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시가있는 나의이야기

중봉의 밤

산순이 2018. 8. 29. 01:18

 

 

 

 

 

 

 

 

 

 

하늘도 땅도

시커먼

중봉의 밤

 

눈 먼 바람만이

잠 못 이루고

천왕봉을 바쁘게 넘네

 

어느새

하얀 운해 바람에 실려 와

봉우리를 따라 넘고

 

외로운 반쪽달

운해 따라 오더니

하늘로 올라가 버리네

 

반쪽달 하늘에서

반쪽 찾아 헤메다가

능선 너머로

들어가 버리면

 

숨어 있던 반짝 별들

하나 둘씩 나와서

은하수 만들어

파도 놀이 하네

 

 

 

 

 

열린 하늘 아래

섬이 되어버린

중봉

 

잠이 깬

은발의 고사목들

모여 앉아

 

비바람 눈보라에

묻어 가선

다시는 오지 않는

세월을 이야기하며

 

모진 세월과 혹독한 환경을

이겨 내고

수많은 공포와 두려움의 밤들을

견디고 나서야

 

천년의 고독과

친구가 되고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었다고

 

노래 부르네

 

 

 

 

파도따라 출렁이던

나의 마음도

어느새 잠잠해져

 

하나 둘 씩 사라지는

별들을

배웅하며

 

또다시 오는

새벽을 맞을

채비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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