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풍경으로의 여행

설악에 눈뜨다 - 울산바위에서 장엄한 설악의 교향곡을 들으며

산순이 2014. 6. 5. 00:39

왜 ?  사는 가?

나는 ?  누구인가?

나는 ?  어떻게  살고  싶은 가?

 

                         

 

그대로 안으리

안인봉

 

사랑하기에 행복했고

행복했기에 사랑하노라

허구 많은 날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을 보아도

햇빛 쏟아지는 여름날에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을 생각하고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살랑이듯 속삭이는 솔바람을 생각하네

 

이런들 어떠리오 저런들 어떠리오

날아가는 새들도 기어가는 미물도

내력에 삶이 있는 것을

그대로 안으리 그대로 안으리

사랑했노라 들에 핀 잡초에도 꽃은 피었고

그 향내 찾아 벌 나비 날았노라

아름다운 자연에 왔다가는 인생

울다 웃는 날들을

사랑으로 되새기리

 

 

 

설악에 눈 뜨다

- 울산바위 위에서 장엄한 설악의 교향곡을 들으며-

 

막이 오르면

 

어찌 어찌 하여 산에 사는데

알고 보니 나는 나무들이 없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는 사람 이었네

 

이렇게 산에 살아도

가끔씩 내려가는 도시에서

파란 나무만 있으면

숨이 트이는 나를 보면서

아! 나는 파란색이 안보이는 곳 에서는 못 사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느낀 것이 불과 일,이년 전 이었으니

내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동해의 찬란한 해가 뜨고

 

산순이 울산바위를 만나다  -  2014년 5월 11일  에

작년에 알게 된 설악선녀

어머님의 시집을 안고 왔는데

그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나는 시!!!  들 에

감동! 감동한!! 산순이!!!

 

언젠간 한번 뵈으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병상에서 약도 거부하고 곡기를 끈으신지

보름째!  라는 말에 놀라

그 달음에 달려가 보았었는데

 

울산바위에 빛을 비추니

 

믿을 수 가 없다!

 

그 영영한 눈 빛!!

 

그동안 자신을 옥죄어 온 삶에 대한  노여움 이었을까?

 

설악의 악우들이  하나 둘 등장을 합니다

 

성한 육신으로는

 

등에다 일남삼녀를 짊어지고

손에는 호미자루를 거머쥐고

발은 하루종일 논밭에 담구고는

 

정작 여린 마음은 가슴 깊이 감추시고

장부로 살아 오신 삶

 

대청과 중청이 가슴을 열고 팔을 펼치면

 

                                 호미

                                                  안인봉

 

등이 굽은 호미 한 자루

손과 마음 합쳐 잡으니

신기 하구나

길도 되고

밭도 되고

곡식도 가꾸니

내 등 휘는 줄 모르고

장하다 하는 구나

 

 

오른쪽엔 천불과 공룡이

 

어머님은

이제는 촛불을 끄고 가시고 싶으시지만

이 또한 뜻데로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노여움일까 하였는데.........

 

잠든 모습속에 깃든 온화함 속에서

아직은 조금은 더 살아야 하시는가 보다

............

 

 

왼쪽엔 권금성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게 그분을 가슴으로 만나 뵙고

 

다음 날 선녀의 설악동지님께서 길안내 하여 따라간

 

아! 울 산 바 위

 

그 바위 하나로도 충분히 산이되는 !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이름은  바람

드디어 지휘자 바람이 소나무사이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세시간의 짧은 만남이 너무나 아쉬워

벼르고 벼르던 마음에

아버님 기일에 맞춰 난 틈에

"아빠 고마워요!"  하며

달려간 곳

울산바위

 

그리고 저기 달마봉 이 속초와 바다까지 어우르고 나섯고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어떤 것을, 얼마큼을 마음에 담는 것일까?

 

아는 만큼 보는 것인가?

마음의 크기 만큼 들어오는 것인가?

 

30년 가까이 산을 다니면서

시간에 쫒겨 네번을 설악을 다녀갔었는데

오늘 같은 감동은 처음이다

이제야 설악이 눈에 들어 오다니!!

 

또다른 분위기의 황철봉도 연이어 나오고

 

서울에서 속초행 12시반차를 타고 

속초시내버스로 속초시내 일주관광을 마치고

설악동에 닿은 시간은 오후 4시

 

불합리한 세상속에 너무나 나약한 존재 나는 

삼천오백원의 거금을 찍소리도 못하고 지불하고는

설악의 품에 든다

 

불합리한것은 금새 잊어 버리고

설악의 암봉들에 가슴이 마구마구 두근거린다

 

미시령 넘어 신선봉에서 저멀리 .....   금강산도........  

나오는 날이 있다는데......

 

늦은 시각이라 마주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하이" 하고 인사하는 밝은 얼굴의 외국인

"유 고 투 슬립"   그렇게 비슷하게 묻는다

" 메이비"  하고 답하니

"헤브 어 굳 타임"  하고 인사를 한다

역시 나도 똑같은 인사로 답해주고 길을 걷는데

남의 나라에서도 자기나라 말을 아무런 꺼리낌 없이 하는 그들에

약간의 질투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내 저 깊은 곳에서 들려 오는 말

'밖의 강함은 옷 일 뿐

 안의 강함을 찾아야 해'

 

일등석 손님은 해뜨기도 전에 벌써 와서 앉아 있고

 

오늘은 어떤 밤을 맞이하게 될까?

 

드디어 산길이 끝나고

계단이 시작된다

울산바위를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계단이 새로 설치되어

얼마나 넓고 깨끗하던지

내 눈에는 비박을 할 수 있는 데코로만 보인다

'오늘 이 데코에서 잘까보다'

'아니 저 데코가 더 넓직하고 좋아보이는데'

 

이때만 하여도

울산바위의 밤바람을

만나지 않았을 때 이다

 

그리고 벌써 좌석을 가득 메운 울산에서 온 바위들

 

'여기는 울산 바위  정상!'

 

뒤에는 동해바다가 넘실대고

앞에는  설악의 암봉들이 살아 움직이고

발아래에는 녹색의 향연이 울려퍼지는

 

여기는 울산바위!

 

설악의 품!

 

 

    하늘 농장

                    안인봉

 

넓은 하늘 농장에

어느덧 밭을 갈고 씨 뿌리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에

시시각각 변모하는 하늘농장

이 만큼 서서 저 만큼 보니

파란 물결 강변에서

흰머리 풀어 멱을 감고

흰구름 한아름 포개 안고

일 끝난 하늘 농장 석양에 노을 지네

하늘 가득 별빛이 흐르고

병풍으로 이어지는 검은 설악의 능선

별들이 속삭이는 밤

들새 산새 깜박 잠에서 깨면

저 멀리 수평선 위

꽃수레 타고 팡파레 울려 퍼지니

황홀한 그 빛에 눈부시네

땅과 하늘의 문이 열리고

오늘도 넓은 농장 펼쳐지려나

 

 

 동해 바다 위에서는 화려한 빛 쇼가 서막을 장식합니다

 

흥분을 뒤로 하고

햇님이 잠자리로 드셨으니

나도 잠자리를 찾아 본다

 

'들어가지마시오'를 살짝 들추고 철책을 넘어선 곳에

한사람이 잘 수 있는 멋진 자리가 있어

잠자리를 편다

 

바위 위에는 어린 연주후보자들이 자라고 있고

-저들도 언젠간 멋진 설악을 연주하겠지요!- 

 

허리밸트를 안차고 배낭을 메고 다니던 습관 때문에

어깨 근육이 많이 상해서 치료받고 운동하고 있는 중 이어서

어깨에 최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낭무게를 줄이느라

식사준비는 간단하게 밥을 싸 왔기에

조촐한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메트리스 깔고 침낭에 들어가 누웠는데

 

짧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왠지 신경 쓰이기 시작하더니

펄럭펄럭 침낭을 들썩이며 짖굳게 지나 가기를

여러번

 

 

어느새 호기심어린 산짐승 한마리까지

 

'아무래도 안되겠는걸'

'이 꼭데기 바람은 밤이 되면 더욱 짖굳어 지겠어'

 

텐트도 없으니 짐꾸리기가 간단하여

해거름이 남아 있을 때 짐을 다시 꾸려

아까 봐 두었던 곳으로 내려서는데

'이상하다 아까는 전혀 바람이 없던 곳 이었었는데'

슬렁슬렁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꼭데기 바람과 전혀 틀리지가 않는다

 

울산바위를 등에대고있는 반반한 평지의 바닥은

비박터로는 최고인데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메몰차기 이를데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괞찬을 거야' 위안을 하고

자리를 다시펴고 누웠는데

소나무가지를 흔들던 바람은

소나무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정도로 메서웁게도 불어댄다

'뒤늦게 설악을 찾은 나를 야속타 여기는가?'

 

산들바람이 파란하늘에 하얀구름날리면

 

아무래도 아니되겠어

이러다간 저 바람에 실리어

설악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설악에 살던지

동해바다에 빠져 처녀귀신이 되던지 하것어

 

'바람에는 장사가 없지'

다시 보따리를 싸고 이번에는 정상에서 차를 파는 천막으로 집을 옮긴다

 

이곳 정상의 바람이야 말해 무엇하리

하지만 이 천막은 적어도 겨울바람은 맞아보았을 터이니

여름날 하룻밤 바람이야 충분히 견디어 줄거라 믿으며

간신히 몽둥아리 하나 누일 수 있는 곳을 찾아

메트리스를 깔고 자리에 눕는다

 

다행히 자리깔고 누워 하늘을 보니 아는 얼굴 하나가 반갑게 웃고 있다

 

북 두 칠 성!

 

작은 틈바퀴속에서 하모니가 시작되고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쿵쿵 거리며 천막을 휘두르는 바람소리 소리에

오늘 밤 깊은 잠은 포기하였었는데

다행히 북두칠성이 자장가를 불러주어

그나마 자다깨다  자다깨다 하다 보니 어느새 동쪽 하늘이 뿌옇다

 

산순이가 앉은 바위도 연주를 합니다

 

어찌하여 이리 약해 졌는가

하기사 자연 앞에 너무나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

잠을 설친 머리는 무겁기만 하고

몸뚱아리는 잠을 더 달라 아우성이다

설악에서의 황홀한 일출을 그리고 왔었는데

현실은 뼈아프기만 하다

바람은 아직도 메서웁게 불고

햇님은 덩그라니 바다 멀리 구름위에서 뜨고

설악은 아직 잠에서 깰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아! 오늘은 이 몸뚱아리를 어디서 재워야 할까?

 

작으면 작은데로 크면 큰데로 자기의 연주를 합니다

 

무거운 마음에 모든것이 귀찮아 울산바위를 내려서는데

바로 붙어서 따라오던 바람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하고 나약한지

바람이 사라지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곳에 이르자

엉덩이가 벌써 땅에 닿는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토왕폭으로 갈까?  백담사로 갈까?  천불동을 오를까?

이리저리 계획만 새우다 우선 따스한 라면국물로 배를 달래기로하고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는데

마침 소나무동산 안에 큰바위들 사이에 멋진 아지트 한곳을 발견하고

얼른들어가 자리를 깔고 몸뚱아리를 눕히니

어느새 꿈나라로 가 있었는지

눈을 뜨니 훤한 대낮이다

잠이 어느정도 채워졌느지

이순위로 배도 채워 달라 하기에

어제부터 들고 다니던 물을 끓여

얼큰한 신라면 하나 후딱 배에 넣고 나니

또다시 스르르 잠이 찾아 온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굴 속에서 곰이 되었다

 

그그렇게 감동 속에서 일초같고 일년같은 하루가 갑니다

 

이리저리 설악을 날아다니던 꿈은 모두 접고

신나게 낮잠을 자고 나니

어느새 빛이 바랜 오후가 되어있다

 

오늘은 울산바위 위에서 신나게 놀아 보리라!

짐을 꾸려 어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울산바위를 오르는데

햇살은 설악의 이봉우리 저봉우리를 옮겨다니며 구름사이에서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부지런 하였다면 저 숨박꼭질을 좀 멋지게 찍었을 것을.....

 

설악의 연주 속에 모두 부처가 됩니다

 

그런데!

아아니!

나는 어제와 똑같은 곳에서

어제와 똑같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 눈은

내 수준으로만 세상을 보는 구나!

 

햇님도 동참하여 시시각각 조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하루를 수고한 햇님은 또다시 황철봉 너머로 들어가고

나는 어둠이 밀려오는 동해바다를 한참을 바라보다

미리 점 찍어둔 잠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ㅎㅎㅎ

오늘 나의 잠자리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ㅎㅎㅎ

 

바람은 밤새나를 찾아 울산바위 곳곳을 샅샅이 뒤지다

나를 못찾고 성질이 더 나서 바위 덩어리들 까지 집어 올릴듯

윙윙거리며 울산바위를 훝고 다녔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작은 육신 하나 감추고 입꼬리 치켜올리고는 신나게 잘 잤다는

자면서도 내가 누워 있는 곳이 통채로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멀리 떨어지는 상상을 여러번 했다는...........

 

이제 아쉬운 막장이 흐르고

 

'찬란한 아침이다!'

 

너무나 찬란한

어제와 다른 세상의 아침이다

세상은 같건만 내 컨디션이 틀리니 오늘은 딴 세상인 것만 같다

 

아침내 햇님이 바다 위에서 오로라 놀이 하는 것을 바라보다

바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울산바위를 모델로 찍사놀이를 하다보니

어디선가 황홀하고 장엄한 교향곡이 들린다

 

설악에 사는 모든 생명이 모두모두 나와 설악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또 듣는다

 

나도 역시 설악이 되어 설악의 웅장한 교향곡에 빠져

벅찬 가슴으로 빛나는 설악을 맞는다

 

서서히 장막이 내려오면

 

       내 별은 어디에

                            안 인봉

 

억수 같은

비바람에 고목이 울고

가랑비 오솔길에 산새가 운다

내가 왔던 길이던가

내가 가던 길이던가

아무도 보아주지 않은 길에서

무슨 목적으로 가야 하는지

뒤돌아 보니 아득하고

앞을 보니 절벽강산이라

힘 떨어져 주저 앉고

밤이 오니 어둠내려

길 잃고 더듬을 때

총총이 돋아나는 별빛

실낱 같은 초승달

산허리 넘기 전에

내 별은 어디에

 

 

장엄한 설악 교향곡의 무대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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