 디너를 먹기로 하고 모처럼 군거질도 좀 하기로 한다.

텐트, 디너 가격을 물으니 텐트는 600, 2,000엔 이란다

디너는 무슨 메뉴나 물었더니 에구 카레라이스에 생선, 소세시, 야채...기타등등

기껏 카레를 좀 피해 보려 했더니

그래도 기분을 내는 날이니 디너를 주문하니 지금은 2시이고 디너는 5시란다

맥주 한 캔 마실까 하였는데 먹어봐야 알콜기도 느껴지지 않고 산꼭대기의 시원한 전망도 없으니

우선은 빵과 우유를 먹어볼까하고 빵과 유유를 고르니까 우유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것을 꺼내 준다.

숲속의 밴치에 앉아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들을 보며 모처럼 신 메뉴인 빵과 우유를 먹는다.

산장 앞 숲속의 단풍나무 밑 작은 텐트사이드에 텐트를 쳐 놓고 드러누웠다

마치 오래전 세석산장 앞 텐트사이드처럼 포근하다

텐트 안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앞으로 가야할 산길을 정리해 본다.

22일 여기 아라카라고야

23일 아케이시히난고야(930일까지 영업)

24일 하켄보라야노산장(923일 영업종료)

25일 우사기다케히난고야(무인대피소)

26일 히지리평원산장(830일 영업종료)

27일 사와라지마하산 - 하나타기댐 - 시라가바소온천투숙

28일 시즈오카

29일 시즈오카 - 이즈반드 (아타미, 시모나) 온천호텔 투숙

30일 이즈반드 바닷가 구경 - 동경

1일 오후 630분 나리타 출국

이왕에 일본에 온 김에 온천과 바닷가 구경도 하기위한 계획이다

그런데 내일 이후 3박은 산장이 문을 닫아서 야영을 해야 하고 밥도 해 먹어야 하는데

부식이 아라카라히난고야이에서 산 햇반과 카레라이스하나 신라면 1 가 전부이다

그렇다면 오늘이나 내일 부식을 조달해야 하는데

내일 가는 곳은 아케이시히난(避難)고야로 피난산장이라 그 규모가 작아서 판매하는 물건 종류가 몇 안 되리라

그렇다면 이곳 큰 규모의 산장에서 부식을 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식을 사기위해 작은 시장바구니(주머니)를 들고 산장으로 간다.

산장 안에 사람이 없어서 그냥 서 있었더니 지나가던 일본인이 그 앞에 종을 울리라는 시늉을 한다 

 종을 울리자 아까 그 직원이 나온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니 선하게 생긴 잘생긴 젊은 총각이다 선하게 생긴 인상이라 맘 놓고 부탁을 해 본다

지도를 펴고 내가 가야 할 길들을 설명하고 산장 클로우즈라고 말하며 불쌍한 인상을 지어 보인다

그 다음에 노후드라고 하고는 종이에 () 자를 써 보이고 혹시나 있느냐 물으니

와우 창고로 가서 5Kg 짜리 포장된 쌀 봉지를 가지고 나온다.

5Kg은 너무 많아서 포장지를 손가락으로 사등분 해 보이니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개방되어있는 쌀 봉지를 들고 나온다.

나한테 필요한 양을 묻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6人分 하고 종이에 적어주니

계량컵을 가지고 와서 한 컵을 작은 팩에 넣고 또 다른 팩을 꺼내 넣으려한다

나는 그냥 한 봉지에 넣어도 된다 하고 한 봉지에 6인분을 담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쵸코렛6개 빵6개를 이야기하니 이 직원은 놀라면서 판매대에 놓인 2개씩만 가지고 가라한다.

그 외 컵라면 2개 복숭아통조림1, 우유1개를 모두 카운터에 올려놓으니 카운터가 꽉 찬다.

참 가스가 조금밖에 안남아 가스가 있느냐 물으니 온니 빅이라며 큰 가스를 가지고 나온다

가격은 1,200엔 가격이 작은가스 600엔의 배인데다가 무개도 부피도 배이다 더군다나 양도 남을 것이 뻔하고,

하지만 어쩌랴 이나마 있는 것이 다행이지!

이모든 것을 계산하여도 3,200엔 아마도 쌀값은 치지 않은 듯 하다!

무개는 무거워도 앞으로 산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니 행복한 마음으로 가격을 치르고

가지고온 큰 주머니 안에 물건들을 다 넣으며 슈퍼마켓이라하며 웃으니 이직원도 따라 웃는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혹시 밧데리 충전이 가능하냐 하였더니 가능하다구!

그런데 발전기는 4시부터 돌리는 지 4시부터 가능하단다.

오케이바리, 쌩큐 베리베리 마치!’

 

   90년대 세석산장 마당 앞에 있던 작은 텐트사이드를 생각게 하는 텐트사이드!

그 따스하고 정겨운 추억속의 텐트사이드에 앉아 옛날에 젖어 있자니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 베시시 웃으며 비상키트에서 반짓고리를 꺼낸다.

아무리 고어텍스 신발이라도 하루 종일 내리는 비는 막을 수 없어 비가 오면 신발이 젖을 텐데

한번 젖은 신발을 말리는 것이 불가능 하니 되도록 신발을 젖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지금까지는 여우처럼 비를 잘 피해 다녀서 신발이 젖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어제 길가에서 주은 배낭카바로 스페츠를 만들어 볼거나?

배낭카바의 고무줄부분을 늘어뜨려 신발의 중창에 대어 놓고 신발을 감쌀 만치의 부분에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고는

그 선대로 자르는 데 배낭무게를 줄이느라고 가위를 놓고 와서 칼로 자르려니 좀 불편하다

우선 한쪽만 잘라놓고 바느질을 해본다. 덧신에서 바닥만 없는 모양이다

신발 뒤끔치 부분이 될 곳을 바느질하여 놓고 고무줄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스페츠 마냥 아래로 끈을 달아 놓는다

ㅎㅎ  완성품을 한번 신어볼까

신는 것은 좀 불편하네 먼저 발목에 끼워 놓고 신발을 신어 그 위에 덮어야 한다

ㅋ 윗 부분은 신발 끈으로 묶고 신발 끈 부분은 비바지로 덮으면 비는 완벽하게 막을 것 같다

신이 나서 다른 한쪽 마져 자르는데 에구 칼이 헛나가 좀 작게 잘라졌네

하는 수 없지 그에 맞게 꼬메서 신어보니 힘겹게 신어야 꽉 맞는다.

에구구 남은 천으로 다시 만들어야하나 고민하다 남은 천은 여벌로 가지고 다니다가

정 못쓰겠으면 다시 만들기로 하고 바느질을 접는다.

그리고 밧데리 충전기를 꺼내서 전원코드의 콘세트에 꽂는 끝부분을 잘라내고 아라카라히난고야에서 얻은

110V용 과 연결을 한다 +,- 가 맞는지 모르니까 우선은 전선만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4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ㅎㅎ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

 

   2000엔짜리 디너 카레라이스는 역시 1000엔짜리 카레라이스보다 질적으로 틀리다

돈이 이리 좋아서 사람들의 목적이 돈이 되나 보다

저녁을 먹는 사람들 역시 행복한 모습들이다

숲속의 따스하고 멋진 산장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같이 먹으며 앞에 앉은 친구와 웃으며 정을 나누는 모습

혼자서 좁은 텐트에 앉아서 하얀 밥을 짓고 미역국 하나 끓여서 나와나 둘이서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과는

행복의 종류가 틀리다

각자가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리라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나와서 아까 4시에 산장의 숙소에 충전하여 놓았던 충전기를 가져오려고

숙소 쪽으로 가니 직원이 나와서 제지를 한다.

나는 밧데리 차지라고 이야기하고 스미마세라 덧붙이며 들어가서 충전해 놓은 밧데리를 들고 나오는데

뒷통수가 찜찜하다 나를 바라보는 그 직원은 눈에는 이해 안 되는 여자라는 글씨가 써져 있다

그 직원이 지금까지 바라보았던 등산객들과 나는 차이가 많은가 보다

ㅋ 그래도 쌀을 준 그 직원이 고맙기만 하다

 

 

 

 

 

 

 

 

 

 

 

923

 

   신 새벽에 일어나 렌턴 불빛 아래에서 짐을 싸 놓고 산장으로 아침식사 하러 간다.

마치 휴양객처럼 숲속산장의 깨끗하고 정갈한 식당에서 분위기 나게 아침을 먹고

물을 뜨러 水場에 가는데 후지산도 일어나 물을 먹으러 가는지 水場 길가에 서있다

오늘도 축복과 같은 아침햇살을 길가의 낮은 풀들과 나누어 받으며 길을 나선다.

 

   시간이 갈수록 가을이 많이 내려와 있다

빠알간 가을 숲을 헤치며 오르니 널따란 분지가 나온다

大聖寺平이다

풀들과 잔돌과 잔디처럼 누운 소나무로 이루어진 넓은 평원에 지금은 바람만이 지나간다.

평원이 얼마나 넓은지 평원 서편은 동편과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서편에는 아직도 하얀 구름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역시 이 넓은 평원은 나 혼자 독차지 한다

아케이시를 오를수록 지나온 아라카라는 점점 더 시야로 들어오고 아케이시는 안 보인다.

이제 아케이시 속으로 가는 것이다

새로운 산을 오르는 것이다

 

   너른 평원과 헤어져 길은 이제 또다시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다

가파른 산을 지그제그로 돌아가면서 오르는데

길 저 안쪽에 내 얼굴보다 약간 큰 크기의 검은 돌이 예사롭지 않게 앉아 있다

신기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가까이 가니 글이 새기어 져 있는 돌이다

大正六年 에 새긴 글 같은데 서기 몇 년인지 알 수 없다

전망도 좋고 돌멩이도 신기하여 사진기에 담아 놓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가파른 아케이시 길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마에아케이시봉우리 小赤石岳 이다

마에아케이시에 올라서야 비로서 너울너울 능선 저 넘어에 아케이시다케(3120m)가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산들엔 가을이 많이 내려와 있고

그저께와 어저께 걸었던 아라카라다케의 산길도 또렷이 보인다

 

 

 

 

 

 

 

 

 

 

 

 

 

 

 

   땅위의 길이 아닌 하늘의 길과 같은,

꿈 속 에나 있을 듯 한 비단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너울너울 넘는 비단을 수놓은 하늘 길

저 끝에 아케이시히난고야가 기다리고 있다

 

   아케이시다케! 정상

나는 신발을 신고 오른 것 이 아니라

신발에 날개를 달고 붕붕 날아서 왔다

그러나 비단길의 끝, 정상은 돌멩이들로 가득 찬,

바람만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삭막하고 매서운 곳이면서도 성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바람에 밀려 돌길을 따라 간 산장

드르륵 무거운 문을 여는데 왠지 내가 겨울손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매서운 바람이 내 등을 밀어서 인지 모르겠다.

 

 

 

 

 

 

 

 

 

 

   산장 안의 의자엔 하얀 머리의 부부가 앉아 있다가 겨울손님 같은 나를 쳐다보는데

아무도 오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던 사람들 마냥 의외라는 얼굴이다

인사를 하고 텐트? 라고 물으니

노 텐트란다

산장 밖 돌무더기 안의 멋진 텐트사이드를 가리키며 또 텐트? 라고 하니

역시 노 텐트란다

이방인이자 말도 할 줄 모르는 나는 하는 수 없이 알았다고 하고

산장에서 자고 저녁과 아침을 먹겠다고 미리 예약을 해 놓는다

배낭을 자리에 놓고 산장 안을 살피니 무슨 연유인지 이곳 산장은 캔맥주 가격이 반값이다

ㅎ 캔맥주 큰 거 하나를 사들고 밖으로 나온다.

캔맥주 하나 들고 봉우리를 한바퀴 돌고 오니 한시간 이나 걸린다

천국 속의 또 다른 구중심처처럼 은밀하고 기운 넘치는 봉우리이다

 

   이제는 천국의 오수를 즐길 시간

산장으로 들어가 숙박비를 치르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양식에

이름, 주소, 출발지, 목적지 등등을 적고 숙박과 저녁과 아침에 체크를 하여 주니

이상하지 털보아저씨는 저녁과 아침체크를 지우더니 숙박비 5,500엔만 받는단다?

뭐 무슨 사연이 있겠지!

달라는 대로 주고 영수증을 받아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산장거실로 들어가니

이 산장은 마치 산중 생활처처럼 보인다.

마치 개인집에 있는 거실과 같이 책장에 책들로 가득 차 있고

거실 안에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정이 넘치는 공간 같다.

거실을 건너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오르니 다락방과 같은 분위의 침상이 있는 침실이다

좁은 유리창들에는 바람 속의 황량한 바깥 풍경들이 담겨 있고

ㅎ 성수기 때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지 아라카라히난고야처럼 어깨넓이도 안 되는 공간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데 양쪽사람은 머리를 바깥쪽으로 가운데 사람은 머리를 안쪽으로 해서 지그제그로 자도록 그려져 있다

 

   앞서 올라온 아주머니는 가운데 좋은 자리에 나를 세우고는 이 자리 좋으냐고 묻는다

오케이 하였더니 아주머니는 두꺼운 이불을 가지고 와서 깔아 준다

내 침낭은 배낭 맨 밑바닥에 있어서 침낭을 꺼내게 되면 짐을 다시 싸야하는 불편이 있는데

오늘밤은 침낭은 꺼내지 말고 이 이불에서 잠을 자 볼까?

산장의 이불에서 자는 경험도 좋을 듯하여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지고 올라온 취침용 옷으로 갈아입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히히히 내집처럼 좋네

 

   한숨 푹 자고 일어나 거실로 내려가 보니 큰 카메라를 든 등산객하고 털보아저씨가 이야기 하고 있다

산장관리인 털보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사진 포인트를 돌아보겠냐고 묻는다.

오브코스

아저씨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데 히히 아까 내가 벌써 걸어보았던 자리이다

한 시간 전과 또 다른 풍경이라 몇 장 찍고 다시 정상주의를 돌아본다.

정상에는 제단 같은 것이 있고 제단 안에는 내가 아까 보았던 돌의 크기와 비슷하지만 아무런 글씨도 없는 돌이 모셔져 있다

산책을 끝내고 산장 안에 들어가서 나는 내 사진기 속의 글이 세겨져 있는 돌을 보여주니까

이 아저씨 동공이 무척 커진다.

마치 처음 보는 보물을 대하는 듯

나는 지도를 꺼내서 마에아케이시 조금 못 미치는 곳을 이야기 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한다

 

 

 

 

 

 

 

 

 

 

 

 

 

 

 

 

   산장거실에 있는 네모난 탁자 는 넓은 담요가 덮어져서 방바닥까지 내려와 있는데

그 안에 숯불을 피우는지 그 안으로 다리를 넣으라기에 넣었더니 따스하다

거실 한쪽에 콘센트가 있기에 충전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하여 렌턴을 가져와 충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장 아저씨의 고마운 마음씨가 마음으로 느껴져서 무언가 답을 해야 할 것 같아

배낭에서 코펠과 버너를 꺼내서 당귀차를 진하게 끓여서 한잔씩 드리니 무척이나 좋아라하신다

그러는 사이 산장에는 몇몇 사람들이 더 들어오고

산장 밖에는 운해가 밀려온다.

오랜만에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 같아 오리털로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오후만 되면 항상 봉우리를 덥는 구름들이 오늘은 낮게 깔려서 봉우리을 넘지 못하고 구름바다를 만들고 있다

구름들이 스스로를 낮추니 햇님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고운 빛으로 부드러웁게 산과 구름을 어루만져준다

햇님이 먼저 서산으로 들어갔으나 구름은 아직 조금 더 놀고 싶은지 낮은 능선들을 넘실거리며 놀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일몰과 운해로 가슴이 벅차다

 

   조금 더 구름과 놀고 싶지만 저녁식사시간이 지난 것 같아 바쁜 걸음으로 산장에 오니

산장 밖에서 좀 전에 안면이 있었던 등산객이 마치 식구처럼 정답게 고항, 고항()’ 하고 외친다.

미안한 마음에 뛰어 들어가니 벌써 산장식구들과 등산객들은 식사를 다 마친 듯하다.

! 나갈 때 핸드폰을 거실에 놓고 나갔는지 주머니에서 안 보이길래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챙겼더니

구석에 앉아 있던 등산객이 이것이냐하며 등 뒤에서 꺼내 준다! ㅎㅎ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조금 기다리라고 하더니 쟁반에 밥과 미소와 연어토막이 들어있는 반찬을 가지고 오신다

산장 안에는 록클라이머 분위기가 나는 20대 팀 3사람과, 고항을 외쳐주었던 내또래 아저씨, 그리고 60대할아버지와

30대아가씨커플 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있는데 마치 모두 잘 아는 사람들처럼 분위기가 참 정다웁다.

밥을 먹고 나니 아주머니가 커피한잔 주시며 조금 이따가 하모니카를 연주할거니까 앉아있으라 하신다.

거실의 분위기가 참 정다워 말을 못 알아들어도 나도 한 식구가 되어 같이 산에 온 일행들처럼 정을 나눈다.

산장아저씨가 밖에 가서 자그마한 병에 술을 가져와 식탁에 올려놓으니

젊은 산꾼들이 배낭에서 과자랑 초코렛등 안주들을 꺼내고

혼자 온 아저씨는 후라이펜을 가지고 나가더니 소세지를 구워온다.

분위기가 참 좋아서 나도 한몫 거들기로하고 배낭 안을 보니 몇일 전에 따두었던 노루궁뎅이가 아직도 쌩쌩하다!

후라이펜에 참기름 두르고 노루궁뎅이 찢어 넣고 소금 좀 쳐서 달달 볶아 가져와

우선은 아주머니께 미나미알프스에서 한 것이라고 한 젓가락 드리니 눈이 동그레지며 드신다

아저씨도 맛있다고 드시고, 그런데 젊은이들은 뒤로 한 궁둥이 물러나며 질색을 하며 안 먹는단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는 폼이 독버섯을 염려하는 듯,

나는 투머로우 모닝 다이드하고 말하니 모두들 웃는다.

조금 남아있는 버섯을 산장아저씨만 아무 상관없다는 듯 드신다.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가 주방의 뒷설거지를 모두 끝냈는지 들어오셔서 하모니카를 챙긴다.

나를 보고 도라지를 연주하겠다고! ‘?’

도라지가 거실에 울려 퍼지고 나도 마치 이국에서 친척을 만난 기분이다

도라지가 끝나고 나는 아리가도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쌩큐베리마치할수 있는 인사를 다하고

거실안 분위기도 모두 한마음이 된 듯 술렁술렁 기분들이 좋다

연주는 또다시 아리랑으로 이어지고 그리고 일본민요로 이어지고

정겨운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아저씨께 하모니카를 넘긴다

아저씨는 처음엔 손을 저으시더니 일어나 하모니카들을 여러 개 가지고 오시더니

거기서 하나를 골라 입에 대고 후후 몇 번 부시더니 곧바로 연주에 들어가신다.

아주머니의 연주는 마치 공부하여 배운 연주 같은 분위기 이고 아저씨의 연주는 혼자 익힌 듯 한 분위기이다

아저씨의 연주는 한곡으로 마치고 이제 다시 술이 입으로 들어가시고 코가 빨개 지신다

어찌 보면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가슴이 찡하다

산에서의 긴 시간을 보낼 대로 보내고 이제 꿈이 없어진 무력감에 코가 빨개진 아저씨가

나의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제 잘 시간이 된 것 같아 먼저 인사를 하고 이층 다락방으로 오른다.

 

   산장은 어찌 나 튼튼히 지어졌는지 밤바람이 산장 밖에서 웅웅 거리고 산장을 흔들어도

마치 먼 곳에서 들리는 바람소리처럼 기죽어 들린다

이불 하나 덮고 자는데 밤새 추워서 끙끙거리며 그냥 자다가

영 못 참겠어서 옆에 있는 이불하나 더 가져와 덮었더니 그냥 새벽까지 골아 떨어졌나보다

 

 

 

 

924

 

   이제 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아직 캄캄한 새벽에 눈이 떠진다.

캄캄한 유리창 밖으로 바람이 보이고 숨과 함께 들어오는 깊은 산 냄새

캄캄한 밤 속으로 과거는 가고 조금 있으면 오늘이라는 환한 미래가 올 것이다

남알프스는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런지

가만있자 남알프스는 남알프스 대로 스케쥴이 있을 테고 나는 나의 스케쥴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자!’

오늘 2시간거리의 하켄보라야노산장, 253시간거리의 우사기히난고야

264시간거리 히지리평원산장 27일 하산 시라가바소온천

그런데 내일은 비소식이 있던데 오늘 조금 더 걸어서 우사기히난고야까지 갈까나?’

그래 오늘은 배낭을 꾸릴 필요도 없고 계속 내리막길이니까 그게 나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늘이 24! 연장을 안 하였다면 오늘이 귀국 날짜인데 오늘도 내일도 연락을 못 하면 모두들 걱정을 하겠네

앞으로 5일이나 지나야 내려가서 연락을 할 텐데

에구구 할 수 없지! 살아서나 잘 내려가자!’

이런저런 생각 속에 있는 사이에 창밖이 히끄므레해 진다

주위를 보니 내 옆쪽으로 2사람 저 안쪽으로 3사람이 잠을 자고 있다

모두들 깊은 꿈 나라이다! 저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남들이 깰까봐 살며시 일어나 오리털을 챙겨 입고 카메라 들고 비상구등이 켜져 있는 계단을 내려온다

 

 

 

 

오늘도 후지산과 함께 아침을 여는 구나

 

  땅과 하늘이 열린 곳에 후지산만이 있네

  

 햇님은 후지산의 뒷 배경을 붉게 물들이더니 저만치 옆에서 웃으며 나온다

에구 저 하늘의 구름을 햇님이 뚫을 수 있으려나? 하고 조금 기다려 보니

햇님이 회색구름들은 붉게 물들이며 그 속으로 들어가더니

마침내 회색 구름을 뚫고 따스한 아침 볕을 아케이시로 쏟는다

장관이다

  

 

 

어제의 멋진 운해 일몰과 함께 장관의 일출을 맞는다

아케이시는 나에게 큰 선물을 준다

 

 

 

   동쪽 일출자리에서 일어나 산장으로 오면서 오늘 가야 할 산들을 바라보니 꼭데기는 가을이다

오늘 갈 길은 또 나의 발목을 얼마나 잡으려나!

에구 오늘 아침시간도 늦었네

 

 

  해가 두 시간이나 오르도록 놀고 산장에 돌아오니

어제 고항이라 소리쳤던 아저씨는 벌써 아침을 먹었다고 웃으며 잔소리다!

산장휴게실에는 할아버지와 중년여인 커플이 그들이 준비해 온 아침을 먹고 있다

그러면서 내게 할 말이 있다고 영어로 이야기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웠더니,

식탁 위에 있는 스팸과 햇반2, 라면, 컵라면을 가리키면서 산장아저씨가 나한테 주는 것이라고 전해달라고 한다

산장아저씨는 그 옆에서 난로 위에 있는 주전자를 잡고서 멋쩍은 얼굴로 앉아있다

? 의아해하면서 두사람을 번갈아서 보고 있자니 이야기를 전해주던 여인이 눈물이 난다고 시늉하는 것이 정말인가보다!

너무 가슴 벅차고 할 말이 없어서 아저씨의 팔을 꾹 잡아 준다 아리가도고자이마스

아저씨는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머쓱은 표정으로 눈을 돌린다.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가 아침을 먹으란다.

거실로 들어가 보니 쟁반에 밥을 차려놓았다

가슴 뭉클쿵클하여 기념사진 한 장 찍고는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다시 한번 거실 안에 있는 버스시간표나 일기등 정보를 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들어오신다.

마침 27일 갈 예정인 온천이 예약을 못해서 걱정인데 한번 부탁해 보기로 하고 말을 꺼낸다.

지도를 가지고 와서 펼쳐놓고 24일 하켄보라야노 25일 우사기 26일 히지리평원 을 찍고 27일 시라가바소온천

부킹하고 이야기하는데 벌써 이야저씨는 무슨 이야기 인지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휴대폰을 켠다

그리고 시계를 보더니 이제 7시반이라 전화를 받을지 모른다는 표정이다

그러다 한번 해봐야지 하고 결심을 하셨는지 전화버튼을 누른다.

핸드폰 저쪽에서 모시모시 하니 예약문의를 하고 내이름과 코리아를 이야기 해준다

에구 어찌 이러한 고마운 일이!’

나는 너무 고마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없나 생각하다가

어제 보았던 돌의 위치를 다시 한번 정확하게 가르쳐주려고 이걸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 아저씨는 또 전화를 걸더니 나를 바꿔준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영어로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영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이리저리 단어를 생각하다가 노 프로브름이라 이야기를 해준다

상대편은 이야기 거리를 잊어 먹었느냐고 또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다시 전화기를 아저씨에게 드린다.

전화가 끈기고 상대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아래 등산구 입구에 있는 사와라지마라는 큰 산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혹시나 그쪽으로 내려가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서 이름을 물어보니 사라라 가르쳐준다.

나는 다시 바디랭기지로 지도의 마에아케이시를 가리키고 그 아래 100m 내려가 등산로에서 10걸을 정도 떨어진 곳에

사진 속의 돌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는 표정이다

그리고 아저씨는 내가 히지리평원에서 하산을하여 히지리등산구에 도착을 하면 사와라지마에서 2시차가 있고

하타나기댐에서 3시에 내리고 40분 걸어서 340분경 시라가바소 온천에 도착을 할 거라고

하얀종이에 지명과 시간을 적어서 가르쳐준다.

그리고 시즈오카까지 가는 버스는 이 시라가바소에서 14시 버스를 타고 2번을 갈아타야한다고

벽에 붙어 있는 버스시간표를 보여주며 이야기 해준다

나는 이 아케이시히난고야는 930일 까지 영업인데 영업이 끝나면 어디 있느냐 물었더니 시즈오카에 있단다

혹시 돌아가면 감사의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아 주소과 이메일번호를 받아 주머니에 잘 넣는다.

이제 시즈오카까지 가는 버스도 알았고 신나게 돌아다니는 일만 남았네 z

고맙다고 하고 일어서는데 아주머니가 포장지에 싼걸 들고 와서 나에게 준다.

오니기리 벤또 라고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인다

배낭을 꾸리는데 아저씨가 준 부식 보따리에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이 인다

사람의 정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부식이 생겼으니 아라카라산장에서 받은 쌀이 남을 것 같아 반을 덜어서 탁자 위에 놓는다.

 

나오면서 벽에 걸려있는 기념품들 판매소에서 뭔가 사줄게 없을 까 보니

털보그림과 아케이시산장이라 적힌 반팔 티셔츠가 있어 하나 고르고 작은 열쇠고리 하나를 골라

3000엔을 주니 2000엔 티셔츠값만 받고는 1000엔은 내 손에 쥐어준다.

에구구 에구구.....’

너무나 고마운 두분과 사진한장 찍 어 남긴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 더니

하늘높이 회색구름이 드리워져 햇님은 그 속에서 힘도 못쓰고 있고

동쪽에는 후지산이 아직도 아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섯고

서쪽에는 중앙알프스와 멀리 뾰족뾰족한 바위봉우리가 보여 지는 북알프스까지 구름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가면 언제 오나노래가 입속에서 삐죽 나온다.

이제 내려가면 또 언제 올까 한참을 잔돌위에 앉아 아케이시에 머물러 보지만 갈 사람은 가야지!

길은 이제 아케이시산을 한참동안 내려간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다가오는 가을 가을산

많이도 내려왔는가? 아케이시에서는 저 아래 보였던 하켄보라야노평전이 눈앞에 넓직히 자리 잡고 있다

산중의 너른 평전!

그 평호로움 속을 걷노라면 오랜 옛날 마치 이곳에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너른 풀밭 안으로 텐트사이드만한 공간들이 나와서 마음을 자꾸 이곳에 앉게 한다

길은 계속 산을 내려와 숲으로 들어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숲의 색깔들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넋이 나갈 지경이다

 

 

 

 

 

 

 

 

 

 

   숲속에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탁 트인 시야로 붉은 지붕의 산장이 들어온다.

90년도 지리산의 산장들처럼 요소요소에 텐트사이드가 박혀 있다

수량도 풍부해 산장 옆을 지나는 산속의 계곡은 마치 시냇물처럼 평화로웁다.

텐트사이드에 배낭을 내려놓고 시계를 보니 12! 좀 이른 시간이다

'날씨도 꾸물꾸물하니 오늘 어디까지 갈 지 조금 생각해 보자' 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산장 쪽으로 간다

좀 큰 규모의 숲속에 있는 이 하켄보라야노산장은 어제까지 영업을 하고 오늘은 직원들이 정리를 하고 있다

정리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였더니 이직원은 어디서 왔느냐 등등 몇마디를 물어본다

그리고는 이 직원이 하는 말이 오늘 오후부터 비가 와서 모레까지 올 거라고 한다

내일부터 온 다는 비가 왜 이리 빨리 온담!

그러면 이 폭 박힌 숲속에서 몇 일 동안 갖혀 있을 수는 없지

새벽에 생각한대로 좀 무리를 하여 다음 텐트사이드까지 가보자!

고맙다고 말을 하고 배낭을 내려 놓은 텐트사이드로 가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에 발을 담그고

아침에 아주머니가 챙겨주신 벤또의 포장지를 벗기니 김으로 싼 아주 통통한 주먹밥 4개가 나온다

남은 밥을 모두 넣었는지 얼마나 통통한지 모른다

돈으로는 살 수도 없는 도시락 이다

우엉조림과 매실장아찌가 들어있는 통통한 오니리기에 눈물이 나서 2개밖에 못 먹고 남은 것은 다시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