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 깊숙히 천왕봉 까지 왔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까닭에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에서 아침상을 준비합니다
후라이펜에 물 을 자작하게 붓고 끓기 시작하면 짜파게티 면을 넣습니다
감자 양파 고추가 있다면 면이 다 익을 쯤 춘장스프와 같이 넣고
비벼서 먹으면 맛있는 짜장면이 되지만 오늘은 마늘밖에 없어 마늘만 넣습니다
천왕봉의 가을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 짜파게티는 얼마면 될까요....
우리나라의 색 이란 눈으로 보이는 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이는 색을 이야기하는 것 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안그러면 다른색을 한가지 이름으로 부를리 없으니까요
하늘색도 파랗다고 하고
여름 짙은 숲도 파랗다고 하고
물색깔도 파랗다고 하고
맑고 짙은 것을 파랗다고 하는 것일까요?
울긋불긋한것을 빨갛다고 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요?
그런데 오늘 내겐 온산이 빨갛게 보입니다
사진으로 가지고 와서 보니 다른색깔도 많이 있는데
이때 일주일간 산행 내내 나는 빨간색만 보았습니다
이제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천왕봉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옆으로 가로질러 갑니다
이제부터 천왕봉 너머의 한적한 산행은 끝이 났고
늘 사람들이 부쩍거리는 줄처진 산행의 시작입니다
잠시 줄을 넘어가서 천왕봉의 바위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역시 가을을 안고 있습니다
긴 긴 세월동안 세월의 군상들을 모두 안고 있는 바위는 하나의 산입니다
멋드러진 청송들을 세워 친구로 만들고
작은 진달래 영상홍을 앉혀 노래 부르게하고
바위솔 양지꽃들을 올려놓고 바라 보며
녹색 노란색 회색 갖가지 이끼들을 붙여놓고 웃고 있는
바위는 산 안에 또 다른 산입니다
점심때 쯤 도회지 장터같은 장터목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을 너무 거나하게 먹은 까닭에 간단한 주점부리를 사 먹기로 합니다
깐포도에 에이스하나 초코파이하나를 사서 산장앞 의자에 자리를 틉니다
오는사람 가는사람 쳐다 보며 요기를 합니다
예년 같으면 싸들고 가서 연하봉에 올라 먹었을 텐데
단풍들과 노는라 힘이들었는지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연하봉
나이가 들었나 추억이 세록세록합니다
한겨울 이곳에서 몇번은 묵어 간 적이 있지요
살짝 줄을 넘어 예전의 흔적을 찾아 갑니다
오래 되었어도 발의 기억은 정확하여
예전의 그 고사목 에서 길을 꺽어 들어갑니다
풀들이 많이 차지하긴 하였어도 여전히 반반합니다
식곤증도 있고 하여 잠심 메트리스를 펼쳐 눕습니다
한겨울 눈이 허리까지 차 있던 이곳에서
코펠로 눈을 퍼내고 집을 짓던 그때로 돌아갑니다
뒤돌아 보면 내가 지나온 길 입니다
이리도 멋질 수가 있을 까요?
나의 삶은 어떠한가?
뒤돌아보면 이리 멋질 수 있는가?
가을 속의 저 나그네들!
짐지고 땀흘리며 행군하는 그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 까요?
편안한 집에 도착하여 세월이 지난 후 펼쳐 보는 그림은 어떠할까요?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이른 아침 천왕봉에서 뜬
해와 같이 일어나고
햇님은 하늘을
나는 지리를 밟고
이제 반야봉에 다다른 햇님
이제 세석 집에 다다른 나
반야봉 너머로 들어가는 햇님의 얼굴이
나의 얼굴처럼 붉고
나의 마음처럼 웃고있고
나의 몸처럼 하루의 행군을 힘겨워하네요
지리의 다른 능선들도 잠들 준비를 합니다
모두들 잠자러 들어가고
나도 내 집에 들어 갑니다
물이 지척에있는
봄여름엔 산의 진미 온갖 나물들이 널려 있는
세석 나의 큰집!
역시 나의 큰집 답게 먹을것도 풍성합니다
내일치 까지 이틀분의 밥을 짓습니다
영랑재에서 아침을 먹은 이후 다섯끼 만에 처음으로 곡식을 먹어 봅니다
내일은 하루종일 영신봉과 칠선봉 그리고 병풍바위에서
단풍놀이 할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신이 납니다
그런데 소풍 가기 전날 밤 아이 처럼 몸이 좀 이상합니다
밤바람을 너무 많이 쐐여서 인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도 않고 신나게 놀아서 인가
목구멍이 알케한 것 도 같고 어깨부터 의실의실 한기가 몰려 드는 것도 같고
비상사태 발생입니다
중봉에서도 약간 한기가 있긴 하여서 가지고 온 천들을 모두 동원해 깔고 덥고 잤는데
이번에는 좀 심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
버너를 켜서 텐트안을 좀 뎁히고
뜨거운 물을 끓여 설탕 잔뜩 넣고 마십니다
몸이 좀 훈훈해 집니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캄캄한 밤에 깨어보니 달님은 벌써 하늘 가운데 서있습니다
별님도 초롱초롱 옆에 섯습니다
눈인사 한번 나누고 다시 캄캄한 잠으로 들어갑니다
아침이 되니 다행히 몸이 거뜬합니다
메트리스를 챙겨 들고 촛대봉으로 오릅니다
바람 없는 촛대봉 바위 한켠에 폭 박혀 아침을 맞습니다
어쩌다 촛대봉을 오른 등산객이 나를 사람인지 아닌지 의심을하며 왔던길을 되돌아가고
줄처진 밖 촛대봉 저쪽의 등산객들의 환호를 받고
햇님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촛대봉 바위들도 햇살에 얼굴을 씻으며 일어서고
오늘 또 다시 햇님과 나의 놀이가 시작 됩니다
개구리 두꺼비 용 모양의 바위 위에서
지고있는 쑥부쟁이의 마른 노래 위에서
빨갛게 타고있는 가을 나뭇잎들 사이에서
올가을 작은 시루봉이 새로 맞춘 옷의 색상은 과연 환상 입니다
이곳 저곳 기웃기웃거리고 참견을하고 찬양도해주고
볼모로 사진기안에 잡아오기도하고 나의 아침은 참으로 분주합니다
바위 위 낙엽속에 잣나무 한그루를 발견하였습니다
지금은 풀보다도 작지만
언젠간 내 키를 훌쩍 뛰어넘어
바위까지도 보듬고 안고
늠늠히 지리의 주능을 바라볼
지리의 또 하나의 주인입니다
용담의 굳게 다문 꽃잎도 때가 되면 열릴 것이고
아침 햇살을 담고 있는 쑥부쟁이는 수줍은 달님과도 같고
가을의 주인 구절초는 땅의 태양 같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배가 꼬르륵 거립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작은 주머니에 코펠 버너 라면 물 커피 메트리스를 챙기고
쉬지도 않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구상나무 사스레나무 철쭉나무들이 나의 집을 잘 보살펴 줄 것입니다
건너편 영신봉 에서 바라보는 촛대봉의 너른 가슴
저 가슴때문에 나는 아직 노처녀인가....
지리 종주중 제일 힘이들었던 멌있는 깔딱고개 칠선봉!
노고를 시작해 총각샘이나 연하천에서 점심을 먹고 해거름이 몰려올 무렵
힘겹게 도착한 칠선봉에서 바라보는 단풍과 반야
하루의 힘겨움을 모두 가지고 반야 너머로 들어가 버리던 태양
그 추억으로 오랫만에 칠선봉에 올라봅니다
역시 멋진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습니다
상반된것을 함께 가지고 있기 힘이들지만
반야는 굳음과 부드러움 모두 갖고 있습니다
영신봉서 병풍바위로 향합니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끈긴 오래된 길 이지만
아직도 산죽들이 길을 막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곳에 서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알던 세상은 사라져 버리고
말을 잊은 가슴만이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서 있습니다
저 능선들을 따라 가을이야기는
우리내 동내로 내려갈 것입니다
빨리 점심을 먹고 집에가서 짐을 싸 가지고 와서
오늘은 이곳에 집을 지어야 겠습니다
그래도 식사는 이세상 식사 입니다
맛있게 신라면 하나 후딱 헤치우고
휴지로 설겆이까지 끝내고
천상의 커피까지 마친 나는
매트리스를 펼처놓고 드러누워 지리의 여왕이 됩니다
큰소리로 호령도 치고
하늘마차타고 단풍세상을 신나게 날아도 보고
핏빗사연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명령도 내려 봅니다
신나게 놀다 잠이와서 업드려 누웠는데
인기척이 납니다
나처럼 또다른 불법자 인가 싶어 귀찮아모르는체 업드려 있습니다
"통제지역입니다 나가십시요"
이 무슨 말인가 놀라서 일어나 보니 제복입은 아저씨가 서계신다
에구에구 여왕은 무슨 여왕 여우처럼 꼬리를 내리고
"죄송합니다" 하고 좋은말 할때 얼른 짐을 싸서 자리를 피합니다
이곳에서 자려던 꿈은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산장에 들러 스펨하나 사서 저녁이나 맛있게 먹어야 겠습니다
세석 놀이
해뜨는 아침엔
붉은 천왕봉과 놀고
훤한 대낮엔
누런풀섶에 낮게 핀 꽃들과 놀고
해지는 저녁엔
분홍빛 반야봉과 놀고
캄캄한 밤중엔
돌멩이 가지고
개구리 두꺼비 공룡놀이 하면서 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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