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사계

8월 말 지리산의 꽃밭에서

산순이 2013. 9. 2. 22:20

 

 

산은 짙은 녹색이고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두둥실 하얀

여름의 한 복판에 있는 8월

 

한달동안 너무나 멋드러지게 목욕탕 공사를 끝내고

아직은 돌 투성이인 집 뒷밭을 뒤집어 배추밭 만들어

너무나 비싸서 금비라 불려지는 화학비료를 뿌려놓고

휴가를 받았습니다

 

-7월 27일의 영리봉 일출모습 오늘은 구름속-

 

 

 

 

이틀째~~

영리봉에서 맞은 아침!

 

수많이 걸었던 길이고

수많이 보았던 일출이건만

언제나 이 짓이 싫어 질 런지

인생에서 이런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인생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이란 나에게 과연 무엇이던가??

 

몇일전 꿈에서 본 나의 삶의 방식

'현실도피'

'나는 과연 현실의 무엇이 싫었고'

'도피처에서 바라던 건 무엇이었던가?'

'산은 나에게 현실도피 이외에 다른것은 없는 것인가?'

 

 

 

사흘째~~

영랑대 벼랑에 앉아 구상나무에 햇살이 들어가는 것을 한참 동안 쫒아봅니다

 

 

 

나흘 닷세~~

중봉에서 누군가가 사용하고 두고 간 두꺼운 비닐을 이용해 만든 집에서

빗속의 이틀밤을 지내어도 물음의 답은 없습니다

 

비닐 펄럭이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었건만 그래도 이 도피처는 천국입니다

'육신이 아닌 마음의 천국'

'나는 마음이 편하면 육신의 불편 쯤은 감수하고 살아 왔나 봅니다'

 

 

아! 천왕봉!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 꽃 밭 을.............

 

 

지리산에서 닷세째에 만난 한 여름 꽃들의 향연에

나의 눈만 호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뇌에서는 엔돌핀이 여기저기서 치솟고 있고

팔 다리는  날개와 꽁지가 되어 꽃들 위를 날아다니고

나의 몸은 몸자체가 웃음이 됩니다

 

 

 

 

 

투구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설마 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시간은 흐르는 것

이제 고사목의 제석봉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초원의 제석봉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간은 저 낮은 구상나무들이 자라서

구상나무숲의 제석봉이

또다시 고사목의 제석봉이

또다시 초원의 제석봉이 

되겠지요..........

 

 

연하봉 꿈길을 가는 입구에는  이름모를 처음보는 꽃이 피어있더군요

 

 

꿈길로 이어지는 길은

꽃길로 이어지는 길로 되어있었습니다

 

 

구름을 맞는 연하봉은 아무말이 없건만

구름속을 걷는 사람들은 다양한 말들을 합니다

 

구름속이 선경의 세계 같다느니

아무것도 안보여서 싫다느니..........

 

좋고 싫음의 양쪽 끄트머리를

마음의 행보에 따라 끈임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엿세째에 맞은 세석에서의 아침

구름이 먼져 인사를 걸어 옵니다

 

 

운이 좋게도 흘러가는 한줄기 구름을 잡았습니다

 

 

남부능선을 넘나들던 구름들이 일렁이더니 무슨 말을 합니다

귀 귀울여, 마음 귀울여 들어보니

 

'너의 세계는 산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마음에 있는것이야'

'산은 너의 마음에 그러한 세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너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준

 매개체 였을 뿐이야'

 

 

천왕봉도 같은 말을 해 줍니다

 

'너의 세계는 산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마음에 있는것이야'

'산은 너의 마음에 그러한 세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너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준

 매개체 였을 뿐이야'

 

 

꽃들도 웃으며 같은 말을 해 줍니다

 

'너의 세계는 산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마음에 있는것이야'

'산은 너의 마음에 그러한 세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너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준

 매개체 였을 뿐이야'

 

 

이제 나는 더이상 '현실도피'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아니 스승들이 이야기 해주는 것을 들어야할 때 가 다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친구!

내 인생의 스승!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

 

 

구절초 향기 만발한 이곳에서

인간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진정한 '인간의 향기'는 '마음가짐'이 아닐런지

 

 

나의 마음가짐이 생각이되고  형상이 되어

코가되고 입이되고 눈이되어

얼굴로 형성하고

몸으로 풍겨나오는

 

인간의 진정한 향기는

마음속에, 내 머리속에 담고 있는

마음가짐이나 생각이  아닐런지

........................

 

 

8월의 마지막날 세석의 꿈속같은 꽃밭에서

현실을 찾았습니다

향기를 찾았습니다

 

 

일주일간의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니 구름들이 많이 옅어졌습니다

이제 구월이 오면

저 하늘은 더없이 높아질테고

하늘을 뒤 덮고 마음을 뒤 덮었던 구름들은 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또 다른 모습으로 날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도피하지 않으렵니다

그 속에서 살으렵니다

 

'세속에 살던 나는 지리산에서 살았지만'

'지리산에서 사는 나는 현실에서 살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