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필 적에 돌아가신 엄마 기일 에 맞춰 상경하여
엄마아빠 산소에 갔다 온 날
오랫만에 자매셋이 경기도에 있는 큰언니 농장에서
형부가 피워 주시는 숯불에 지글지글 고기 구워 먹으며
느즈막히 부쩍 늘어나는 자매의 정을 나누고 있는데
오래된 산친구에게 오랫만에 문자가 왔다
안부와 함께 무엇하느냐 묻길레 상경하여 고기 구워먹고 있다 하니까
'언제 내려가느냐' 묻는다
'내일모레 월요일날 집에 갈 계획이라' 하니까
'내일 혹시 시간이 되면 만나자구' 한다
'그래!'
'어디서?'
'몇시에?'
만나기 위해 물어야하는 것도 없고 답도 없이 문자는 끈겼다
오랫만에 엄마 아빠이야기도 실컷 하고
끈끈한 자매의 정도 더욱 단단히 하고
물고기에 육고기에 산에서 가지고온 버섯과 봄나물로 배도 두둑히 하고
캄캄히 늦은 시간 둘째 언니네 집에 돌아왔다
오다가 슈퍼에 들러 캔맥주세병 사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큰언니 농장서 캐 온 쪽파를 다듬에 씻고
밀가루에 깨소금, 새우가루를 갈아 넣고 계란까지 풀어넣어 부침반죽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아~~유 졸리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눈을 뜨니 6시
늦게 잔 탓에 몸은 무겁지만 오랫만에 북한산 갈 생각에 몸이 벌떡 깬다
세수하고 어제 냉장고에 준비해 놓은 파전거리를 꺼내서
도시락으로 2장 내 아침으로1장 그리고 언니식구를 위하여 2장을 부쳐 놓고는
냉동실에서 맥주를 꺼내 도시락으로 준비한 파전과 함께 배낭에 넣고 언니집을 나선다
상일동, 종로3가, 구파발 - 전동차에서 긴 시간을 졸며 보내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온통 알록달록! - 구파발역에서부터 북한산등산은 시작된 듯 하다
북한산성을 지나는 버스는 이미 만원이다
혼자몸이라 부비고 들어가 입구에서 간신히 서 있는데
북한산성 정거장이 되니 종점인양 많은 사람이 내리고, 차는 완전히 텅 비었다
몇정거장 더 지나니 사기막골! 내가내릴 정거장이다
덜 커 덩!! 쿵! 쿵쿵!!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전율이 덜커덩 소리와 함께 가슴에 채워져 있던 철문을 열어 재끼고
20대 젊은 청춘의 산순이 아니, 몇생애전 처음 북한산을 가슴에 들이던 그 때로 돌아가 버린다
끝없는 환희의 세계로............
.....북....한....산....이다......
입구에서 만난 벗꽃나무가 화사하게 웃으며 반기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웅장한 백운대를 배경으로 한컷 찍어주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이쁜 모습을 찾고 있는데
영~~ 마땅치가 않네... 하고 있는데 문자가 온다
'어디임?'
'사기막골 막 도착!'
'오후에 인수서 보자구'
20년도 훌쩍 넘은 오래된 산친구!
어찌어찌 사느라 바뻐 만나지 못하였었는데, 산사람이 어딜 가나?
10년이 지난 어느해 우연히 장터목서 다시 맞닥뜨린 친구,
그래도 서로 가는길이 달라 바삐 살며 근근히 연락만하며 지내다
또 10년이 지난 어느해 시간이 맞아 같이 지리산 산행을 하는데
나는 거북이가 되어 있었고 그는 토끼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토끼가 먼져 가서 두시간 이상을 추위에 떨며 거북이를 기다렸었다는....
'인수봉 어디쯤 서 만나게 되겠지....'
발은 백운대를 쫒고 맘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데 앞을 가로 막은 철조망!
오랫만에 찾은 옛등산로는 통제구역이 되어 버렸다
'가만있자 이곳을 몇 년 만에 찾은 것인가?'
예전엔 왜그리 국립공원 입장료가 아까웠는지-마치 내집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맨날 매표소 없는 곳만 골라서 다니던 통에 이곳에 자주 들락거렸었는데.........
돌아서 등산로로 가기는 싫고 혹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저만치 걸어가 보니
역시 나 같은 사람들이 아직은 좀 있는지 한사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업드려 들어간다
ㅎㅎ 마치 나의 청춘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무살 청춘의 산순이로 돌아가 걷고 있는데
사람없는 등산로에서 왠 젊은 아가씨들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길이 아닌 것 같아?'
'아니야 예전에 이 곳으로 내려갔었어!'
'이것봐 바위잖아 길이 없어!'
'글쎄 이리로 나 따라 와 봐'
조금 후 이야기의 주인공 아가씨들이 나타난다
나를 보더니 앞서가던 아가씨가 '길 맞잖아!' 한다
ㅎㅎ 청춘의 산순이를 보는 듯 하여 빙긋이 웃으며 인사를 건낸다
뒤에가던 아가씨가 길이 맞느냐 묻길레 탐방로 방향을 가르켜 주며 한마디 한다
'그러길레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요!' ㅎㅎ 하니
뒤에가던 친구는 "하하하" 웃고 앞서가던 친구가
'저는 머리는 좋은데 가끔 길을 잘 잃어요' 하며 웃는다
멋진 풍광이 보이는 곳엔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법 이지만
그속에서도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뻔하여 조금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까 내가 지나오면서 사진기를 들이대던 곳에서 눈에 익은 한 사람이
아까 나와 똑 같은 포즈로 사진기를 들이대고 숨은벽을 찍고 있다
'여보세요! 거기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나오세요!' 하고 단속반 흉내를 내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어느새 내 옆으로 와 있다
커피한잔 끓여 주니 밑도 끝도 없이 내뱃는 말
'너무 일찍 만나 버렸네!'
나역시 '미 투'
-그 이후 토끼 쫒아서 위문을 넘느라 허벅지에 알이 다 배겼다는....-
본격적인 숨은벽 등산로로 오르니
알록달록 시끌벅적 완전 가을 설악과 같은 만원사례이다
멋진 소나무 밑, 넓다란 바위 위, 멋진 조망터들은 이미 단체등산객들의 차지가 되어 버려
발검을을 멈춰보지도 못하고 아쉬운 시선으로만 옛적에 그곳에 섯던 추억으로 돌린다
아!
늦은 토요일 오후에 우이동서 내려 씩씩 거리며 아스팔트를 오르고
서울의 불빛을 렌턴삼아 우이동 깔닥고개를 올라
졸졸졸 흐르는 작은 냇물같은 계곡에 일주일의 시름을 다씻어 버리고
마지막 사람사는집 백운산장에 모든 사람냄새를 맡겨 버리고는
하얀 바위들을 무아지경으로 올라 찾은
숨어 있는 신선의 세계
숨은벽 바위의 아늑한 내 보금자리에 도착하면
잠자고 있던 북한산이 모두 깨어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듯 하였던
아! 내 청춘의 세상 숨은벽!!!
그 산이 사회에 적응 못하는 청춘의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었지만
지금은 삶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어야 하리!
아직도 잡풀하나 나지 못하는 바위 위 좁아진 나의 보금자리를 향해 짧은 시선 긴 시간이 흐른다
'예전엔 능력이 있는 사람들 만이 오르던 길에
지금은 메달아 주고 끌어주며 시끌버쩍하며 오르고 있다
진달래 꽃 바람
어쩌면 좋은가?
저 진달래 꽃을!
지나 갈 겨울을 배경으로
앞서 올 봄을 담고
여린미소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진달래 꽃 바람을
어쩌면 좋은가?
투명한 붉은 빛
하늘하늘 움직이며
여린 바람따라
낮은 노랫가락
들릴듯말듯 흩날리는
진달래 꽃 바람을
살아있는
신선의 그림
지나간 매서운 겨울을 배경으로
앞서올 따스한 봄을 가슴에 들고 미소짓는
진달래가 내 가슴, 내 온몸으로 들어온다
이 순간 숨은벽엔 인간이란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
이 순간 숨은벽에선 시간이 멈춰버린다
억겁의 세월이 찰라로 스치고
나는 다시 거북이 산순이로 돌아와
발이 땅에 닿는다
근근하던 바위 속의 작은 옹달샘에 차가운 물이 그득 담겨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위로 오르내리고 있는데도 물이 마르기는 커령 수량이 더 많아진 듯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역시 젊은 힘있는 북한산이구나!
숨은벽 깔딱고개를 넘어서 백운대 등산로에 오르니
이곳은 서울시민의 주말공원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이다
그나마 숨은벽등산로에서는 일정한 연령층 이었는데, 이곳은 남녀노소가 없이 그야말로 백운공원이 되어 있다
위문을 지나니 북한산의 속살들이 다 보인다
줄지어 만경대 밑을 지나는데 어느 등산객이 하는 말
'만가지 경치가 보인다고 해서 만경대래'
맞는 말 같기도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고?!!
이제 우리도 자리를 펴야지
이 공원에선 한갓지고 호젓한 곳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는데
세상에나! 만경대 방향으로 조금 오르니 사람자취가 하나도 없고
시끌벅적거리는 소리고 잦아든 곳을 발견했다
와! 기대도 안했는데 무슨 횡재람?
아이구 좋아라
신이나서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주안상이자 점심상으로 초라하지만 거나하게 차린다
옆에선 진달래 꽃나무가 화사한 꽃을 달고
'산순이가 올 것을 알고 미리 마련하였지' 하고 웃고 섯다
맘맞는 사람이 이세상에 같이 산다는 것도 좋은일이건만
이렇게 멋진 곳에서 같이 즐기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
아!북한산
허리아래까지 아파트 들이 몰려 들어오고
공휴일만 되면 많은 사람이 발디딜 틈 없이 온사방을 밟고 다니고
도시의 공해가 온산을 뒤덥어도
하지만 보아라!
북한산은 아직도 젊어 있다
지리산이 연륜 깊은 억겁의 어머니 산이라면
북한산은 위풍당당한 만겁의 청춘의 산 이다
지리산엔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이 넘처 흐른다면
북한산엔 연인의 뜨거운 사랑이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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