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한에서 본 아침 풍경
사라한의 하얀 뒷산에 오르다
아침 6시에 눈이 뜨인다.
세수하고 배낭을 꾸려 Classic을 나선다.
50리터 배낭에도 짐이다 못 들어가 자그마한 배낭이 하나 남는다.
춥고 난방도 안 된다기에 두꺼운 침낭에 따스한 수면 옷과
산에 다니던 버릇으로 작은 버너에 코펠이 하나
비상용 고추장에 육포와 김 한 달간 같이 다닐 친구들이다
한 10분을 걸어 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이제 묻는 것에도 조금 익숙해져서 자신 있게 “사라한”하고 물었더니
영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돌아온다.
이 사람은 사라한을 모르나?
다시 사람들을 비집고 터미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있자니
웬 비짝 마른 사람이 나를 쫒아오는데
아마도 내 배낭을 들어주겠다는 이야기 같다.
배낭에 자꾸 손을 댄다.
나는 노우 하고 대답하고 가던 길을 간다.
좀 돌아다녀도 사라한이라고 적힌 버스는 없고 뾰족한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어 제복 입은 사람을 찾아다니는데
정말 마르고 시커먼 난민 같은 걸인들이 쫒아오며 구걸을 한다.
나의 오래된 생각 중에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
역시 이곳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침 사무실 같은 곳에 제복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열심히 달려가 “사라한버스” 라 물어본다.
그래도 이사람 역시 못 알아듣는다.
하는 수 없이 지도를 펴서 사라한 을 가리키니
이사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데
내 눈치로는 이곳이 버스가 없다는 이야기 같다
그럼 다른 곳에 또 터미널이 있다는 말인가?
비상사태라 다시 열심히 눈과 귀를 열어 들어본다.
역시 다른 곳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나를 열심히 따라오던
새카맣고, 이 겨울에도 바지를 둘둘 말아 뼈뿐인 앙상한 다리를 자랑하던 아저씨가
나와 제복 입은 사람의 중간에서 무어라한다.
아하, 이 사람이 자기가 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하우머치”하고 이야기하는 수밖에
그곳까지 가서 엉뚱한 소리를 하면 곤란하니까!
50루피를 이야기한다.
내가 비싸다는 시늉을 했더니
제복 입은 아저씨가 그냥 그렇게 하라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린다.
하는 수 없이 돈으로 떼 우는 수밖에
증인도 있고 하니 나중에 딴소린 안하겠지!
나는 걸인할아버지에게 앞장서라 손표시하고 뒤따른다.
헉--헉--
어제 걸어 다녔던 시장 통을 따라 언덕길을 한참 오른다.
오는 중간 중간에 할아버지는 자기에게 짐을 달라고 하지만
나는 산순이 인걸!
이른 아침부터 예상치 않은 일로 놀랐지만 짐 지고 다니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래도 웬 땀이 그리 나는지
조금 더 가니 다른 걸인아저씨가 따라 붙는다
이번엔 좀 젊은 아저씨이지만
나는 웃으며 “노우”한다
휴--우
언덕의 정상이다
내가 웃으며 휴우 하고 크게 한숨을 쉬니
앞장서고 뒤장섯던 두 사람 역시 빙그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스트롱”한다
‘까지것 이정도야’
하지만 밥도 안 먹고 이른 새벽에 터미널이 틀려 난감해 하던 차에
오르던 언덕길은 그리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내리막이다 산을 하나 넘어 다른곳에
산악지방으로 가는 작은 터미널이 있었다
버스도 5대정도만 정차해 있는 정말 작은 터미널이다
잠깐의 동행에 벌써 친해진 것일까? 나의 경개심이 없어진 것일까
쌩큐하고 웃어주니, 활짝 웃으며 답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정겨웁다
잔돈이 없으므로 기다리라고 하고 표 사는 곳을 가리키니
기꺼이 그러리라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사라한행은 12시에 있지만 사라한으로 가는 길목의 람프르로 가는 차는 9시에 있단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표와 잔돈을 받아 어느 차인지 확인하고
기다리던 할아버지에게로 가서 50루피를 마음과 함께 담아 준다.
역시 고운 마음과 함께 잘 가라며 답이 온다.
짧은 길이지만 동반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람푸르로 가는 길은 제법 멋이 있다
긴 강 옆의 바위산을 차가 지나갈 수 있게 깎아
마치 동굴 같은 곳도 있는 이 좁은 길은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는데
그 운전솜씨는 가히 예술이다.
협곡을 따라 들어가는 저기 저 길은 언젠가 다시 와서 걸어가고 싶기도 하다
람푸르
삐익삐익삐익삐익
부릉부릉부릉부릉
시끌벅쩍시끌벅쩍
재잘재잘재잘재잘
이곳 람푸르는 버스를 갈아타려는 사람, 일터로 가려는 사람,
시장 보러 나오는 사람들로 제법 활기찬 작은 시골도시이다.
점심을 먹어야하지만 목적지까지 가기 전엔 마음 놓고 무얼 먹을 수 없다
사람 많은 곳에서 앞뒤로 배낭을 메고 또 열심히 사라한을 외친다.
그런데 저기 가고 있는 차가 사라한이라고 누군가가 손가락질해준다
열심히 달려가 올라타니
승무원인 듯 한 사람이 내 배낭을 보며 버스 천장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무어라 이야기 한다. 이것이 책에서만 보아왔던 버스천장에 짐을 싣는 버스인가 보다
나는 용맹하게 버스 뒤에 작게 매달린 사다리에 오르는데
차는 아랑곳안고 움직인다.
이런 것도 스릴이 있다 여겨지며 미소 짓는 나는 여자인가?
지붕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가지고온 줄열쇠로 단단히 묶어 놓는다.
아니 근데 그렇게 열심히 흔들려가며 짐을 묶어놓았더니
이차는 다른 차부에서 스는 게 아닌가?
인제 도착하여 버스들이 가득찬 주차장에서 버스정리를 한 모양이다.
덕분에 약간의 스릴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사라한행 버스는 맞단다
오후 무렵 사라한에 내렸다
나의 엄마인 론니플래닛에 적혀있는 Temple Caesthouse 를 찾아본다.
황금빛 사원이 엄숙하게 서있고 그 주위로 몇 채의 집들이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오래된 사원은 왠지 엄숙하다
숙연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자그마한 뜰 안에는 두세 사람이 모여 작은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있었다.
곁으로 가서 게스트하우스를 물으니 한사람이 일어나 웃으며 안내를 한다.
정말로 정갈하고 깨끗한 방이다.
신선한 공기가 잔뜩 담긴 방의 하얀 침대시트는
다리의 근육을 저절로 풀리게 하고 안면근육을 이완시킨다.
그런데 안내자가 하는 말 물이 없단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이번겨울에 동파되어 모든 물이 얼었다는 것이다.
씻는 물이야 없어도 되지만은 화장실은?
아웃이라고만 이야기할 뿐 정확히 어디 있다는 이야기가 없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은 물기하나 없이 깨끗하다 마치 새집 같다
안내자는 계속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데
‘산에서도 자는데 뭐?’
안내자는 밖으로 나가고
짐을 내려놓고 조금 쉬어본다
언제쯤 사람의 채취가 있었을까? 썰렁한 바람이 온방을 돌아온다.
인간의 마음이란?
잠깐의 쉼으로 제정신을 차린 것인가
조금 더 고민해 본다.
아는 것 아무거서도 없는 낯선 땅에서 가이드 책을 너무 의지하고 다니자니
가이드 책을 맹신하는 맘이 들었었나 보다
가이드 책에 있는 상호들만 쫒아 다니던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다 - 나가보자
다시 마음을 먹고 배낭을 메고 나선다.
아까 그 안내자를 찾아 열쇠를 돌려주고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니
안내인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괜찮다 표시하며 출입구 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리로 조금가면 호텔들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원의 다른 출입구 쪽엔 자그마한 상가들이 몇 채 있는 시장골목이다
호텔들이 표시되어 있지만 비수기의 호텔들은 여행자들이머문지 오래되었는지
먼지들만 가득하고 작고 지저분하기만하다
에이 모르겠다! 입구에 있었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텔에 들어가 보자
초록색지붕의 제법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을 갖춘, 사원과 같은 양식의 멋진 호텔이다
카운터에는 제법 신경질적으로 생긴 꼬장꼬장한 아저씨가
안경너머로 사람을 힐끔 쳐다보며 있으려면 있고 말려면 말려는 식으로 대한다.
가격을 흥정해 본다.
언 시즌이라 이야기 해보았더니
계산기를 들이대며 40%디스카운트에 세금을 더한 금액을 계산해 준다.
더 깎아 달라고 해 보았더니 아예 신경질적이다
사라한에서 좀 사치해보자꾸나 그래봤자 하루15천원이었다.
카펫이 깔려 있어 케케한 냄새가 나지만
혼자 자기엔 제법 큰 널찍한 방에
통유리로 되어있는 발코니엔 커다란 흰 산이 자리하고 있고
화장실도 온수장치가 되어있다
이곳에서 나는 공주라도 된 느낌이다.
이틀을 예약하고 짐을 푸른다
이제야 배가 고프다
-산순이-
인도에 와서도 나는 산순이 이다
사원이나 관광지로는 발길이 안가고
뒤쪽의 하얀 눈을 가득이고 있는 산에만 두 눈이 간다.
오늘은 한번 저 산을 올라보리라
처음엔 마을사이로 들어가 산 쪽으로 난 길에 접어든다.
산에 들면 언제나 그렇듯 길이 보인다.
간간히 한두 채 집이 보이고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들린다.
조금 더 산으로 오르니 커다란 저수조가 보인다.
텅 비어 말라있는 저수조는 안 쓴지 오래된 모양이다
사람냄새가 나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제법 눈이 쌓여 있는 곳도 있어 한층 재미를 돋운다.
‘너 어떻게 내려갈래?’ 하고 묻기도 하지만
‘마을이 저기 보이는데 무어!’ 하며 금세 대답한다.
안개가 오락가락 마을 사이를 비집고 다니지만
갑자기 산 전체를 뒤집을 일이 없을 듯하다
도대체 누가 다닌 것일까?
산 정상까지 간간히 다닌 흔적들이 보인다.
산꼭대기 --
아마 가축들을 방목 하였었던 곳인지 울타리가 여기저기 쳐져있고
염소똥 같은 것도 간혹 눈에 뜨인다.
아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너른 바위를 찾아 배낭을 연다.
얇은 은박메트를 깔고 오리털을 꺼내 입고
보온병에서 따스한물을 따라 과자와 같이 입어 넣으니
온 세상이 내 것이다
발아래 세상을 두고 낮잠한숨 흐드러지게 자고나니
옅은 안개들이 산허리를 감싼다.
이제 내려가라나 보다
오던 길을 버리고 다른 길로 내려가려고 길을 찾는데
바람이 눈을 잔뜩 갖다놓아 눈이 한길이다.
눈이 적은 곳을 찾아 발을 디디지만 여지없이 허리까지 빠진다.
하는 수 없이 오던 길로 돌아간다.
재미는 별로 없지만 안전하다
아직 해는 남아 있어 시장구경을 해본다.
한 가게에서 만두를 만드는 아주머니의 손에 눈길이 끌려 들어간다.
만두피에 카레 양념한 야채를 넣고 만든 모모이다
한 접시 주문해본다
맛은 뭐 별로 카레가루에 버무려진 앙꼬는 별맛이다
그래도 돈내고 샀지만은 파는 사람 생각해서 다 먹는다
이집 짜이 맛은 다른 곳 하고 좀 틀리다
홍차에 생강을 으깨어 넣어 끓인 후 우유를 붓는데
간간히 나는 생강냄새가 그런 대로 괜찮다
값을 치르는데 외국인이라 약간 더 받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랴 갸격표도 안 붙어 있고,
모르는 채 웃고 가격을 치러준다
배도 부르고 한 바퀴도 끝내니 어둑어둑하다
사원 옆 작은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가게 앞에서 불을 쬐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정겨운지
웃으며 옆에 앉는다.
어린나이에도 성숙해 보이는 빈두
집이 어디냐 물으니 가게를 가리킨다.
아빠가 하는 작은 음식점이다.
7살 쯤 된 사내아이는 때하나 없이 순박하기 만하다
학교를 다니냐고 하니 얼굴에 수심이 간다.
아차, 잘못했구나 싶어 화재를 빨리 다른 데로 돌린다.
에끄 도 띤 하고 내가 열심히 외운 1 2 3을 인도말로 하니
아이 또한 에끄 도 띤 하고 손가락을 접는다.
나는 그이상은 모른다고 일부러 부끄러운 채하니
아이는 짜르 빤즈 하며 즐거운 듯 손가락을 접는다.
그냥 있기 뭐하여 짜이 한잔 시킨다
이번엔 아이가 쫴그마한 손으로 컵을 조물조물 씻어 쟁반에 놓고
가스불로 가서 짜이 한잔 끓여 낸다.
가슴이 찡하다
짜이를 내는 아이의 손에는 아직도 물기가 묻어있다
차가운 두 손을 꼬옥 만져주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이름을 묻고 나이도 묻고 아이가하는 말을 쫒아서 인도어 공부도 하다 보니
어느새 캄캄해지고 어디선가 아이아빠가 나타나서는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있어 문도 못 닫는 모양이다
나는 아이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고 아쉽게 돌아서며 소설을 쓴다.
내 느낌엔 아이의 엄마가 없는 듯도....
호텔로 와서 오랜만에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해본다.
따스한 물은 30리터 정도 되는 통에서 전기로 물이 데워서 나오는 듯한데
비누칠하다 찬물이 나오면 큰일이라 아껴가며 조금조금 쓰니
역시 미지근한 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물은 데우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그래도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니 날아갈 것 같다
내일도 신세벽에 일어나 첫차로 길을 떠나야 한다.
'산순이의 인도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상글라벨리 에서 (0) | 2012.05.24 |
---|---|
5. 뢰꽁뾔에서 깔파로 (0) | 2012.05.24 |
3. 사흘 - 첫 여행지 시믈라 (0) | 2012.05.24 |
2. 하루 - 비행기에서 (0) | 2012.05.24 |
1. 여행 십일전 하산 (0) | 2012.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