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높은 산에는 왜 가는 걸까?
불가능 이 없는 청춘동안 높은 산을 다녔어도 알 수 없는 해답........
지난 3월, 대장님의 권유로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계획하고
우선은 인터넷으로 자료들을 찾아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북알프스의 사진은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여기저기 서핑을 하다 보니, 남알프스 라는 곳을 보게 되었는데
'어~어 이거이 마음에 쏘옥 들어오네'
남알프스 는 일본의 시즈오카, 나가노, 야마나시현에 걸쳐 있는 남북120Km 동서40Km의 광대한 산지로
일본제2고봉인 기다다케(3193m)를 중심으로 3000m급 산이 10봉 2500m이상은 36봉이나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리는 산이다.
남알프스를 종주 하는데 보통 십일 이상의 기간이 걸리며 코스는 차우스다케에서 기다다케로 향했으며
거의 대부분 비가 내리는 날이 많으며, 오후에는 항상 가스가 찬다.
중간중간에 산장이 많으나 숙박은 보통 5만원꼴 아침은 1만원 저녁은 2만원꼴
차우스다케는 시즈오카에서 택시를 이용하고
기다다케는 히로가와라라는 곳으로 하산하여 고후라는 도시까지 버스를 이용한다
몇일 동안 내가 알아낸 정보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우선은 어느 코스로 갈 것인가?
차우스다케에서 오르고 싶은 마음이 컷으나, 대중교통 편을 알 수 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대중교통이 확실한 기다다케를 기점으로 하여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고후라는 곳에서 가깝고, 또 저렴한 저가 항공편도 있는 나리타공항으로 항공편을 정한다
그리고 산행은 9월달, 산행기간은 보름정도, 숙박은 야영으로
식사는 산장이 있는 곳에서는 사먹는 걸로 정하는데도 3개월이 걸려서
6월이 되어서야 항공편을 예약하는데 3월달엔 편도 4만원이었던 요금이 편도7만원이 되었다.
왕복 6만원이 올랐어도, 그래도 제주도행 비행기 값으로 일본행 비행기 표를 끈은 셈이다
날짜는 9월8일에서 24일...
50만분의1 지도는 객꾼님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로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주문을 하였는데
받아 보니 남알프스의 북쪽 반만 들어있다
남알프스 종주기록이 가장 잘 기록 되어있는 산유화님의 블로그를 보고 외람되지만 자료요청을 하였더니
선뜻 나머지 반이 들어 있는 지도를 직접 손으로 건네주신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산유화님은 블로스상에서 보면 엄청 딴딴하시고 강한 카리스마가 흘러 넘치시는데, 내 첫인상은 참으로 부드러워 보이셨다)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안는 산 이름들을 적어가며 종주계획을 세워본다
식량을 모두 가지고 갈 수 없으므로 중간중간에 위치한 산장에서 매식을 하기위해
산장 중심으로 코스를 잡는데 보통 지도상으로 3시간거리를 하루일정으로 잡으니
차우스다케로 하산하는 것은 무리여서, 중간의 아케이시다케라는 곳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다행히 인터넷 상에 아케이시다케로 오른 사람이 있어 자료를 참고하는였더니
하타나기댐에서 아케이시다케하산지점인 사와라지마라는 곳까지 버스가 다니는 모양이다
하타나기댐에서는 시즈오카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은 안 나와 있으나 설마 도시로 나가는 버스가 없으랴...
2,3일 여유를 두고 하산을 하면 되겠지
이렇게 계획을 잡는 데 또 3개월...
8월 말이 되어서야 장비 점검을 하는데
우리나라 보다 남쪽에 있으나 고도가 3000m 이니 가을장비를 챙겨야 하나 겨울장비를 챙겨야 하나?
높은 산에서는 기온이 갑자기 떨어 질 수 있으니 초겨울 준비를 해 보자
침구는 일인용 텐트에 겨울침낭, 에어메트리스와 바닥깔게
의류는 오리털파카와 바지, 파일상하의, 얇은여름상하의, 비옷상하의, 속옷과 양말
식사류는 잡곡밥을 지어 눌려서 말린 것 10끼, 신라면5개, 반찬은 미역, 북어, 고추장, 마늘, 참기름, 소금
행동식은 육포, 잣, 호두, 건포도, 흑마늘, 건빵3개와 땅콩버터, 사탕,
차류는 카누에헤즈럿을섞은것, 전지분유가루, 당귀와대추, 설탕
(몇날몇일 생각하여 줄이고 줄인 짐이 공항카운터에서 재보니 20Kg 이네~~)
경비는 만엔짜리 3장과 오천엔짜리 20장 (환율은 100엔 = 1,014원 제일 비싼 시기였네)
언어는 영어 아는 단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만큼 숫자, 일본어 아는 언어 열손가락 이내
과연 살아서 다시 돌아 올 수나 있을 까?
9월8일
드디어 9월8일 5시 커다란 배낭을 등에 업고 그동안 기거했던 언니집 문을 연다
신세벽의 신선한 공기가 벌써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8시30분 제주항공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2시간여 만에 비행기가 심하게 덜컹거리더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땅에 내린다.
입국 심사서 에 아는 대로 다 적었는데 목적지 호텔네임을 안 적었다고 적어 오란다
호텔을 모른다고 하여도 막무가내 여서 안내인에게
‘호텔노부킹’ 하였더니 ‘어디를 가느냐’ 물어서 ‘고후’로 간다 하니 ‘고후 인 원 호텔’이라 적으라 한다.
에구 호텔 예약을 못 하여서 입국도 못하는 줄 알았네~~ ㅋ
무사히 통과하여 짐을 찾아 나서는데 앞에 또 검문대가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보니 모든 사람의 짐을 다 열어서 가방 안을 세세히 다 보는 것이다
배낭을 싸는데 한시간이나 걸리는 배낭을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보니 내 차례가 왔다
우선은 작은 보따리를 열어보니 텐트와 휴지, 라면 등이 나온다
공항직원은 하나하나 살펴보며 ‘일본은 왜 왔냐’ 묻기에 ‘미나미알프스 트레킹’ 왔다고 대답하니
‘스고이’ 라 말하며 , ‘큰 배낭에는 무엇이 있냐’ 고 묻기에
텐트, 슬리핑백, 다운파커 등등이라 표현을 하였더니 친절히 웃으며 배낭은 열어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아리가도고자이마스"를 외치며 배낭을 메고 나간다.
나리타공항은 1,2,3, 터미널이 있는데 이곳은 3터미널로 좀 작은 규모이다
우선은 안내데스크로 가서 지도를 펴 놓고 고후를 가리키니 리무진버스티켓이라고 써 져있는 곳을 가리킨다.
고후버스는 시간은 1시30분으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단다.
티켓을 구매하고 일본에서의 첫 음식을 먹으로 가서 고작 고른 메뉴는 ‘나가사키짬뽕’
시원하니 맛은 있는데 특별히 일본의 맛 이라고는 모르겠다.
탑승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으나
답답한 실내보다 비가 오는 밖이 좋을 것 같아
비가 오는 리무진버스 탑승구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추적추적 가는 비가 아무것도 안보이게 만든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경험도 없는 이국의 땅에서
그동안 나대고 설치던 마음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목표는 오직 하나 오늘밤 ‘고후’라는 곳에서 잠을 자는 것 이다
재촉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 기다리던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승강장으로 들어서서 나를 싣고 빗속을 나선다.
버스는 큰 빌딩들 사이를 지나 눈에 익은 나무이파리들이 보이는 시골길로 들어서더니 작은 휴게소에서 선다.
습관처럼 화장실을 들르고 맛나게 생긴 빵과 커피를 사들고 버스에 오르니 차는 작은 휴게소를 미끄러져 나간다.
마음은 멀지만 몸은 가까운 나라라서 그런가? 자연환경들은 우리나라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얼추 종점이자 나의 목적지인 고후에 다가가는 시간이 되자 버스는 정류소가 잦아 진다.
그런데 지금 막 선 정류소 이름이 무슨 溫泉이다
잠깐 동안 망설여 본다, ‘이곳에서 내려서 온천호텔에서 쉬면 참 좋겠는걸!’
하지만 목적지인 고후라는 곳이 어떻게 생겼고,
또 내일 산행입구 히로가와라로 가는 정확한 버스시간도 알아야 되니
우선은 고후에 가서 히로가와라행 버스티켓을 끈은 후 여기 와서 자야지!
차안에서 고후까지 가는 길을 익히려 눈을 반짝 거린다
드디어 고후! 온천에서 20여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승강장들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고 저기 저편 승강장에 눈에 익은 한자가 보인다.
세상에나 그렇게 외우려 해도 ‘하지가와?’ ‘하지마라?’ 정확히 외워지지도 않던 廣河原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러한 것이 생존 능력이라는 것인가?
외워지지도 않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글자를 낯선 이곳에서 보자마자 알아본다는 것!
기쁨에 차서 버스티켓 파는 곳에 가서 지도를 펴놓고 히로가와라(廣河原)를 가리키니
일본말로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내가 못 알아 들으니 세상에나! ‘노 버스’ 란다
엥???? 저기 프랭카드는 무엇이고?
무척이나 놀래하면서 프랭카드도 가리키고 하였더니 직원이 나보고 ‘차이니스’냐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작은 모니터를 내쪽으로 보이며 韓國語를 누른다
잠시 후 모니터에서 통역관 모습이 보이고 "고객님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하고 한국말로 묻는다.
나는 ‘남알프스 가는 히로가와라행 버스시간을 물었어요’ 하니
통역관은 직원과 이야기를 하더니 내게 다시 통역을 해준다
‘태풍이 와서 내일은 히로가와라행 버스가 운행을 안 한답니다!’
그럼 모래는? 모래도 아직은 스케줄이 없단다
그럼 다른버스편은? 다른버스편도 없단다!
....................
우리나라는 태풍이 와도 산입구 행 버스는 다니는 데 여기는 아예 버스부터 차단을 하네!
아니 비나 억수로 많이 와야지 이해를 하지 내 보기엔 이슬비만 내리는데!
.......................
아무리 혼자 생각해 봐야 뾰족한 수는 없다.
오늘은 아까 본 온천에서 잠을 자는 걸로 정하고 그 온천 행을 물으니
버스정거장과 붙어 있는 바로 앞 고후역 에서 열차를 타면 된단다.
열차티켓을 끈어 고후행 열차 승강장에 가서 고후행열차를 기다려서 타니 세정거장 째가 온천이다
온천 역에 내려서 비 오는 거리를 걷는 데 도데체 호텔이나 여관이라 적힌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배낭은 무겁고 비는 오고 해서 가까운데 보이는 '호텔 인포메이션'이라고 적인 점포 문을 열고 들어가
호텔을 물어보니 지도를 가져와서 여기저기를 가리키는데 금액이 13000엔이라고??? 엥?
나는 3000엔짜리 호텔을 묻고 싶었지만 터무니 없을까봐 그럼 5000엔짜리 호텔은 없느냐 물으니
이곳 온천지역에는 없고 고후역에 가면 비즈니스호텔들이 많으니 그곳으로 가라한다.
에구! 무거운 배낭을 지고 비 오는 거리를 더 헤멜 수는 없고,
하는 수 없이 다시 고후로 가는 수밖에 200엔짜리 티켓을 끈어 다시 고후로 와서
혹시나 싼 방이 있을까? 하고 조금 전에 갔던 버스정류장 쪽이 아닌 다른 출구로 나가 걸어 보는데
에구 10분을 걸어가도 호텔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까 그 버스정류장 근처가 더 번화한 것 같아 다시 그곳으로 간다.
해는 벌써 저물어 날은 깜깜하지만 도시의 불빛으로 거리는 훤하다.
우리나라 모텔과 같은 모양의 호텔이 보이는데, 가격이 비쌀 것 같아 여기저기 더 발품을 팔아보기로 한다
골목의 구석진 곳에 旅館이라고 한문으로 적힌 곳이 있어 들어가 보는데
그야말로 여인숙 같은 분위기 이다. 가격을 물으니 5000엔 이란다.
에구 "스미마셍" 하며 뒷걸음질 쳐 나온다.
이렇게 된 바에야 호텔이라고 당당히 적인 저 곳의 요금은 얼마인지 물어나 보자하고,
멋진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가 싱글룸 가격을 물으니 7500엔 그것도 평일이라 디스카운트 한 가격이란다
풀이 죽은 나는 산행이나 끝났으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기에
다시 허름한 여관방으로 가서 가격을 흥정해 보기로 한다.
어자피 내일 버스가 안 다니면 이곳에 있어야 되니까 이틀을 묵기로 하고 7000엔에 흥정을 해본다.
"오케이"!
주인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좁은 층계를 올라가는데
여관 안은 그래도 우리나라 여인숙 보다는 훨씬 깨끗한 느낌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 꼭데기 3층 방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무척이나 깨끗하다!
다다미방에 일인용 침구가 깔려 있고 한쪽에는 앉은뱅이 탁자가 놓여있는데
오래된 듯 보여도 깨끗하고 청결하게 보인다.
배낭을 방에 내려놓고 욕실과 화장실을 구경하러 가는데 화장실은 3층에 있고
욕실은 지하실에 있는데 마치 일인용 목욕탕 같이 수도꼭지 하나 샤워꼭지 하나
그리고 일인용 욕조보다 조금 큰 싸이즈의 탕은 뜨거운 물이 받쳐 있는지 뚜껑을 덮어 놓았다.
깨끗하니 좋아서 "오케이" "오케이" 하고 방에 들어와
9월8일 9월9일 이틀 7000엔 영수증에 이름을 적고 대금을 지급하고 영수증을 받는다
참! 밥은 전혀 제공이 되지 않으니 밖에 나가 사먹거나 도시락을 사먹으란다.
휴! 이 작은 공간이 오늘밤 나의 집이다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사람의 손길이 깔끔하게 간 깨끗한 숙소에서는 충분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짐과 마음의 짐 모두를 내려놓고 나니 배가 고플 수밖에
더 늦기 전에 밖에 나가 저녁을 해결해 보기로 한다.
기웃기웃 음식점들을 기웃거려 보는데 가격이 모두 2, 3천엔 우리나라 돈으로 2,3만원대
그렇게 주고 먹는다하여도 입맛에 맞으라는 법도 없고
이제 첫날인데 돈을 무작정 쓸 수 도 없고 해서 눈에 익은 훼미리마트로 가서 보니
우리나라 훼미리마트 보다는 좀 많은 종류의 김밥이나 초밥, 그리고 돈까스 까지
여러 종류의 도시락들이 우리나라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가격으로 써 져있다.
이것저것 보다가 마음에 드는 가격의 초밥과 오뎅을 사들고 여관방에 들어온다.
낮선 이국땅의 거리이지만 글자만 일본어 글자이지 우리나라 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는 읽은 줄 모르지만 눈에는 그리 낯설지가 않타-
9월9일
후두득 빗소리에 눈을 뜨니 커튼 쳐진 창문이 훤하다.
이국에서의 처음 맞는 아침은, 처음 빨은 새 이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듯 상쾌하다
탁자 위에 놓인 녹차 잔에 포트 속의 뜨거운 물을 부어 따스한 녹차로 몸을 깨운다.
푹신한 이부자리에서 따스한 녹차를 마시며
‘오늘은 무얼할까?’ 생각하니
‘그래! 온천에나 가서 온천목욕이나 하고 오지 뭐!’
‘그리고 산행용 가스2개를 구해야 하고!’
아침은 마트에 나가서 도시락과 따스한 국물을 사가지고 와 하숙방 같은 좁은 방에서 해결을 하고
늦은 아침 작은 쌕에 여벌옷과 세면도구를 챙겨 여관을 나선다.
간간히 내리는 비 사이로 하얀 구름이 왔다 갔다 하며 푸르른 하늘빛이 보일 듯 말듯 한다.
‘오늘은 비가 그치겠는걸’ ‘그러면 내일은 산에 갈 수 있겠지!’.
역으로 가서 200엔짜리 티켓을 끈어 또다시 2번 플렛홈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어제 온천으로 가는 열차를 타 보니 급행 완행이 있는 듯
갈 때는 세정거장 째였던 열차가 올 때는 논스톱으로 고후까지 왔으니
짧은 거리이지만 한번 열차로 왕복을 해 보니
이미 일본의 모든 철도를 이해한 듯 자신감이 생겨서
다음 열차가 오길레 묻지도 않고 열차에 오른다.
‘근데 이상하다~~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었는데~~’
열차는 발차한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정거장에 설 생각을 않고 빠른 속도로 달린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알고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니
이 승무원 뭐라고 한참을 일본말로 하더니 논스톱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그럼 어제 그 두 종류의 열차 외에 또다른 종류의 열차가 있었단 말인가?’
승무원은 내게 열차 스케쥴표를 보여주는데
여러 정거장을 한참 더 지나서 ‘다카오’란 정거장에 스톱을 한단다.
승무원은 내 티켓에 몇 자 적더니 도장을 꺼내 꾹 찍어주며 다카오에서 체인지하란다
그렇타면야 인제부터 여유이다
돈 안내고 특급열차를 탔으니 더 신나는 일이지.
여유가 생기니 열차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비는 그쳐서 간간히 파란하늘이 나오고 있고,
마치 동화 속 같은 작고 깨끗한 잘 정돈된 시골집들이 지나고,
빽빽한 숲들이 울창한 산을 지나고, 그런데 그 산의 계곡물들은 온통 흙빛 진흑탕물로
마치 댐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흘러가고 있다
‘와! 이지역에는 비가 많이 오긴 왔나보구나!’ 과연 태풍이 오긴 왔었네
기차는 40여분 만에 다카오라는 역에 선다.
역의 플렛홈은 대부분 오래전의 서울역처럼 플랫홈이 나란히 여러개 있어서 여러지역으로 가는 듯 하다
일본은 철도의 나라라 하더니 과연 철도가 전국 모두를 연결하는 듯하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아타기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듯하다
다만 그 금액이 좀 비싸서 문제이지
다시 고후 쪽으로 가는 열차 플랫홈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니
맛있는 냄새와 함께 몇몇 음식점들과 빵가게 편의점 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찰구를 나가야지만 있는 마켓들인데 이곳은 개찰구 안에서도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기 다카오는 동경시 란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바에야 맛있는 점심이나 먹고 가자하고 음식점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 무인티켓박스가 있다
원하는 그림을 누르고 돈을 투입하면 티켓과 잔돈이 나오나보다.
맛있게 생긴 국수와 튀김 두유가 그려진 그림을 누른다.
티켓을 들고 들어가 티켓을 주니 또 뭐라고 물어 본다
자세히 들어보니 차가운것이냐 뜨거운것이냐 물어보는 듯
따스하것이라 대답을 하고 좌석에서 기다리니 조금 후에 그림과 똑같은 음식이 나와서 가서 들고 오는데
튀김이 들어 있는 따스한 메밀국수에다가 두유가 아닌 낫또 한그릇이다
맛은 있는데 많이 짜서 물을 부어 먹어야만 했다
민생고도 해결하고 볼일도 보고 느긋하게 고후행 플랫홈에 가서 열차를 기다린다.
열차가 들어오길레 이번에는 옆에 줄서있는 사람에게 온천행 티켓을 보여주며 고후행이냐 물었더니 맞단다
40분만에 온길을 한시간 이상 오래오래 걸려 되돌아온다.
역시 실수란 더큰 경험을 얻는 것 인가보다
이번에는 오전의 섣부른 자신감보다 더 많은 자신감으로 일본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든다.
그러다 보니 스물스물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
‘계획한 12일의 산행은 너무 짧은 것 아니야?’
‘태풍 때문에 산행하는데 얼마큼 지장이 있을지 모르잖아?’
올 때부터 기간이 잛지 않을까? 고민을 하였었는데
이렇게 일본을 다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은 지금은
12박의 산행과 하산후 온천3일의 일정이 너무 짧은 듯 목을 죄어 온다
일분 일분 시간이 흐를수록 산행도 못하고 내려올 듯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니에게 문자를 한다
‘언니 비행기표 좀 연기해줘’
혹시나 해서 오기 전에 언니에게 비행기표 연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제 와봤던 온천역에 내려서 어제 걷던 길을 걸어가면서 온천목욕탕을 찾을 궁리를 하는데
역전에 그려져 있는 호텔도 안보이고 목욕탕그림도, 목욕탕처럼 생긴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목욕탕을 물어볼라고 해도
목욕탕이란 영어도 일본어도 몰라서 물어볼레야 물어볼 수가 없다
혹시나 바디랭기지가 통할까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세워서
나름 열심히 바디랭기지를 해보는데 이사람은 도저히 알아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시간은 벌써 오후3시를 넘어서고 있는데 온천목욕탕도 못 찾고 가스를 파는 곳도 찾지를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이지역 작은 지도에 있는 소공원에 가보기로 하고 목적지를 목욕탕 찾기에서 공원길로 돌린다.
마침 공원 가는길 건너편에 대형 마트가 보이길레 들어가서 가스를 물어보니 부탄가스만 보여준다.
아무래도 골뱅이 가스 파는 곳은 없는 것인가?
마트에서 군거질거리를 사서 나오니 옆에 약국이 보인다
오늘 아침부터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더 심해진다.
근래에는 두통이 없었기에 비상약으로 늘 가지고 다니던 타이래놀도 비상약상자에서 없어진지 몇 년째
‘타이래놀 몇알 정도는 넣어올걸 생각을 못 했네’
약국에 들어가서 타이래놀을 이야기하니 타이래놀 한각을 내온다 낫알로는 판매하지 않는단다.
하는 수 없이 6천원상당의 비싼 값으로 타이래놀 한각을 받아 우선 한알을 먹고
약국 문을 나와서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
드디어 공원에 도착하니 도시속의 자그마한 공원엔 멋진 나무 몇 구루
그리고 이쁜 정원과 오래된 사찰이 있고
입구에는 온천물족탕이 있는데 한 학생이 앉아서 족탕을 하고 있다
‘온천목욕탕은 찾을 수 없고 족탕이라도 해야겠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깨끗한 온천물이 깨끗한 타일로 만든 족탕길을 돌아 나가고 있다.
깊이는 30cm정도, 의자 뒤로는 대나무 칸막이도 되어 있다.
학생과 칸막이 하나를 두고 앉아 발을 담가본다 우와 따뜻하고 좋은걸
어자피 온천목욕탕 찾는 일도 포기 하였으니 오늘은 기차여행과 족탕으로 만족해야 하나보다
2시간여를 따스한 온천물에 족탕을 하고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종이 울리더니 계속 철철 흐르던 온천물이 뚝 그쳐 버린다
이 온천물도 나오는 시간이 있나보다!
빨개진 발을 꺼내 물을 닦고 좀 쉬었다가 온천역쪽으로 향해 걷는데
여관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의 안내판에 한문으로 1일 석식과 숙박이 5000엔이라고 적혀있다
에구 이런 온천여관이 있는 줄 알았다면 여기서 묵었을 것을
유리문 안에는 스모선수처럼 생긴 남자가 유가타를 입고 허연 가슴을 드러내고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다음에 이곳에 올 일이 있으면 꼭 이곳에서 묵어야겠다고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두고 역으로 향한다
고후역에서 내려 내일 떠나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티켓부스에 들어가니
'엥 내일도 히로가와라행 버스가 없다고??'
이 무슨 청청 날벼락이여? 비는 그쳤는데도 태풍 때문에 버스가 운행을 안한다니!
기가차고 코가찬 노릇이다!
‘에구 그렇다면 내일은 아까 봐든 온천여관에서 자야하는 것인가?’
그거는 그렇고 우선 저녁은 어찌할까 하다가 고후역사에 있는 쇼핑몰에 들어가니
시간이 늦었는지 도시락과 튀김들을 세일 하기 시작한다
30% 세일하는 가격으로 맘에 드는 도시락을 사서 여관방으로 향한다
내 나름의 여행시 터득한 것이라면
모르면 몸으로 때우든 시간으로 때우든 돈으로 때우게 된다
그리고 여행 전의 각오라면
여행 중 최악의 상태는 목숨을 잃는것이고
둘째는 타인으로부터 상해를 입는것
세번째는 병을 얻는 것
네번째는 돈이나 짐을 잃어버리는 것
그런 생각으로 여행을 다니니 크게 두려울 것도 없고
무슨일이 닥쳐도 미리 각오한 일이니 담담할 수 있는 것 같다
‘에고 오늘은 시간과 몸으로 때운 하루였네’ ‘덕분에 철도여행이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여관을 발견하였고’
온천 대신 여관방 조그마한 욕실에서 샤워하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탕 속에 들어가 온천욕을 대신하고
방에 들어가 포근한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 누웠는데
언니에게 문자가 온다
‘비행기표를 10월 1일로 연기를 하였다고 거금 115,000원이 들었다구, 재미있게 잘 놀다 오라구!!’
‘생큐 베리베리마치요~~’
대장님께 문자를 남겨놓는다 ‘비행기표 연기하였어요~~’
아이구 내일은 어찌 해야 하나 히로가와라행 버스가 정말로 안다닌다면
낮에 봐두었던 온천여관에서 하루를 더 묵어야하나?
다시한번 지도와 버스티켓부스에서 가져온 버스스케쥴표를 보는데
엥~~ 가만히 보자 이거 어디선가에서 본 지명인데 영문으로된 글자를 읽어보니 아시야스온천이라!
남알프스종주 블로그상에서 한번쯤 보았던 온천이름이다
그런데 그온천이 히로가와라버스스케줄표에 히로가와라버스정류장 전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은 이곳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자 그래서 그 온천에서 하루를 묵으면 되지뭐!
그래 내일은 이 도시 고후를 떠나는 거야!
쿠우루 쿠우루 쿠우쿠울~~
9월10일
비갠날 아침! 바다건너 이국땅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다
약간 흐린 하늘이지만 비는 완전히 개어있다.
혹시 오늘아침에는 히로가와라행 버스가 있다고 할지도 모르지 아니면 아시야스온천에서 하룻밤 더 지내든지
원래대로의 버스시간은 9시 50분인데 지금시간은 7시
따스한 녹차한잔으로 몸을 깨우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본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정이니 따스한 물에 샤워하고
어제 30% 세일가격으로 사 놓은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을 하듯 배낭을 꾸리고 시계를 보니 8시30분 좀 이른 시간이지만 일찍 나서본다
역시나 버스는 오늘 운행을 안 한다고 더군다나 아시야스온천까지 가는 버스도 없다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조금은 막막하다 어찌할까?
어제 봐둔 가까운 온천여관으로 가나?
아니야 날씨도 이렇게 맑은데 하루를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까운일이지
혹시 합승이 가능할지 모르니까 택시 승강장으로 가보자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 택시 승강장에는 택시승차를 돕는 도우미가 승강장에 있어서
택시 타려는 사람이 오면은 택시문을 열어주고, 택시가 떠나는 것을 보고, 다음택시를 대기시키고 한다
나는 가격이라도 물어볼 양으로 서있는 택시로 다가가니 도우미아주머니가 택시 문을 열어준다
나는 버스스케쥴표를 열어 아시야스를 가르키며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가격을 이야기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도우미에게 종이와 볼펜을 주니 8000엔 이라 적어준다
“스미마생” 웃으며 택시에서 물러난다 80,000원이라?? 에구구 생각좀 해보자
그런데 다시 승강장을 살펴보니 아시야스행 요금은 9,800엔이라 적혀있다
‘그나마 싸게 불러준 가격이지만 그것도 내겐 비싸지!’
‘그래도 만약에 내가 이 도시에 하루 더 머문다면 적어도 7,000엔정도는 쓰겠지’
‘그렇다면 다시한번 7,000엔으로 깍아보자’
순서를 기다려서 들어오는 택시 기사들의 인상을 보니 별로 좋은 인상들이 없다
마침 머리허연 좋은인상의 택시기사가 택시를 대기에 얼른 가서 이번엔 내가 먼져 이야기한다
아시야스 옆에 7,000엔 이라고 적어서 보여주니 머리허연 기사아저씨는 오케이한다
..........
‘좀 무리해서라도 산입구로 가는 것이 마음편하지’
‘그런데 가스를 구입하지 못해서 어찌한다지’
‘만약에 산장에서도 구입하지 못하면 가지고 온 라면이나 커피는 무용지물이 되는데’
혹시나 하여 기사아저씨에게 가스를 이야기하는데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 같아서
핸드폰속의 사진들 중에 가스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가스를 가리키니 기사님은 알아들었다는 표정이다
차는 한적한 도시를 지나서 도시의 막바지를 조금 돌아 나가니 멀리 등산장비점이 보인다
기사님은 웃으며 나를 보신다 나 역시 오케이오케이하고 박수를 쳐준다
등산장비점 입구에서 내려 문을 여는데
‘오마이갓’ 오픈시간이 10시란다.........
내가 문을 열지 못하자 기사님도 택시에서 내려 문쪽으로 오셔서
역시 안내판을 보고는 낙심 하신다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하고 차안으로 들어왔는데
기사님이 본인 핸드폰을 열더니 가게입구에 있는 전화번호를 누르신다
집이 가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전화는 벨만 울릴 뿐 목소리가 없다
전화를 끈고 이번에는 차에 비치된 무전기를 틀고 교신을 하시는데 오랫동안 일본말이 오고간다
무슨말인지는 모르지만 전화를 끈고 또다시 기사님이 무어라 이야기하는데 알아들을 수 가 있어야지
그냥 가자는 시늉만 해 줄뿐이다
찻길을 조금 더 가니 수리중인 마트가 나오는데
그곳에 정차를 하여 무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역시 안드로이드언어이다
다시 차를 돌려 가는데 이상하지 산쪽이 아니라 고후쪽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가신다
나는 기사님께 아시야스글씨를 보여주니 기사님은 가스를 이야기 하신다
아마도 가스를 사러 고후로 돌아가시는 중이신가보다
아이고 이를 어째 노우노우 하고 나는 아시야스 글씨를 다시한번 보여드린다
그러는 사이에 택시 미터기는 자꾸 숫자를 바꾸고 있고
기사님은 낙담하는 표정을 지으시며 차를 돌리신다
차는 이제 좁은 도로의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 산골로 들어선다
이제사 산에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를 어째 택시 미터기가 7000엔을 넘어서고 있다
기사님은 미터기를 보시더니 7300엔에서 미터기를 꺼버린다
에구구 이를 어째 죄송하고 죄송해서야 원~~
차는 이제 본격적으로 구불구불 산 길을 올라서고 있다
S자로 굽어선 산길들을 한참을 올라서니 드디어 집들이보이고
아시야스온천마을이 보인다 차는 뜨문뜨문 온천호텔이 있는 곳을 또 한참을 지나서 주차장인 듯한 곳에 선다
에구구 아마도 미터기로 2000엔 이상은 더 올랐으리라는 생각이든다
혹시나 더 달라고 하면 또 깍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지갑에서 7000엔을 꺼내서 드리니
“아리가도”하고 흔쾌히 받으시고 내 짐을 내려주신다
감사하고도 죄송하여라.....
짐을 받아들고 고마운 마음에 공손히 인사를 드리니 아저씨는 웃으며 나를 가르키며 ''스포츠스타일이라 하신다
이 또한 고맙다고 받아들이며 떠나는 택시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담뿍 담아드린다
배낭을 메고 주차장 너머 아마도 버스정류소인듯한 곳으로가니 티켓부스가 있고 버스스케쥴표가 있다
혹시나 하고 티켓부수를 두두리니 부스스한 차림의 남자가 나온다 히로가와라버스하고물으니
엥? 10시20 시간을 가르킨다? ‘투데이?’ 하고 물으니 맞다는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게무슨일이람 산입구까지 오는 버스는 없는데 산 안에서는 버스가 있다구?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무조건 아무정보라도 눈에 넣어 놓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기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정류장에 있는 인포메이션의 인쇄물들과 등산지도등을 관심있게 들여다본다
드디어 마을버스처럼 생긴 작은 산악버스가 정류소로 들어서고
버스에 오르니 버스는 어디서 왔는지 벌써 큰 배낭을 옆에 놓은 산꾼들이 자리를 거진다 차지하고 있다
겨우 빈자리 한좌석에 앉으니 이제야 산에 든 기분이다
버스 안 전광판에 한자로 ‘금일 고후행버스 결운행’이라고 적혀있다
도시로 가는 버스는 안다니는데 산악버스는 다니다니 이해할 수 없지만 사실인걸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산악버스로 히로가와라까지 가고 있고
마치 벽소령가는 산판도로보다 더 좁은듯한 산판도로를 이리로 굽고 저리로 굽고,
좁은 광산터널같은 터널을 몇 개나지나고
산쪽에서 내려오는 계곡에 놓은 아슬아슬한 다리를 지나 1시간여를 오르더니
두 번째 정류소에서 이곳이 히로가와라 한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듯하다
화살표를 따라 가니 큰 다리가 나오고
그다리를 건너니 블로그상에서 구경하였던 히로가와라 산장건물이 보인다
계곡 옆의 아담한 산장 안에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도 난다
이곳 음식이 맛있었다고 산유화님 블로그에 적혀 있던데 맛 볼 수 있는 기회네!
‘이스큐즈미’를 외치니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젊은 여성이 반가이 맞는다
런치를 물으니 불가능하다고
에구구 맛있는 음식 사진이 잔뜩 있는데 입맛만 다신다
하는 수 없이 진열대에 놓인 판매물품들을 보니까
우와 골뱅이 가스가 보인다 600엔이라 그래도 감지덕지이지
2개가 필요하지만 혹시나 위에 산장에서 판매할지도 모르는 일
직원에게 산위에 산장에도 가스가 있냐고 물으니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산장에서 가스를 구입하지 못 하는 수도 있으니 가스 두 개와 빵과 우유를 비싼 가격에 치르고 산장을 나온다.
마치 강원도 산골의 큰 계곡처럼 생긴 넓은 계곡을 꽉 채워 누런 흙탕물이 천지를 진동시키며 흐르고 있다.
계곡 옆에는 몇몇 텐트사이드들이 보인다
벤치에 앉아 사온 빵과 우유를 먹으며 지도를 꺼내든다
아니 그런데 일이년세 찾아온 노안으로 가까운 글씨들이 잘 안보여서
지도를 보기위해 돋보기를 가져와야 될 듯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무게를 덜을 생각으로 돋보기를 안 가져 왔는데
지도의 글씨들이 선명하게 너무나 잘 보인다
그러고 보니 어제까지 지끈지끈하였던 머리도 무척이나 맑아졌구!
..............
지도를 보니 첫 번째 산장까지의 산행시간이 2시간 35분!
‘당연히 내 체력으로는 이시간에 산행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배로 잡으면 5시간이라’
‘12시에 떠나면 오후5시에 전에는 도착하겠지........’
‘이곳의 물소리는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겠어’
빵과 우유가 끼니는 되지 않는다지만 가스도 있겠다 배고프면 올라가다가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겠지!
그래 일단 산행을 시작해 보자!
결심을 하고 나니 왠지 몸이 날아갈 듯 하다
인터넷상에서 보았던 데로 산장 입구에 있는 등산계획서를 작성을 하고
산악보험을 들어야하는데 어찌해야할지 몰라서 산장직원에게 산악보험 글자를 보였더니 “노프로블롬” 이란다
그렇다면 이제 산행을 시작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
시간은 어느덧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나에게 늘 산행의 첫 시작은 신발 끈을 묶는데 부터 있다
느슨해진 신발 끈을 숙련된 솜씨로 단단히 묶고는 배낭을 들춰멘다
등에 착 업히는 배낭은 마치 몸과 하나인 양 무게를 알 수 없다
산길은 아래 계곡보다 좀 좁은 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계곡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시니 마치 지리산인양 평안하기만하다
이제 산길은 계곡을 버리고 곶추 선 능선 길이다.
허술한 아침과 점심을 먹었는데도 배는 고프지 않고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쭉쭉 뻗은 나무들을 감상하며, 한발 옮기고 몸을 옮기고,
또 한발 옮기고 또 그발에 몸을 옮기고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걷는데,
태풍은 아직 못다 떨어뜨린 빗방울이 있었는지 간간히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던길 멈추고 하늘을 보니 하늘은 흰구름이 온통차지하고 있고
아까까지 보였던 저쪽 능선은 벌써 하얀 가스 속에 갇혀서 보이지 않는다
배낭을 내려 나무에 기대어 놓고 비옷을 꺼내 입고는
행동식으로 가져온 육포와 잣과 건포도를 꺼내 먹고 다시 산길을 나선다
태풍소식 때문인지 등산객들도 별로 없어 30분에 한팀정도씩 만나는 것 같다
마치 천왕봉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처럼 제법 큰 배낭들을 메고 비에 젖어서 내려오고 있다
나와 같은 코스로 오르는 사람은 지금까지 5명 정도 나를 추월해 간 듯하다
다행히도 비는 짙은 안개비 수준이라 고어텍스 신발은 젖지 않고 갈 수가 있을 듯싶다
길은 이제 가파른 오르막길을 끝내고 옆으로 틀어 완만한 길을 가고 있다
조금더 가니 실개천 같은 조그마한 개울물이 흐른다
다행히 잠시 안개비가 걷혀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배낭을 내린다
산의 느낌은 어디나 같구나! 안나푸르나 트레킹하던 생각이 난다
산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커피를 끓여서 먹던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산의 물만 식수로 가능하고 다른나라 산의 물들은 식수로 불가능하다 하는데
많은 양도 아니고 한두잔 끓여 먹는다고 죽지는 않겠지
날씨는 흐렸어도 적당히 흘린 땀은 청량제가 되어 기분이 상쾌하다
잠시 축축한 비옷을 벗고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는데 우와 얼음을 녹인물 인가 얼마나 차가운지 놀랄뻔 했네
배가 고플 것 같으면 라면을 끓여 먹겠는데 그정도로 배가 고프지는 않고
지도상으로 보아도 산장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간단히 행동식으로 먹기로 하고 흐르는 물을 받아 커피 한잔 끓인다
자그마한 법랑컵 안의 물이 팔팔 끓는다
마치 몇일 전 까지의 내 마음처럼....
하지만 지금은 고요한 수평선 마냥 아무런 파동도 없다..........
커피 한잔과 간단한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축축한 비옷을 다시 입고
한귀퉁이에 말없이 있던 배낭을 메고 일어서 다시 길을 나서니
잠시 나를 쉬게 하였던 조그만 계곡물은 뒤에 남아 졸졸졸 잘 가라 이야기 하는 듯하다.
한 십여분 완만한 길을 걸었을까 길이 갑자기 넓어지더니 인공시설물들이 보인다
우아 오늘의 목적지인 작은 연못이 있다는 시라네고이케산장이다!!
이국의 땅 이국의 산 남알프스에서 처음 맞는 산장인데 왠지 산의 부속물인 듯 산과 분리되어 보이지 않는다
산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공기도 따스하고 손님을 맞는 직원의 인상도 따스하다
오늘 여기서 머물거라고 텐트를 칠거라고 하니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라한다
이름과 주소 나이 그리고 어제 어디서 머물렀고 내일 어디로 갈 예정인지 등을 작성하여 건네주고
디너를 물으니 예약이 안 되어 있어 안 된단다 그래도 카레라이스는 먹을 수 있다고
야영비 500엔과 카레라이스 600엔정도를 지불하니
카레라이스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기에 텐트 먼져 칠까 하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2동의 텐트가 쳐져 있고 나도 적당히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오리털도 꺼내 입는다
시간은 4시를 조금 넘고 있다
예상보다는 한시간 이른시간에 도착을 하였네 아마도 비가 와서 한시간 빨리 도착을 하였을 거야
날씨가 좋았다면 노닥거리느라고 더 오래 걸렸을 텐데
탄탄하게 집을 지어 놓고 산장으로 간다
식당 안으로 들어오라기에 식당에 들어가 창가 멋진 곳에 자리를 잡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레라이스에 따스한 미소국물이 따라 나온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정식식사인 것 같다
내내 우동이나 소바, 편의점의 도시락과 빵 등만 먹고 지냈었네
밥을 더 줄 수 있느냐 하였더니 안 된단다 좀 아쉽지만 한입한입 아껴서 씹어 먹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 구름이 걷히더니
그 구름 안에서 하얀 머리를 하고 있는 검은 산이 불쑥 나온다.
선경이라 밖에 표현할수 없는 풍경
하마터면 밥 먹다가 놀래서 밥이 목구멍에 막혀 죽을 뻔 하였네.... ㅋ
날이 궂어서 사진기도 안가지고 식당에 왔기에 넋놓고 구경을 하자니
맛 뵈기 예고편이라고 하 듯, 선경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이제 급할 것 하나 없는 시간 천천히 차도 마시고 몸도 녹히고 푹 쉬었다가 밖으로 나온다
이곳에 있다는 연못은 청학연못 보다 더 작은 마치 물 웅덩이 같다
해가 서산 너머 들어 가는 모습은 안보여도 잠시 붉은 빛이 띠는 것 같더니 점점 주위가 어두워진다.
남알프스에서의 첫날밤은 너무나 조용하게
텐트를 흔드는 바람 한점 없이 찾아 온다
지리산의 텐트 안에서 와 다를 바 없는 밤을 맞아 들여 스르르르 눈이 감긴다
눈을 뜨니 산장도 자는 듯 시끄러운 발전기 소리도 없는 조용하고 캄캄한 밤 이다
일어난 김에 볼일 볼 겸 텐트 문을 열고 나오는 데 하마터면 소리지를 뻔 하였다
우와! 캄캄한 밤하늘 은하수에는 오늘 무슨 축제날인가
있는별 없는 별 총 출동을 한뜻
밤하늘이 별들로 빈틈없이 빼곡하다!
별을 처다보는 지금 나의나이는 5살 어린아이 같다
9월11일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니
햇님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는 듯
주위가 어슴프레 밝아 온다.
이곳 남알프스는 오후2,3시가 되면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새벽3,4시에 기상을 하여서 4,5시에 산행을 시작한다더니
5시 밖에 안 되는 이른 시각인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바람 한점 없던 고요한 밤을 꿈 한번 안 꾸고 단잠을 푹 잘잔 덕분에 잠에 대한 미련도 없고 머리도 맑다
커피한잔 맛나게 끓여 먹고 또 새로운 하루를 맞으려 일어선다.
‘어제는 지도상으로 2시간 35분거리의 700미터 고도를 높이는데 4시간이 걸렸는데’
‘오늘은 지도상으로 3시간거리의 800미터 고도를 높이는데 몇 시간이나 걸릴까?’
‘일어났으니 화장실 구경이나 가 보자’
산장 화장실은 마치 도시에 있는 화장실처럼 깨끗하고 친절하게도 휴지까지 걸려있다
일도 마쳤으니 연못 구경이나 가보자 하고 연못으로 가니 파란하늘이 연못에 풍덩 빠져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파란하늘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가 보인다!
저기 저 봉우리가 기다다케일까?
오늘은 산행 거리가 짧은 듯 하니 늦장을 부려본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쿨쿨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다
텐트안을 꽉메운 침낭과 짐들을 요술처럼 작은 가죽배낭에 모두 집어 넣고
6시반에 주문한 카레라이스를 먹으러 산장으로 간다
산장의 식당은 5시반에 아침식사손님을 맞아 모두 보내고 조용하다
식당 안은 청소를 해야 하는 듯 카레라이스가 든 식판을 밖으로 내민다
‘이렇게 맑고 좋은날은 야외식사가 더 좋지!’
이른 시간이지만 볕 은 벌써 따스해서
볕 좋은 벤취에 앉아 하얀쌀밥에 누런카레라이스를 따스한 아침볕과 함께 먹는 행복을 얻는다
식사를 마치니 어느새 이슬에 젖어 있던 텐트도 다 말라 있다
텐트를 걷어서 자루에 넣어 배낭 바닥에 고무줄 튕겨 메달고,
수도꼭지에서 물1리터를 받은 수통을 배낭에 찔러 놓고
가벼운 가을 차림으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 신발 끈 메는 것으로부터
‘야! 오늘 산행은 완전 직등길인걸!!’
산장에서 빤히 보이는 산길은 완전히 벽을 오르는 양 곶추 서 있다
아까 한시간 전에 길을 나섯던 사람은 아직도 한뼘 정도의 거리 밖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가기 힘들다는 것인가?
나도 그 뒤를 따라 마치 나무들이 길을 내어 준 듯한, 나무 사이로 난 작은 숲길로 들어선다.
2000m가 넘어선 이 숲의 나무들은 키를 낮춰 내 키만 하다
‘어! 그런데 그중에 눈에 익은 나무가 있네’ 마가목이다!
지리산에서는 키가 큰 마가목이 이 산에서는 마치 철쭉이나 진달래처럼 관목마냥 작다
그 마가목의 크고 붉은 열매가 반짝반짝 거리며 인사를 하는 듯하다
나무들은 산정의 바람에 힘들면 키를 줄이고,
나는 비탈진 산길에 힘들면 호흡을 내린다
그러면 무거운 사념은 달아나 한발 한발 발을 내딛는 것만 존재한다.
지리산에서 길 없는 산벽을 오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파른 긴 길은 처음인 듯하다
가다가 힘들면 뒤돌아 주저앉으면 배낭이 저절로 땅에 닿아 어깨끈 벗지도 못하고 쉬었다가 가고 또 쉬었다가 가고
두어 시간을 올랐는데도 아직 이 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앉아서 쉴 만한 자리를 찾아 배낭을 내려놓고 편히 쉬기로 한다.
지도를 보니 이런 좁다란 등고선 길을 2시간30분 동안 이나 올라야한다
‘2시간을 올랐어도 연못은 발치에 있네, 그래도 아마 3분의 2는 오른 듯 해’
커피 한잔 맛나게 끓여 먹고, 배도 좀 채우고, 눈도 좀 부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일어나서 널어놓은 짐을 걷어 다시 길을 나선다.
충전이 된 몸은 좀 쉬이 올라간다.
계곡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는 걸 보니 이제 얼추 다 올라왔다.
길이 조금 편안해 지는 가 싶더니 드디어 내 시야에서 하늘이 능선보다 더 많이 보인다.
능선에 올라서기 전에 바람이 먼저 나를 맞는다.
훅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내 몸이 두둥실 능선에 올라선 듯하다.
감격의 순간!
남알프스다!
드디어 남알프스가 내 눈에 다 들어온다!
손으로 셀 수도 없는 많은 산봉우리들이 내 발아래 즐비해 있고
봉우리는 봉우리들마다 다른모양을 하고 있고,
다른색깔을 띄고 있고, 다른 산을 가지고 있다
모두다 다르지만 하나인 자연
그 한가운에 내가 우뚝 서 있는 느낌이다!!!
그 산들이 모두 내 눈을 통해 내 가슴으로 들어오니 나는 없어지고 산의 일부가 된다
이것이 기다다케와 처음 만난날
남알프스 속에 내가 들어간 이틀째이다
나무들은 이 높은 고도의 바람을 견디지 못해 최대한 땅에 누워서 자란다.
바닥에 잔디 마냥 보이는 저 푸른색은 백년은 쉬이 넘겼을 법한 소나무들의 이파리들이다
하얀 돌들과, 붉은 풀들, 그리고 푸른 소나무 들이 펼쳐진
천상의 정원에서 어린아이가 되어 노는데
스물스물스물 몰려오는 하얀 구름들에 정신이 차려진다
배도 고프네~~
천상의 꽃길을 조금 걸어가니 산장이 보인다.
3000m에 있는 산장은 역시나 바람을 견디기 위해 최대한 자연조건에 맞게 지어져서 볼품은 없다
이곳에서도 역시나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밥 종류는 카레라이스 한종류
저녁이나 아침은 정해진 식사시간에 먹어야 하고, 카레라이스보다 가격이 비싸며,
그렇다고 카레라이스보다 영양분이 월등히 높을 것 같지 않아
점심 겸 저녁으로 카레라이스를 주문해 먹는다.
장
기다다케 오름길에서 본 가타노고야산장과 야영장
산정에서 눈치를 안보고 텐트를 쳐본다니 꿈만 같다
가타노고야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바람이 안타는 듯한, 반반하고 이쁜 텐트사이드가 있어
그곳에 머물기로 하고 집을 짓는다 시간은 오후 3시
멋들어지게 집을 지어 놓고 보니 산은 온통 하얀 구름이 차지하고 있다
‘에고 잠이나 자야겠네’ 하고 들어가 누웠는데 어찌 잠이 들었을 까 붉은 기운에 놀라 눈이 떠진다
부랴부랴 오리털 챙겨 입고 나오니 또다시 세상은 하얀 구름 속
지는 태양에 잠시 하얀구름이 밀렸었나 보다
점심 겸 저녁은 아까 먹었고
산장에서 사가지고 온 과자와 커피로 간식을 먹고 몇시간 놀다가 잠이 든다.
캄캄한 밤, 바람소리에 깨어 보니
역시 산정인가 바람이 불어 텐트후라이를 심하게 매질하고 있다
하는 수 없어 일어나 텐트 후라이를 텐트에 바짝 붙여 텐트 폴대에 단단히 붙들어 메니
이제 바람타는 소리는 숨이 죽었다
캄캄한 하늘을 올려보니 오늘은 몇몇 별들이 다른 은하계로 마실 갔는지 별들이 드문드문 있다
9월12일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지 일찌감치 잠이 달아난다.
시간은 4시반 일출을 보기 딱 좋은 시간에 잠이 깨었네
포근한 침낭에 누운 채로 텐트 문을 열어보니 구름은 없는 듯하다
생각지도 않게 산에 오르게 되고 또 이제부터는 그리 힘들게 산을 오를 필요가 없으니
오늘은 여기서 하루 푹 쉬어볼까 생각이다
아침에 일출구경 실컷하고 기다다케의 반대쪽인 고로타다케 나 마실갔다 와야겠다.
커피한잔 마시고 보온병에 커피를 담고 행동식 조금과 카메라, 밧데리, 방석을 챙겨들고
텐트를 나선다.
저멀리 하얀구름들이 산중턱에 도열하고 섯고 햇님은 아직 행차 전이다
일출구경은 어느 쪽이 좋을까? 고로타다케? 기다다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기다다케 쪽이 좋겠다!
새벽바람이 차다 우리나라 늦가을 정도 의 날씨? 지리산천왕봉과 같거나 조금 더 겨울로 간 시기 같다!
오리털 틈새로 파고 들어가는 바람을 막으며 기다다케쪽으로 가니
산장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많은 사람이 나와서 일출을 기다리거나 기다다케로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기다다케를 십여분 오르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해는 덩그라니 운평선 위로 저 혼자 뜨고 있고,
그 옆을 한참을 지나서 후지산이 하얀 구름위로 우뚝 솟아 있다
내가 보았던 산들은 늘 여러 산들과 어울려 멋진 실루엣을 이루고 있었는데,
후지산은 너른 운평선 위에 저 혼자 우뚝 솟아서
마치 하늘의 기운을 듬뿍 받아 땅으로 퍼트리는 듯한,
기운과 힘이 넘치는 신 과 같은 모습으로
그야말로 우뚝 솟아 있다
한참을 그 모습에 박혀 있자니
태양이 자신의 붉은 기운을 모두 거두어 가고
산들의 색깔이 점점 히미해 진다.
굳이 기다다케 정상을 밟을 필요는 없으니 이쯤에서 다시 가타노고야산장으로 내려선다.
산장에서 투숙한 등산객들은 새벽5시 이른 시간에 밥을 먹고, 거의 모두 다 떠난 상태여서
산장 안은 한산하고, TV소리만 요란하다
그런데 TV화면에 태풍으로 피해 입은 장면들이 나온다.
마치 우리나라 태풍 피해 현장과 똑 같다
인명 피해도 있는 듯, 가족을 잃은 여인이 울부짖는 모습도 나온다.
나는 이슬비정도만 맞았었는데 다른 지역에는 큰 피해가 있었던 큰 태풍이었나 보다
그래서 고후 행 버스도 며칠 동안 다니지 않았었나 보다
이시기에 북알프스를 산행하신다던 산유화님 일행은 어찌 되었는지 걱정이 된다.
아침도 역시 카레라이스를 주문하였다.
난로 가에 앉아 카레라이스를 먹으며 혹시나 TV에서 날씨가 나올까 하고 계속 TV를 보고 있자니
드디어 날씨가 나온다, 오늘은 맑고 내일은 비가 온단다.
‘그러면 어쩐다? 오늘은 여기서 쉴까 생각을 했었는데 ’
‘그럼 오늘 다음 산장으로 이동을 하고 내일 쉬어야 하는거 아냐?’
다음산장은 기다다케산장으로, 기다다케 정상을 오르고 내려가면 바로 저쪽 아래에 있는 1시간 20분 거리이다.
여기서 실컷 놀고 12시경에 떠나도 전혀 문제가 없다
3000미터 꼭대기에 있는 산장에도 산장 바로 옆에 수도꼭지가 있어 식수가 공급이 된다.
다만 100엔의 돈을 내야하고, 화장실도 100엔을 지불해야한다
밥도 먹고, 볼일도 보고, 물도 떠서 산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내 집으로 간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는 나의 집은 참으로 정겨워 보인다.
잠시 텐트에 들어가 쉬었다가 다시 작은 보따리에 소풍보따리를 싸서 어제 올랐던 고타로산 쪽으로 간다.
鳳凰三山(2463m, 2553m, 2764m)
가이코마가다케(2967m)
센조가다케(3032m)
기다다케(3193m)
아이노다케(3189m)
노토리다케(3025m)
시오미다케(3046m)
고고고우치다케(2801m)
아라카와다케 3봉 (3141m)
아케이시다케(3120m)
히지리다케(3013m)
차우스다케(2604m) 방향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지도를 펴고 산과 대조해 본다.
그저께 보았던 구름위의 하얀 머리를 이고 있던 검은 산은 건너편
鳳凰三山(2463m, 2553m, 2764m)으로
아마도 하얀 머리로 보였던 부분은 바위이거나 잔돌밭인가보다.
그리고 鳳凰三山을 쭉 따라가 왼쪽에 전설속의 기도하는 손모양의 장엄한 하얀 산은
역시 바위봉우리의 가이코마가다케(2967m)
그리고 또 가이코마가다케를 따라 왼쪽으로 쭉 가면 센조가다케(3032m)
그리고 센조가다케 능선은, 기다다케(3193m) 바로 옆 봉우리인 아이노다케(3189m)에서 만난다
그리고 아이노다케에서는 또 남쪽으로 2개의 능선으로 갈라져서
한쪽은 노토리다케(3025m) 쪽으로 흐르고
한쪽은 시오미다케로(3046m)부터 고고우치다케(2801m) 아라카와다케(3141m)
아케이시다케(3120m) 히지리다케(3013m) 차우스다케(2604m)로 이르는 긴 능선을 만든다.
이 모든 산들이 연결이 되어있어 종주가 가능하다
그 넓이는 남북 120Km 동서40Km에 이른다
나는 그중에 기다다케에서 히지리다케까지 종주할 계획이다.
아이노다케(3189m 일본제4고봉)와 기다다케(3193m 일본제2고봉)가 이 남알프스의 최고봉이자 정점인 듯 하다
-참고로 일본제1고봉은 후지산(3776m)이고 제2고봉은 북알프스에 있는 오쿠호다카다케(3190m)이다-
인터넷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기다다케로해서 노토리다케를 지나 하산을 하는
2박3일의 짧은 코스를 많이 가 길레, 이 먼 땅 까지 와서 왜 그리 짧은 코스를 갈까 의아했었는데
직장일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이 2박3일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남알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인걸 알았다.
남알프스는 우리나라의 지리산에 비유되고
북알프스는 우리나라 설악산에 비유된다더니
역시 남알프스는 지리산과 느낌도, 부드러운 능선들도, 빽빽한 숲들까지도 많은 것이 비슷하다.
그러니까 내 생각으로는 이 기다다케는 지리산의 천왕봉이라 하면 되겠다
마치 지리산의 천왕봉만을 왔다가 가듯이 기다다케를 왔다 가는 것이다.
이 남알프스는 코스가 무궁무진하다
그야말로 야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3박4일의 짧은 일정으로 도
충분히 멋진 산행과 산을 경험 할 수 있는 산이라 생각이 든다.
시간을 좀 낼 수 있는 사람들은 4박이나, 5박 코스도 가능하고
또 나처럼 산에 환장한 사람들은 10박이상의 산행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지리산꾼들이라면 아마도 날아서 라도 다닐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다만 하나 높은 산은 구름과 너무 가까워 구름 속에 있는 날이 더 많으니 날씨가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신나게 놀았는데도 시간은 11시밖에 안 되었네’
텐트에서 조금 누웠다가 또 짐을 싼다.
집에서 가져온 식량들이 묵직하다. ‘에구구 언제나 이 식량들이 줄어들을까?’
하나도 줄지 않은 짐을 다시 배낭 안에 모두 집어넣는다.
산장에서 볼 때는 바로 코 앞 인듯한 기다다케 산은 지도상으로 50분 거리, 내걸음으로는 한시간반이 걸렸다.
정상에서는 내가 가야할 남쪽 산군들이 웅장하게 포진해 있다
그리고 오늘 묵을 기다다케산장도 바로 발아래 있다
아직 갈 산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진다.
하산하는 좁은 산길엔 나무사다리가 공원설치물이 아닌 마치 어느 개인이 해 놓은 듯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천왕봉 등산객보다 많은 수의 등산객이 다녀 갈 텐데 철사다리 하나 없다
이런 위험한 길에 불만인 사람도 하나 없는 듯하다.
너무 많이 놀면서 내려왔나? 3시 가까워서야 산장에 도착을 하니 벌써 여러 동의 텐트가 쳐져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등산객들이 많은 가 보다
벌써 좋은 자리들은 다른 텐트들이 다 차지하여서
하는 수 없이 텐트가 여러동 쳐져 있는 야영장의 한복판 빈자리에 텐트를 친다.
역시 제일봉에 위치한 산장답게 규모가 크다
이렇게 큰 규모라면 식사도 맛있을 것 같아
오늘은 산장에서 파는 정식저녁을 먹어볼까하고 저녁메뉴가 무어냐 물었더니
그림을 보여주는데 밥과 손바닥 반 만한 고등어 그리고 소량의 야채반찬 2가지와 된장국이다
그런데 가격은 카레라이스의 배인 2000엔이다
‘에구 오늘도 카레라이스나 먹어야겠다’
5시30분이 저녁식사시간 한 오십여 명이 식당에 꽉 찼다.
그런데 역시 큰 산장이라서 틀린가?
다른 산장들은 하얀 쌀밥에 카레를 얹고 락교3개로 끝인데
이곳은 테이블 위에 여분의 밥과 된장국, 반찬이 있어서 얼마든지 더 덜어서 먹을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배 속에다 많은 양을 저축해놓고 싶다만 욕심일 뿐! ㅋ
그래도 위가 꽉 차도록 밥을 먹고 따뜻한 식당에서 푹 쉬고 산장 안 이곳저곳을 다 구경한다.
역시 큰 산장답게 쵸코렛도 맛있게 생긴 과자도 있고 골뱅이 가스도 있네
쵸코렛 2개를 사들고 산장 앞에 설치된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서 내 집으로 온다.
오늘 태양은 오후부터 몰려왔던 하얀 구름들을 뚫지 못하고, 서쪽 하늘로 인사도 없이 사라졌나보다
90년대 장터목산장에서 야영했던 때처럼 지금 내 텐트 주위는 만원이 되어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여러명이 팀을 이루어 왔어도 텐트는 대부분 1인용 텐트들이다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렌턴을 키고 밥을 해먹고 술잔을 나누는 풍경이 낯설거나 싫지 않다
날이 점차 캄캄해지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텐트로 들어가고 조용해진다.
그리고 주위가 완전히 캄캄해지자 이제 사람소리는 전혀 없다 다만 옆 텐트에서 코고는 소리만 들릴 뿐.
캄캄한 밤 텐트를 뒤흔드는 소리에도 무시하고 잠을 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세어져서 마침내는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일어나 앉는다.
바람은 텐트 후라이를 잡고 팔락팔락팔락팔락 뒤흔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100키로도 넘을 듯한 거대한 힘으로 텐트를 훅훅 치고 지나간다
두 번이나 나가서 후라이를 큰 돌멩이에다가 단단히 고정해 놓았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바람에 후라이가 찢어지던지 날아가던지 할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후라이를 걷어서 텐트 안으로 가지고 온다
이미 잠은 이룰 수 없고 나도 성이 좀 났는지 편안하게 누워 있을 수가 없어서
텐트 가운데 앉아서 밤을 세든지 한다고 바람에게 마음속으로 큰소리 치고 앉았다
성난 바람에 텐트는 이네 찌부러졌다가 펴지고 찌부러져다가 펴지고
이쪽에서 불었던가 싶으면 다시 저쪽에서 불어 제끼고
더군다나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훅치고 지나간 자리는 놀랜만치 고요하다
그렇게 고막이 찢어졌다 붙기를 여러번 드디어 내가 쓰러져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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