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송대 우리집이야기

비오는 날의 어름터 나들이

산순이 2012. 7. 11. 22:20

비가

후두둑  후두둑

밤새  자장가를 들려주더니만

아침엔 멋진 그림을 보여주네요

 

 

 

 

 

 

 

 

 

큰일들 모두 끝내고 나니

산병이 나서 몇일 눈치를 보고 있는데

마침 대장이 읍내에 나가신다는 말씀에

"나는 그럼 어름터나 갔다 와야지"

라고 얼른 말을 해 버렸죠

지산언니도 어제 화선지가 왔으니

오늘은 방에서 바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 될 것이고....-요즘 새로운 바위에 빠지셨거든요-

 

11시 까지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대장은 읍내로

지산언닌 방으로

나는 풀이 허리까지 차는 묵은길로 각자 제갈길을 갑니다

 

풀들이 빗물을 머금고 있다고 바지가랑이를 잔뜩 적시지만 내길을 막지는 못합니다

다행히 간간히 내리던 비는 그쳐서 옷이 홀딱 젖지는 않네요

 

너무나 평화로운 벽송사 능선길을 걷다가 90도 깍아지르는 잣나무 밭을 내려갑니다

진흙탕이리라 예상했던 비탈길도 예상외로 순순히 등산화를 받아주네요

 

 

 

 

지친 산행 끝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이해 준

-아니 무거운 내 어깨의 위안 이었던가?-

대봉아저씨의 오두막

 

 

 

 

 

 

 

원추리와 개망초가 쓸쓸한 집을 지키고 있었네요....

 

풍덩 풍덩

누가 보던 말던 개울에 몸을 던집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몸을 던지듯이  ㅎㅎㅎ

 

 

라면도 끓여먹고

커피도 마시고

한가로이 낮잠도 불러봅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인없는 이집에 또 한 손님

후두둑 후두둑 빗님이 오시네요

 

 

 

 

 

 

 

 

 

 

 

 

 

 

나무는 온몸으로 비를 맞는데

나는 툇마루에 앉아 비를 맞습니다

 

 

 

        소 리

 

 

계곡물은 돌맹이를 만나야

빗물은 바닥을 만나야

소리가 납니다

 

 

 

 

한시간여 내린 비로 계곡은  잔뜩 성이 나 있네요

만약 저 속에 들어간다면 뼈도 못 추릴겨 ...

 

요즘 비는 그릇이 작은지 계속 내리 쏟아 붙지는 못하더군요

빗방울이 잣아드는 틈을 타서 얼른 부려 놓은 짐들을 챙겨

다시 능선을 오릅니다

 

여우같이....

나는 곰탱이 인데 산행에서는 여우같다는 말을 곧 잘 듣죠

 

집에 도착하니

마고함멈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샤

또다른 선물을 준비하셨네요

 

 

 

 

 

 

 

 

 

 

 

 

 

 

 

 

 

 

 

 

 

 

 

 

 

이렇게 하루 해 도 졌습니다

 

나는 어름터계곡 물 에서

해는 구름 속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