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순이의 인도여행기

5. 뢰꽁뾔에서 깔파로

산순이 2012. 5. 24. 21:42

 

드드디어 설산 품으로 - 뢰꽁뾔 맞은편  카일라스 산-

 

가이드 책을 버리다

뢰꽁뾔

 

따보 - 까자 에서 마날리 까지 가자면 여기서 경계지역 허가증을 받아야한다

시믈라에서 세 사람 이상이어야 된다 하였지만 모르는체하고

사무실을 찾아가 한 번 더 물어본다.

역시 이 겨울에 외국인은 3인 이상 되어야 가능하다고

노우- 를 듣고 하는 수없이 깔파로 향한다.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 다 다른가 보다

깔파 깔파 그러니까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안내해준다

시간이야 많으니 버스야 언제야 오겠지

아까 바자르 구경할 때 샀던 땅콩으로 요기하며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산골사람들에게는 짐이 유난히 많다

커다란 솥에서부터 화장실에서 쓰는 플라스틱 바가지

그리고 오래되어 쭈굴쭈굴한 토마토, 상하여 한 귀퉁이를 칼로 베어 놓은 하얀 브로커리로 채워진 천으로 만든 쇼핑백까지

모두들 한 짐씩 옆에 놓고 차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는 비닐도 아주 귀한 듯 하다

땅콩을 사도 귤을 사도 모두 신문지에 담아주고 사람들은

부직포로 만든 쇼핑백을 항상 들고 다닌다.

그리고 길가에는 소똥은 기본이고

빈 과자봉지들, 신문종이들 이 바람 불면 여기저기 날려 다닌다.

산골을 운행하는 차라서 그런지 소형 버스가 앞에 선다.

이곳의 버스는 예전의 우리나라처럼 차비를 받는 승무원이 따로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늙은 할머니 한분이 내 앞을 떡 버티고 있어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하고 운전수 옆에 공간이 남아

배낭에서 작은 방석을 꺼내 깔고 그 공간에 주저 앉으니

그 할머니 뷰티플 뷰티플 하며 웃는다.

나도 여자라고 뷰티플이라니 기분이 좋아 진다

나 역시 할머니의 귀에 매달린 십여 개의 귀걸이를 가리키며

뷰티플 뷰티플이라 메아리해 준다

할머니 역시 주굴주굴한 주름을 더욱 접으며 크게 웃는다

종점인가 보다

작은 산골마을에 작은 골목길들은 눈들이 쌓여있고

눈가에 사람 다닌 발자국만 반질반질하니 얼어있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다

론니플래닛에서 산을 마주보고 있고 정원에 꽃이 가득하며 방이 소박하지만 깨끗하고 주인도 친절하다고 극찬을 한 Chini Bungalow를 찾았다

마당에는 눈이 잔뜩 쌓여있어 꽃은 구경할 수 없고

방들 앞에는 소먹이용 짚풀들이 잔뜩 놓여있다

사람소리도 없어 헬로우를 외치는 이층에서 뚱뚱한 할아버지가 내려온다.

방이 있냐고 물으니 이 한겨울에 왠 방? 하는 눈치로 기다리라고하더니

조금 뒤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내려온다.

문들을 막은 짚풀들을 치워주며 이방 저 방 구경을 시켜주지만

왠지 탐탁치 않다

2층에 있는 방을 손짓하니 다시 다른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온다.

이곳은 더불룸이다 방이 을씬연 스럽지만 아래층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싱글은 100 더불은200이란다

그래도 2층이 답답하지도 않고 더블이라도 저렴하여 이곳을 쓰겠다고 하니

맘씨 좋은 주인 할아버지는 댄싱댄싱 그러며 춤추는 시늉을 한다.

혼자서 춤춰도 될 만치 넓다는 말인 듯

나도 장난기가 발동해 할아버지 양팔을 잡고 투게더 투게더 그러면서

춤추는 시늉을 하다 둘 다 웃는다.

핫워터 하고 물으니 모닝에 준다는 시늉이다.

어제 호텔에서 잘 씻었으니 오늘은 그냥 자지 뭐-

예스하고 짐을 내려놓고 키를 받아 잠가 놓은 다음 할아버지를 따라 간다

할아버지의 살림집은 다른 건물의 2층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훈훈하다 여기는 난방이 되는 듯싶다

쩔은 냄새가 나지만 훈훈하니 나가기가 싫다

조금 있으니 역시 뚱뚱한, 마음씨 좋을 것 같은 할머니가 짜이를 내 온다

왠지 정감이 가는 두 내외이다

 

할머니와 모자를 바꾸어 쓰고 한 컷!

할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듯 하지만 나의 정이 통 했는지 나를 보며 싱긋 웃는다.

옆에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니 처음에는 사양하더니 두 번째 와 앉는다.

왠지 엄마 같은 느낌이 들어 손도 잡아보고 길게 땋아 내린 머리도 만져본다

말은 전혀 안 통해도 정이 흐르는 순간이다.

밖에 산들을 가리키니 할머니는 일어나 카알랏스 라고 가르쳐 준다

카알랏스 산에 합장을 하여 존경을 뜻하니 할머니도 무척 좋아라한다

여기는 방명록은 손님이 적어야한다

인도에 와서 몇 번을 적었지만 영 적응이 안 된다

물어보는 사항도 10가지 정도 되고 몇 번 적어도 단어가 입력이 안 되어

주인이 안보는 사이 앞사람의 페이지를 넘겨 보고 컨닝을 한다.

죽어도 안 들어오는 영어 단어들이다

방명록을 다 적어 주니 할머니가 나보고 기다리라하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쭈굴쭈굴한 사과5개를 가지고 나온다.

아유, 이 겨울에 이 귀한 사과를....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껍질을 깎아 하나를 건네주고 나도 하나 깎아 먹는다.

옷은 빨 은지 오래되어 냄새나고 입에서 역시 오래된 음식냄새들이 새어나오지만

그래도 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 싫지가 않다

다 먹고 일어나려하니 3개 남은 사과를 가져가라한다 고맙게 시리--

방에 들어와 두꺼운 오리털 옷들을 꺼내 입는다.

여기는 해발2960미터답게 제법 춥다

내가 이 고도에서 잠을 자게 될 줄이야...

오리털로 무장하고 있는데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밖을 보니 주인할아버지이다.

문을 열어주니 차가운 물에 넣고 전기를 연결하면 뜨거워져서

물을 끓게 하는 기구를 가지고 오셨다

물은 양동이에 담아 왔는데

바닥에는 돌가루들이 가라앉아 있어 씻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할아버지한테 괜찮다고 가져가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의아해 하지만 이내 웃는 얼굴로 나를 본다.

오리털바지에 오리털파카로 무장한 나를 보며 굳 굳 그러며 만져본다

나는 꽥꽥 소리를 내어 주니

할아버진 눈 을 더 크게 뜨며 바지까지 만져보며 굳 굳 하신다.

시간도 남고 할머니도 보고 싶고 해서 할아버지를 따라 살림집으로 들어간다.

할아버지도 이곳은 따듯하다고 여기 있으란다.

아까 받은 사과에 보답으로 가지고온 초콜릿을 꺼내 포장지를 벗겨 드린다.

말은 없지만 따스한 시간들이다

그런데 밖에서 헬로우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가 문을 여니

동양남자와 서양남자 두 사람이 밖에서 룸을 이야기 한다

할아버지 이 겨울에 손님들이 자꾸 오니 의외라는 듯 큰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할아버지 원 룸 이냐고 물으니 동양 사람이 투 룸이란다

할아버진 한 번 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쳐다본다.

산골에서 동양 사람이 반가워 인사를 하니

대번에 안 되는 한국말로 한국 사람입니까 한다.

참으로 반가운 한국말- 그렇다고 인사하고 오늘 왔다고 한국말로 대답을 하니

못 알아듣는 듯

아마도 아는 한국말이 그게 다인 일본사람인 모양이다

깔파에서

해 돋는 어스름한 빛에 잠이 깨어 산책 나가본다.

해 돋는 마을이 제법 소박하고 정겨웁다

그야말로 북극의 눈의나라에 아침해가 돋는 풍경이다

눈의 나라에도 바람이 자고 있으니 햇님은 제 위력을 발휘한다

오래전부터 햇님의 행선지를 알고 있던 어머니가

따스한 햇살 밭으며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다

눈이 마주쳐 “라마스때”하고 합장하며 인사도 해주고

이른 아침 심부름 가는 아이에게도 좋은날 이라며 스다듬어 주니

아이는 수줍은 양 입을 가로막으며 달아나고 있다

과수원의 한쪽 풀밭에 한 무더기 햇살이 내려와 점령하고 있는 곳엔

보송보송한 풀들이 한숨자고 가라고 발목을 잡는다.

유혹을 뿌리 칠 수가 없어 은박메트를 펼쳤다

마을에 내려가 어제 먹던 음식점에서

밀가루반죽에 감자 으깬 것을 넣어 빈대떡처럼 부쳐주던 것과

오므라이스(계란부침)를 먹으니 든든하다

다른 것은 알아야 먹지 이것도 어제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손가락질하여

같은 것을 시켰는데 먹을 만하여 이름을 물어서 외어놨었는데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서

아까 주문할 때는 예스터데이라고 하니 알아서 갖다 준 것이다

내 컴퓨터는 이제 섯 나 보다

내일 레꽁뾔로 걸어서 내려갈까 보다

하산이니 배낭무게도 덜 부담스럽고

큰 침엽수들이 빽빽한 산길을 배낭메고 걷는것도 좋은 생각같다

꼬불꼬불한 찻길사이로 사람 다니는 지름길들이 나 있어서

걸어 내려가기 좋을 듯싶은데

오늘 답사를 해 놔야지 고생도 덜할것이고

또 중간 중간에 있는 숲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밥을 다 먹고 내려가 본다

상글라벨리로 가는 터미널까지 답사를 다 마치고 다시 깔파행 버스를 탓다

써틴 써티 휩틴 휘티

도대체 영어 숫자도 알아듣기 힘든데 요령이 생겼다

돈을 이야기할 때는 15아닌 50이고 시간을 이야기할 때는 13아닌30이라고

입력을 해 놓으니 맘이 놓인다.

저녁에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갚을 치르는데 얼마라 하는지?

대충 비슷한돈으로 건내주니 내가 돈을 더 많이 내놓았나보다

마음씨 좋은 총각은 더 많이 온 돈을 다시 내어 준다.

남향의 집에서 할머니는 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고

아줌마가 아기에게 젓을 물리고 있는 풍경이 예뻐 쳐다보니

아주머니가 오라고 손짓을 한다.

사진도 찍어주고 아저씨는 어디를 갔는지 아이가 몇인지

이리저리 서로 잘 안 되는 영어로 띄엄띄엄 의사소통을 하는데

나보고 몇 살이냐 묻기가 45살이라 했더니

할머니를 가리키며 마더 나이도 45살 이란다

오 마이 갓

한국에서는 75세가 되었을 듯 한 쭈굴쭈굴한 주름의 할머니가 설마 45세라니

자세히 보니 까맣게 그을은 피부에 쭈굴쭉굴한 주름이 잔뜩 핀 사이에

그래도 잔주름들 없이 팽팽하다

일찍 결혼을 해 척박한 산골에서 험한 일을 하다보면 그리 될 듯도 싶다

왠지 미안하고 무안해서 자리를 뜨려고 하니

아주머니 내게 “마이베이비 스위트” 그런다

아기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라는 이야기인 듯싶지만

나는 히안하지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싶은 마음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리니 말이다

나는 웃으며 노우 하며 없는 시늉을 한다.

쌕 안에 비상용으로 몇 개 들어 있지만은 줄 맘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 살림집을 노크한다.

훈훈한 공기와 함께 주인할머니가 들어오라 한다.

실내로 들어가니 어제 물을 길어주던 아들인 듯 한 젊은 청년이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웃으며 자기를 좀 보아달라는 시늉을 한다.

주인할아버지는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며 청년의 등을 치니

청년은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따뜻한 짜이를 대접받고서는 “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모닝 얼리” 하며 눈을 번쩍 뜨는 시늉을 하고

걸어가는 제스처를 보이니

할아버지 알아들으며 나를 쫒아한다

내일아침 일찍 눈뜨는 데로 일어나 갈 테니까

지금 방 값을 치르겠다는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듯하다

어디로 갈 거냐는 말에 상글라 벨리에서 따따빠니 라고 이야기하니까

할아버지 손가락을 꼽으며 뭐라 하는데

한 10일전에 따따빠니에서 왔다는 이야기 이다

이 지역은 무척 춥기 때문에 겨울에는 마을사람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따스한 남쪽이나 따따빠니 같이 따스한 온천에서 겨울은 나는데

이 할아버지 역시 몇 일전에 그곳에서 왔다는 이야기이다

며칠 일찍 왔으며 이 정겨울 내외분을 못 만날 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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