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사계

6월초 일주일간의 산행 2 - 아! 운해 운해바다

산순이 2012. 6. 13. 23:36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있다면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과 만날 때를 위하여

밧데리를 남겨 놓아야 합니다

그 때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놓아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적어 놓아야 합니다

 

오늘 아침

그렇게도 많이 올랐던 중봉에서

십여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운 해 바 다 를 .......

 

가슴은 벅차 오르고

손은 떨리고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3개나 가져온 밧데리가 하나도 온전히 남아 있지 않으니

아껴  아껴 떨어가며 겨우 몇 컷 담습니다

 

신로 자연의 거대한 장관 앞에서

나자신은 사라집니다

 

 

 

 

 

 

 

 

 

 

 

 

 

 

 

 

 

 

 

 

 

 

 

 

 

 

 

 

 

 

 

 

 

 

 

 

 

 

 

 

 

 

 

 

 

 

 

몇시인지도 모르지만은 갑자기 허기가 지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텐트로 달려가 북어국을 데펴서 식은밥을 말아 먹고서는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7시- 

2시간이 흘러 갔지만 일각과 같은 시각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골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밖이 훤해서 깨보니 다시 그려지는 천상의 그림들....

 

 

 

 

 

 

 

 

 

 

그동안 혼자만 다니던 산에

친구가 생겼습니다

손바닥만한 라이카디카와

지리산에 살다 블로그

 

뭔가 생긴다는 것은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일까요?

 

혼자 다닐때 이러한 장관을 보았다면

가슴에 모든것을 담았을텐데....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위벼랑에 걸터 앉아

나 자신도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텐데....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드는 생각

친구들한테도 보이고 싶다는 진한 아쉬움....

 

그러나

지금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장터에서 총 없는 군인처럼

몇일 남은 일정에 밧데리 눈금은 하나만 남았으니

 

오늘 저녁에도 장관이 펼쳐진다면

아!   어찌해야하나?

차라리 지 혼자 지고 말아라

은근한 바람은 무엇이던가???

불쌍한 인생입니다....

 

나의 바람을 들었는지 저녁엔 운무속에서

해는 졌는지 말았는지 모르게 넘어갔네요....

 

 

 

 

 

 

 

 

 

 

 

 

 

 

 

 

 

 

 

 

다음날 아직도  조금 남은 운해가 멋진 풍경을 보여주네요

 

요즘 힘들었던 나날들의 보상인 듯 합니다

산에 들어 와 몇번의 내려갈 고비를 넘기고

이번에 마지막 고비를 넘긴것 같습니다

 

이제 진정 지리산의 품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인연이 맺어준 우리 산 식구들과 함께.....

고마운 분들이시죠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하산하는 길에 도솔산인님 일행을 만났습니다

산에서 뵈니 어쩜 그리 반가운지...

반가운 마음에 그냥 보낼수 없어

원두커피 한잔에 마음을 담아 끓여 냅니다

중봉에서 조금만 늦게 나섰다면 뵐 수 없었을텐데

인연의 강이란 신비일 뿐 입니다

 

이번 산행길엔

마천소방소에 새로 부임하셔서 시찰차 오셨다는 소방소 임직원,

늦은 시간 보는 사람이 없어도 곰의행적을 살피는 곰팀 일행분들을

뵈니 지리산이 든든하네요

 

그리고

바위벼랑에 누워 있는 내게  방해될까하여 조용조용해주시던 함양의 등산객들

너무나 너무나 부러운 시선으로

동료가 아무리 빨리 가자고 재촉하여도 하봉을 떠나지 못하던

나에게 배낭을 비워주시던 (너무도 귀한 도마토와오렌지 그리고 쑥떡까지) 전주의 등산객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초 청산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덕담이 지금까지 내 맘에 화두로 남아 있었건만

이제야  그 답을 찾았습니다

 

신년의 우리에게 365개의 선물이 주어졌다는.....

 

이젠 선물로 받아들여야 겠습니다

일주일간은 너무나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었습니다.....

 

이제 진정 내게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