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사계

여름의 추억 속으로

산순이 2014. 9. 3. 00:08

 

지리산 송대 마을  마당바위 옆에 있는 우리집 앞마당에서

 

산에는 구름이 넘실 거리고 우리집에는 할 일이 넘실 거리네

새벽을 여는  작은 봄새들의  봄의 노래소리를 들은 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빨리 온다 싶더니만

어찌온 6월은 양파 캐고 즙 내어 팔팔 끓여 포장하느라 모두 가는구나 싶었는데

일년분을  보관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 하는 수 없이 냉동창고도 만들어야하고

참으로 어렵게 땅을 내어 준 안보살님 덕분에 곤도라도 설치하여야하고

이러다가 산순이가 일순이 되겠다 싶어 꾀를 내었다

그냥 산에 갔다 온다고 하여도 될 것을 혼자 놀러 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휴가 좀 주세요"

 

 

                                                                 여름 농사인 양파즙 내는 일도 모두 마치고

 

     

 

불가능이란 없다는 대장님의 아이디어와

여러번의 시행착오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철근을 자르고 용접하고 심고 하지만 맞지 않아 더 힘들게 심은 것 파내고 다시 자르고 용접하고 이번엔 세우고 를 여러번 -

2달여의 땀방울을 쏟아 부은 끝에  드디어  드디어  곤도라는 완성이 되고

 

 

보관용 칡즙과 양파즙을 위한 냉동창고 공사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니

스을슬~~

휴가 짐을 싸야 겠다

 

근 10개월만의 산행인데도 마음은 차분하다

숙련된 손은 이제 장비목록이나  식단표를 짜지 않아도 

장비장롱에서 등산복옷박스에서,  냉장고에서 냉동고에서  필요한 것들을  척척 꺼내 놓는다

 

 

그런데 오랫만에 엄마 생각이 난다

배낭 싸는 나를 보고 아린 마음이어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표도 못내고 깊은 한숨만 내쉬시면서도 니가 좋아하는 일이니...

..............

그러면서도 집앞에서 지는 노을 속에서 '니 좋아하는  곳으로 어서 떠나라' 고 이야기 하고 계신 듯 하다

 

14년 8월 9일 드디어 여름휴가를 떠난다

일주일간 머무를 집과 먹거리를 등에 지고 거북이산순이 거북껍질같은 가죽배낭 메고 집을 나서는데

운무가 흩날리지만 오버트라우져로 중무장하고 집을 나선다

그래도 동욱이가 추천해준 신발 덕에 발은 뽀송뽀송하다

 

천신만고라는 단어가 있던가?  좀 과장된 단어이지만 비슷하게 엄살 부리며 영감절터에 도착한다

우리의 아지트는 공단에서 부순지 오래이고

그위 바위에 배낭을 내려 놓고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서 이리저리 집터를 구상하다

'물이나 먼져 떠 오자' 하고 물빽을 들고 샘터로 향한다 

여름수량이라 물은 많고 물맛도 그지없다

물 한잔 마시고 물빽에 저녁 먹을 만치의 물을 담아 바위 위에 놓고 풀들이 빼꼭히 우거진 절터를 돌아 다녀본다

유난히 바위벼랑을 좋아해서 바위 위에 집을 지을까 하였었는데

이상하지 풀들로 우거진 절터를 쳐다보고 있자니 왠지 평안한 느낌이다

오늘은 바람 부는 바위 위에서 잠 자지 말고 여기서 자라나 보다

수고롭지만 다시 배낭을 가지고 와서

손가락만한 가위를 꺼내어 가시투성이의 산딸기 덩굴을 자르느라 손에 물집이 다 잡힐 지경이다

그렇게 수고롭게 풀들을 다 치자 반반한 땅이 나오니 마음이 흡족하다

 

첫번째 집은 바람없는 반듯한 곳에 지었더니

딱딱한 땅바닥도 마치 일인용 침대인양 포근한것처럼 느껴진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으면 입는 나무옷이라.... 

그 속도 이리 평안할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잠속에서 살짝 살짝 돌아오는 이세상이 어쩜 그리 포근하던지

바위벼랑위에서 안자길 잘했어...  라고 이야기도 했던것 같다

 

뿌연 아침은 이슬비와 같이 왔다

하지만 내집에 온 나는 굳이 일어나지 않으련다

굳이 일어나야할 이유도 없다

충분히 다 잤다 싶어 시계를 보니 11시이다

볼일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어제 먹다 남은 밥도 데펴 먹는사이

이슬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에 햇님이 잠깐잠깐 나와 웃는다

날이 개었으니 집을 걷고 길을 가 볼까?

햇님은 벌써 저 큰 바위를 지나 갔지만  상관은 없다  어자피 길어야 2시간 거리...

인적 드믄 산 길엔   큰 나무들이 넘어져 있어   무거운 배낭메고   앉았다 일어섯다,  이리 저리 돌았다 하며  

두리능선에 오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은 배낭커버로 중무장시키고 우산을 꺼내 정원을 거닐 듯 이리저리 거닐어 본다

 

 

 

8월 지리의 능선들은 천상의 화원들이다

 

내가 사랑나무라 이름지었던 나무는 몇해전부터 참취를 한포기 기르더니

이번에는 모싯대 초랑한 꽃까지 키우고  있고

 

 

 

바위 위 정원에 핀 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일단의 두류능선산객들이 지나간다

오늘이 일요일 이구나...

 

 

우리팀이 두리봉이라 부르는 봉우리로 오르는 길에는 난코스가 2곳 있는데

한곳은 우회길이 생겼고  

한곳은 고사목이 좁은 바위길 위로 가로질러 있어서 항상 배낭이 걸려 힘겨웠었는데 그 고사목이 치워져 있어서

편하게 봉우리까지 올라 왔다

어제도 여우처럼 간간히 내리는 빗 속에서도 신발 속을 안 적시고 비 피해 영감절터를 올랐었는데

오늘도 간간히 내리는 빗속에 두리봉을 올랐지만 여우처럼 잠깐 잠깐 비를 피해 올랐기에 신발이 뽀송뽀송하다

옷이야 젖으면 갈아 입으면 되는데 신발은 한번 젖으면 산행 내내 젖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영 불편한게 아니다

두리봉 능선에 앉아 통금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 "두두둑 두두둑"

아니되겠다 미안하지만 길을 막고 집을 지어야 겠는걸

후다닥 집을 짓고 텐트 속에 들어오니

엥~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젠 지리산이 떠내려가도록 비가 와도 상관이 없다'고  큰 소리 치고 누웠는데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 텐트 후라이는 방수천이 아니라서 지붕용 방수천을 만들어 다니는데

방수천을 후라이 밖에 치면 바람이 많이부는 곳에서는 엥엥거리며 어찌나 시끄러운지

오늘은 비가 많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본체와 후라이 안에 천을 대었더니

장대비가 30분이 넘게 쏟아지니 방수천이 완전히 물길을 만들어  옆면으로  빗물을 쏟아 붓고 있다

도저히 아니되겠다 싶어 비가 잣아진 틈을 타서 나가 후라이를 걷고 방수천을 꺼내 다시 후라이위에 덥고 날쎄게 들어온다

이럴때의 날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ㅎㅎ

날쌔게 텐트 속으로 들어와 젖은 비옷들을 벗어 한켠에 놓고

텐트용 수건을 꺼내 바닥에 흥건한 물들을 닦아 짜내고 닦고 짜내어 왠만큼 물기를 없앤 다음에 버너를 켜서 텐트 속을 말리니

'헤헤헤' 다시 새집이 되었다

송대집에서  일주일 전에 지어서 꽁꽁 얼려 가지고 온  선식을 꺼내 데펴 먹고 일찌감치 누웠는데

이상하지 이자리도 왜 그리 편안한가 마치 내 작은 몸뚱아리에 맞춰진 듯 하다

밤새 빗소리는 먼듯 가까운 듯 여린 자장가 마냥 울리고

밤바람 소리 역시  멀리서 들릴듯 말듯 조용히 움직이는 듯 하다

오랫만에 보름달님과 놀고 싶었는데 달님은 오늘은 설악산으로 가셨나 보다

내일은 오시겠지....

캄캄한 밤 빗님과 바람의 여린 자장가 소리속에서  너무나도 편안한  쿠울쿨...

 

 

 

두리봉에서의 아침!

 

이것이 바로 지리산의 여름날 아침이지!

 

열린 하늘에 신이나서 두리봉 바위위를 쿵쿵 돌아다니는데

 

 

 

저게 뭐야?

동쪽에서 넘실대던 구름이 서쪽으로 넘어오더니 구름속에 무지게를 거는게 아닌가

나오면 그만이고 안나오면 말고 ...

 

여름날의 화창한 아침은 금새 사라지고

다시 운무 속 두리봉

산순이 배고플터이니 어서 집에 들어가서 아침밥을 먹으라네

-모든 것은 해석 하기 나름-

 

아침밥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비도 안 오는데 슬슬 집을 걷고 또 나서 볼까

 

 

운무속에서 쉬엄쉬엄 당도한 영랑대

시간은 점심때 인데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점심 생각도 없다

간단한 행동식으로 떼우고 하봉샘터에 가서 라면하나 끓여 먹을 생각을하고 영랑대 바위 위에서 놀다가

송대집이 궁금해서 전화기를 켰는데 집에서 전화와 문자가 몇통 와 있다

이리저리 전화하여 고맙게도 일처리가 끝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은 2시를 향하고 있고

물통을 보니 물이 1리터 정도 남아있고

저녁은 집에서 가지고온 선식이 아직 남아 있으고니 데펴 먹으면 되고

국은 안끓여 먹고 물 1리터로 커피와 식수를 하면 되지 않을까?

밤이든 새벽이든 아침이든 잠이 깨어 일어나서 배가고프면 텐트 걷고 하봉샘터로 향하면.... 

영랑대의 유혹이 참으로 심하다

 

 

이제 부터 신발 벗어 버리고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다

 

바위의 멋진 친구이자 동반자인 이끼들과

 

 

통통하게 살오른  바위솔과

 

 

여름 속에서 가을을 열기 시작하는 구절초와

 

 

스물스물 운무가 또다시 몰려오는 시간인가?

 

같은 장소, 같은 운무, 같은 바람을 맞은 나무들 이지만

어찌하여  똑 같이 생긴 나무 하나 없을까?

 

어떠한 모양이 옳고 어떠한 모양이 그른 것인가

어떻게 생겼든 간에 비난할 모양, 비난받을 모양 하나 없건만

사람들은 어찌 자기와 같이 생기지 않았다고, 자기와 같은 생각이 아니라고 무어라하는가

 

 

'에고~ 오늘도 둥근 달님을 만나기는 힘들겠구나'

 

 

누군가 잘 다듬어서 널직해진 내 집터에 집을 짓고 누워보니 이 또한 맞춤이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가운데 큼직한 돌멩이가 차지하고 있어서 일인용 밖에 안된다는...-

커피한잔 마시고 영랑대에서 놀다가 왠지 건너편 고사목이 보고싶어 건너가 고사목과 만나는데

회색빛세상에 회색빛 고사목!

'야 붉은 석양을 맞이하는 고사목을 보면 얼마나 멋질까?'

'시간도 많은데 좀 기다려 보지 뭐~~'

고사목 바로 옆 바위벼랑에 앉아  회색 세상을 향해 노래 불러 본다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세월은 가고 옛사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의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가사가 맞는 지는 모르지만 내 방식대로 목청껏 부른다  ㅎㅎ

 

아니 그런데  영랑대가 벗겨지는 게 아닌가?

 

 

찰나의 시간이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붉은 태양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저 고사목을

하지만 찰나의 시간은 지나고

금새 스르르 몰려오는 운무

 

아 그랬었구나 이번 휴가는 이렇게 지리산의 나무들과 구름속에서 지내라는 ....

 

 

모든것이 찰라 이다

...

 

 

어떻게 달려 왔는지 모르게 영랑대에 서니

다시 운무가 걷히고 황금빛 세상이 나타나더니

 

 

 

어느새 하늘이 열리고

그 속에서

하봉 중봉 천왕봉이 노을빛에 얼굴을 씻고 있는 듯 하다

 

 

무슨 사연인지 지는 햇님을 등진 가문비 나무에게도

햇님은 손길을 거두지 않는다

 

 

아!.........

 

 

 

 

그렇게 

낮이 가고 밤이 오고

해가 가고 달이 오고 

 

해놀이 달놀이를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커피한잔 마시면 500리터 가지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지내야 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먹고 싶을 때 먹어야지'

'캬~~  커피향이 너무나 좋타'

..........

 

 

 

 

밤새 달빛이 너무 훤해 잠을 못잘까 걱정을 했는데

달님은 밤새 구름속에서 숨박꼭질 하느라 바뻣는지 내 텐트로는 들어오지 않으셨다

희뿌연 기운에 눈을 떠보니 6시

밖은 뿌연 기운 속  '어자피 아침을 해 먹지도 못하는데 일찌감치 하봉샘터로 아침밥 먹으로 갈까부다'

 

'아마 아침밥도 못 먹고 텐트 걷기는 처음일거야'

 

왠지 집안이 잘 정돈되어 있는듯 해서 기념 촬영 한장 찍고

고생 많은 텐트도 한장 찍어주고는

다시 증거를 모두 인멸하고  배낭 하나 메고 영랑대에 섯다

바람이 휭하니 불어와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라 한다

다음을 기약하고 ...

 

하봉엔 여기저기 전망대가 너무 많아 하봉을 지나는데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배낭을 길가에 내려두고 전망대에 가서 바람 맞고 내려오는데

아니왠 남자가 내 배낭의 작크를 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봐요 왜 남의 배낭을 열어요"

큰 소리가 먼져 나온다

"혹시 물 없으세요  물좀주세요"

"그래도 그렇지 왜 남의 배낭을 열어요  어디 없어진거 있나 봅시다"

큰소리쳐도

내색하나 안변하고 느린 말씨로 "물이 먹고 싶어서요"

하며 느린 걸음으로 중봉 쪽으로 걸어간다

'내 원참'

'이렇게 이른시간에'

'..........'

그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힘만 조금 있었더라도

주먹이 불끈하지만 차라리 사라져준것이 고마운것이지

산에서 불상사를 당하기는 처음이다

하기사 불상사라고 하기도 뭐하지만은 

'저런 마음씨로 어찌 산을 오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지리산도 서서히 잠에서 깨고 있다

구상나무도 부시시 일어나 햇살을 받고 있다

 

 

 

'하봉 숲길을 걸어 보신 적이 있으세요?

 

  바람도 누워가는

  낮게 웃는 풀들   낮은 합창    낮게  뿌리고

  가늘게 미소짓는 철쭉나무

  먼듯 가까운듯 호위하고 섯는 주목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그 사이로 물 흐르 듯 흐르고 있는 산길

  무엇하나 조화에서 벗어남이 없는

  짓굳은 바람도 그 길에선

  고요히 미소 짓고 넘는

  하봉 숲길

 

  오늘은 햇님도 그 길에 축복을 내리시는 듯 합니다'

 

 

너무나 행복한 길

천국의 정원과도 같은 하봉 숲 길을  지나면

나그네들의 쉼터 하봉헬기장이 나온다

탁트인 시야가 아니라서 큰 경치는 없는데  이상하지 꼭 여기서 쉬어 가야 할 것 같으니

예전 같으면 헬기장에 배낭 내려놓고 물빽만 들고 샘터로 가서 물을 길어 왔는데

혹시나 또 어떤 불상사가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풀 속을 헤쳐서 안 보이는 곳에 배낭을 숨겨 놓고 물빽만 꺼내 들고 샘터로 향한다

 

나는 졸졸졸 흐르는 맑간 샘물만 보면은 왜그렇게 몸이 근질근질한지

그 맑간 물에 씻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데

'그 망할노무 인간 때문에  세면도구도 못 가져오구'

'씩씩 씨익씩~~'

'어자피 중봉 샘터에 물길러 갈텐데.'.

그동안 못 먹은 물 실컷 먹는데

'그동안 못먹은 물 실컷 먹고 싶어도 실컷 먹어 봐야 일리터도 못 먹고

  아무리 맛난 것 매일 매일 먹고 싶어도 인간의 마음에 더!더!가 있는한 충족되지 않는것인데

  ..............'

 

아침먹을 양의 물만 길어 와서

라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헬기장에 길게 누워 새벽 못 잔 잠을 보충 한다

'아!  한가로운 휴가여~~'

 

 

강원도에 대왕송이 있고

황산에도 대왕송이 있지만

내 눈에는 지리산의 이 나무가 "최고 최고 이다!"

나는 이 나무를' 아저씨 나무'라고 부르는데

언제나 이 길을 지나면 배낭 내려놓고 눈으로, 손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가득 안고,  안기는 나무

언제나 이 나무 아래 앉아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데

쉬면서 항상 카메라에 나무를 담아 보지만 전혀 들어 오질 않아

애만 태웠는데  오늘은 왠지 능선 위를 올라 가고 싶어 올라가 보니

마음에는 안 들지만 겨우 겉모양새가 카메라에 들어간다

 

다시 내려와 아저씨 나무 아래 섯다

아저씨 나무 아래서 아저씨를 올려다 보면

'우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위엄이 있는지

  하늘이 다 안보일 지경이고'

'또 그 옆에 서서 옆으로 쭉 뻗은 가지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여유롭고 기품이 있는지'

 

나는 당신의 동행자 라오

 

나는 당신의 희노애락과 같이 동행하는  

        지리의 천년송 가문비 라오

 

당신의 쨍쨍한 볕엔  

           소리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당신이 구름속에서 천둥소리 내지르면  

           가지 하나 내어주고

당신이 슬픈비를 뿌리면 

           잎새로 같이 울어주고

당신이 서리발 내리는 날이면  

           더욱 짙게 겨울을 준비하고

당신이 하얀 눈 송이 송이 뿌리면  

           가지가 처지도록 받아주는

 

나는 당신의 담대한 동행자 라오

 

                                                                                                  2012. 10.8

 

우리는 누구에겐가 저러한 동행자가 될 수 있는가?

우리는 누구에겐가 이러한 동행자 이지 않은가?

 

 

나는 당신의 희노애락과 같이 동행하는  

        평전의 낮은 풀이라오

 

당신의 쨍쨍한 볕엔  

 숨이 죽고

당신이 구름속에서 천둥소리 내지르면  

 놀라 떨고

당신이 슬픈비를 뿌리면 

 낮게 눕고

당신이 서리발 내리는 날이면  

 빳빳하게 굳고

당신이 하얀 눈 송이 송이 뿌리면  

 파묻쳐 사라지는

 

나는 당신의 소심한 동행자 라오

 

                                                                                               2012. 10.8

 

'에구 에구 ~~ 이러면 어떠하고 저려면 어떠하리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마음하나만 가지고 와 다오!'

ㅎㅎ

 

 

아저씨 나무 아래에서 실컷 놀다 일어섯는데 뭔가 끈적 거린다

방석을 깔고 앉았는데도 '아저씨는 꼭 흔적을 남기더라...'

'가지말라고 붙잡는것 같기도'

ㅎㅎ

모든것이 다 해석하기 나름

정작 본인은 아무생각이 없건만

...........

 

중봉 이다!

세석이 나의 큰 집이고 중봉은 나의 작은 집이지

그럼 하봉은 나의 별장쯤 일까?

그런데 요즘은 별장에서도 잘 지내더라!

 

 

 

예전 같으면 집을 지어 놓고 물 길러 갔을텐데 아직도 새벽의 일이 가시지가 않아서

숲속에 배낭을 숨겨 두고 물빽과 세면도구를 들고 샘터로 향한다

 

중봉의 샘터

좀 컴컴하여 죄많이 지은 사람은 왠지 섬득할 것도 같다고 혼자서 생각하며 씨익 웃은적이 있는 깊은 샘

 

언젠간 겨울에 이샘을 찾겠다고 내려왔다가 사면을 가득메운 눈속에서 혹시나 하고 뒤지다가 기진맥진 한 적도 있었지

 

이 시원함을 누가 알까?

몇일 만에 사람이 된 느낌이다

 

내일 까지 먹을 이틀치의 물을 물빽에 가득 담고  가파른 길을 올라 등산로에 오르면 마치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느낌이다

 

 

지상세계로 올라오니 구름이 스멀스멀 몰려 올라온다

구름속에서 일찌 감치 집을 짓고 또 일찌감치 밥을 해 먹고

집 밖에 나가보니 아직도 구름속

구름 속에서 보이는 것은 파아란 나무들 뿐

 

 

보이는 것은 나무밖에 없으니 이나무 저나무 옮겨 다니면서 말 걸어 본다

'햇님도 집으로 들어갔을 까?''

'오늘은 나에게 헤어지는 인사도 없었네!'

 

 

 

 

오늘 밤 잠자리도 어째이리 베기는 곳 하나 없고 좋은가

영감절터에서, 두리봉에서, 영랑대에서 삼일을 푹 잘 잤는데도 일찌감치 잠이 온다

보름 달님은 항상 구름 속에 있기는 하지만 7월 보름달님은 더욱 보기 힘든걸

꽉찬 둥그런 달님이 뜬 날은 훤해서 잠을 자다가 몇번을 깨는데

후두득 빗소리에 잠을 깬다

 

 

텐트속에서 듣는 빗 소리는 참으로 정겨웁다

몸둥아리 하나 눕히는 작은 공간인데 비를 피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이 작은 공간의 천막이 이리 편안 할 수 있다니

'비가 오니 햇님 맞으러 나갈 일 도 없고 오늘은 일요일이다!'

............

푹 실컷 잔 것 같아 깻는데 9시네  바깥세상 구경 한번 하자고 문을 열고 보니

앗불싸!

텐트가 바다에 떠있는 배 마냥

밖은 완전히 물바다이다

하지만 텐트 문을 닫으면 여기는 안전한 세상이다

텐트 칠 때  텐트바닥에  누군가 쓰다가 버린 두꺼운 비닐을 깔아서  다행히 침수가 안된것이네

비도 많이 오고   잠도 아직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  잠이나 깨고 보자

문 닫아 걸고 커피 한잔  진하게 따스하게 끓여 먹으니 덕지덕지 붙어있던 잠도 왠만큼 달아났다

비옷 챙겨 입고 나가 흑탕물 속에서 배수로를 파는데 한 삼십분 정도 걸려서 배수공사를 마치니

흥건하던 물이 배수로로 잘 빠지고 있다

나온김에 우산 쓰고 볼일도 보고

몸도 세워보고 벼랑에가서 일진도 보고 구름도 보고 바람도 맞고

밖에서 비맞고 있는 나무들과 이야기도하고 노래도 부르고

빗속에 우산쓰고 한참을 놀았더니 배가 고프다

 

그렇게 빗 속에서 밥먹고 또 낮잠자고 빗속에서 우산쓰고 놀고 .............

그렇게 햇님도 못보고 낮이가고

달님도 못 보고 또 닷새째 밤이 가고

 

 

 

근 10개월 만에 찾은 중봉은 지친 나의 영혼을 따스한 엄마의 품 마냥 포근히도 감싸주며 일깨워 준다

아! 얼마나 그리웠던가

 

빗속의 중봉에서 하루가 가고 또 이틀 째  텐트는 완전 물에 젖어 있다

내일 이렇게 젖은 텐트를 지고 세석으로 가야하나  

아이구 무겁겠다 간신히 먹을것들 열심히 먹어서 짐을 줄여놨는데

 

오랫만에 산에 온다고 좋아서 산에서 이것저것 해 먹겠다고 잔뜩 싸가지고 와서는

배낭이 무거워 엄청 후회를 하였었는데

그리고 영감절터에서 두리봉에서 별로 짐이 않줄어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오는 것 아닌데 후회를 했었는데

비가오는 바람에 누워서 이것저것 챙겨먹다 보니 짐이 많이 줄었다

간사한 마음은   '헤헤 많이 싸가지고 오길 참 잘했지  헤헤'

 

 

이튼날 점심때 부터 비가 그쳐 바깥구경을 좀 해본다

항상 산에 오르면 낮게 웃는 꽃들 보느라 고개를 들을 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나무들만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나무들 쳐다보느라 목이 다 아프네.....ㅋ

 

 

내 중봉을 찾은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이렇게 나무들의 이야기로 꽉찬 중봉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

 

 

 

구름이 휘장을 걷으니

그 속에서

살아천년 죽어 천년의 나무들이 멋진 공연을 하고 있네

 

 

저 구름 속 어디선가에서 해는 지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집을 찾는 시간

내 마음의 집은 어디인가?

이틀동안 비구름을 나르던 바람도 안식처로 들었는가 사방이 조용하다

그사이 해거름은 느린 걸음으로 지구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그 뒤로 어둠이 어둑어둑 찾아 오고

어둠 속에 하나의 그림자 

항상 둘 이던, 셋 이던 나는 지금 이순간엔 혼자이다

이 혼자인 나를 찾아 나는 산에 오른다!

 

어둠이 몰려오는 적막 속

검은 그림자 하나

지리산도 하나

세계도 하나

 

그렇게 멈춰진 시계가 텐트 속에 들어와서야 다시 돌고 있다

내일은 세석으로 가야지....

텐트나 말라야 할 텐데....

쿠~우~울

 

 

5일간의 긴긴 잠속에서 지난 몇 달 동안의  육체에 덕지 덕지 붙어 있던 긴장과 피로들이 말끔히 가신 듯  몸이  날아갈 듯 한 아침이다

운무는 모두 걷히었으나  하늘에는 아직도 두꺼운 구름이 펼쳐져 있고 바람도 상쾌하니 산행하기 참 좋은 날씨이다

텐트도 바닥만 빼 놓고 모두 말라 있고  햇님이 구름사이에서 얼굴만 씻고 다시 들어가 버렸으니 밖에서 햇님과 놀 일도 없고 일찌감치 밥먹고 텐트를 걷으면 되겠네 생각하고 텐트 안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마음 한구석이 영 섭섭하다

'그래도 아침 인사는 나가 볼까?'

다시 비바지를 찾아 입고 물기 가득한 풀섶을 지나 봉우리에 서는데

아!  나의 눈을 완전히 막아버린

'반 야 봉!'

내가 그렇게 많이 중봉에 올랐지만   중봉의 반야가 그렇게 크게 다가 온 적 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에잇 오늘 도 못 가겠다'

그렇게 오래 오래 그자리에 못이 박혀서 반야봉만 쳐다 보다 사람소리에 놀라 깨어 났다

'이왕 안 가기로 마음 먹은 것 가서 아침밥이나 먹고 나와서 또 놀자'

 

 

밥먹고 나오니 모처럼 밝은 세상에 꽃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 진정 여름날의 지리산의 모습이다

 

중봉의 꽃밭에 앉아 신나게 놀다보니

'이 멋진 풍경도 몸이 더 늙으면 못 보겠지' 하는 서러운 생각이 인다

나도 욕심 앞에 선 너무나 약한 인간인것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산 봉우리에서 잠자기를 좋아 했던 산순이

해지는 적막 속에 홀로 서있기를 좋아했던

바위벼랑 끄트머리에 서서 바람맞고

봉우리에서 홀로 노래부르고

당귀잎, 곰취잎, 산파잎 으로 진수성찬 차리고

옹달샘이건 계곡이건 물만 보면 뛰어 들기 좋아하고

텐트속에서 듣는 빗소리를 좋아하고

삭풍의 겨울 성애 하얀 이굴루 같은 텐트속에서도 어린아이가 되고

촛대봉에 서서 너른 세석평전을 다 갖고

중봉에서 일출 일몰을 다 갖았던

지리산을 진정으로 좋아했던

마고할미의 딸 산순이

사회에서는 무명인이지만 지리산에서 만은 어느 왕 부럽지 않다던

 

 

 

그리고 오늘은 중봉의 나무들이 있구나

 

 

신나게 놀다가 피곤하면 들어가서 낮잠자고

일어나서 또 나와 나무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하늘과 맟닿은 자리는 천왕봉에게 양보하고

작지만 작다할 수 없는 봉우리엔

한세계씩 간직한 나무들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있구나

 

 

 

꽃과 놀고, 해와 놀고, 구름과 놀던 고사목에  노을이 찾아오니  조금 있으면 달이 찾아오고 별이 찾아오겠지

 

 

해거름을 보면 숙연해지지 않을 수 가 없다

언젠가 떠나야 할 인생

 

 

해도 넘고 달도 넘고 구름도 넘는 중봉을   산순이만 못 넘고 또 밤을 맞이하는 구나

 

'휴가 일정은 내일이 하산하기로 한 날인데

  여름날의 연하봉을 지나지 않고 는 한해가 갈 것 같지가 않구나

  식량도 하루 여유가 있고

  에잇 하루 더 있다가 내일 내려간다고 전화해야지'

 

 

 

아침운해가 일품인  중봉

저녁 반야가 또한 일품인 중봉

이번에는 삼일간 푹 쉬게한 중봉 이

모처럼 운해를 가져와 아침인사를 한다

 

 

 

모든것이 살아 있는 산

인간으로서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삶과 죽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유난히 까악까 거리고 시끄럽게 굴던 저 까만 새 가 오늘아침은 조용하네

 

???  그런데 이 이른 시간에 마라토너 차림의 50대 아저씨가 중봉에 갑자기 등장하더니

이정표를 보고 시계를 보더니 "12키로라 에잇 2시간이네"  하며 성질나는 말투로 내뱉고는

써리봉쪽으로 달린다  등에는 작은 쌕에 물병 두개 메달고

산행 하는 목적도 여러가지!

인생의 목적도 여러가지!

 

그리고 그 이후로 계속 마라토너들에게 길을 양보 해주어야 했는데 

이상하지 나이는 모두 50대는 넘어 보인다

젊은 체력도 힘이 드는 일을....

 

 

천왕봉에 오르니 사람도 많고 구름도 많고 봉우리도 많다

 

목책을 넘어 바위에 올라 젖은 텐트를 꺼내 바위에 널어 말리고

커피한잔 에 시계분침은 벌써 한바퀴ㅡ를 돌았다

 

 

 

천왕봉을  내려오는 계단 옆에 서 있는 고사목

이길을 지나는 사람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저 고사목을 쳐다 보고 지날까?

 

 

좀더 내려가니 운무가 밀려오기 시작 하더니

멀리 있는 세계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 버린다

 

 

 

운무 속에서 놀다 놀다 내려오니 점심 때가 되어서야 장터목에 이르렀는데

제석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무슨 줄 인가 보았더니 가는호수에 쫄쫄쫄 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잉~  산희샘 공사 중 인가?'

'그런데 여름에 풍부하던 수량이 저것 밖에 않되나?'

물이 너무 적게 나오는 바람에 손 양쪽에 물병들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의 줄이 잘 줄지 않는다

나도 하는 수 없어 물빽을 들고 그 뒤로 섯는데  "물이 왜 이렇게 줄었어" 하고 불평하는 사람 한사람 없다

나도 당연히 이야기 할 사람이 없는 혼자이니 말 없이 서 있고

알아도 말 못하고, 모르니 말 못 하는가

그런데 아까 부터 고민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영 걷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저녁 먹을 물 까지 뜨자고 결론을 내린다

그 와중에도 줄은 줄어 들어 내 차례도 오고

물빽에 라면  끓일물과 저녁 준비 할  물 을 4리터 정도 채운다

 

 

물빽을 배낭에 언고 일출봉으로 향한다

새끼줄만 살짝 넘으면 옛날의 산길이 나온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이 지난 발길은 없어지지 않는다

'저 고사목 앞에 몇밤을  지나던 내 집터가 있지'

ㅎㅎ

오랜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문만 열면 떡하니 지키고 섯던 고사목의 키가  반으로 줄어 들어 있다

라면을 끓여 먹을라고 하는데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에잇  가기 싫어 오늘은 여기다 집을 지어볼까  비가 오는데 누가 다니겠어'

몇방울 굵은 빗방울 속에서 젭싸게 집을 짓고 들어가니

여기는 현재가 아니고 과거 이다

......

과거의 추억속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나니 잠이 몰려온다

'문 밖에는 반으로 줄어든 고사목할아버지가 떡하니 지키고 있고'

'잠이나 함숨 자볼까?'

흐릿한 잠 속에서  연하봉을 지나는 등산객들의 고함소리로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3시가 다가온다

잠을 자고 나서도 영 편치 않는 마음은 무엇인지?

양심이 있다면 이러한 것인가?

일주일만 있겠다고 그러고 편히 일주일을 지내고도 욕심에 끌려 '하루만 더~~'  하는 내가 너무나 한심스러운가 보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가 표면에 떠오르니 밖에도 빗방울이 멈춘다

텐트는 조금 젖어 있지만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어찌 있겠는가?

'마침 내려가라고 비도 그친것 같은데 일어나자!'

 

 

지리산 어디고 추억이 없는 곳이 있을까?

20대의 산순이 여름에 휴가라고 빗속에서도 친구 둘을 데리고 백무동을 왔는데

매표소에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산행을 못한다고 들여보내주질 않는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아니되기에 하는 수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 갈수는 없고 건너편 민박집에 머물자' 하고

민박집 2츧에 방을 얻어서 방안에서 놀고 있는데  비가 왠만큼 스그러들기에 

친구들 꼬셔서 "올라가자" 하고  매표소 직원이 안보이는 틈을 타서 민박집을 나서서

신나게 줄행낭을 쳤던

간간히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얼마나 신이 났던지

그 때도 그곳에서 같이 웃어주던 나무가 아직도 나를 반겨주고 있네

안녕~~

 

 

 

겁도 없이 위험한 곳에서 사진 찍기 좋아하던 스무살 가시네가 올라 타고 사진을 찍곤 했던

그 가시네가 이젠 가까운 글씨도 잘 안보이고  하얀머리 히끗히끗나는 아줌마가 되었건만

저 소나무는 아직도 그때 그 모습이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추억속에서

히미해져 가는 산을 내려가고 있다

 

그 추억 속이 될 사진 한장

 

맥주 한 캔에  곤드래 만드래 히죽히죽 거리며  집에 다와가는데

굴뚝을 빠져 나오는 하얀 연기들이 멀리서 제일 먼져 반긴다

 

다음날은 8월 연휴를 맞아 집에 온 손님들로 북쩍 북쩍 하다

' 잘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