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인도의 알프스 문스야리그리고 국경으로
인도의 알프스 문스야리에서
온천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거뜬하다
지도상으로는 온천가는 길이
아주 작은 길로 되어있는 걸로 봐서는 경치도 멋있을 듯 싶다
언제나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지고 어미배낭 새끼배낭을 채운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으면 이리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으리라
쓰지도 않는 코펠에, 수면옷에, 커다란 침낭에, 고추장에, 무거운 육포에
배낭을 꾸릴 땐 모두 중요한 것 같더니만
‘배낭여행의 첫째는 짐을 최대한 작게 하는 것’ 이라던
오빠의 충고가 무척이나 사무친다.
앞뒤고 걸머 메고 길가로 나오니
작은 시골 도시도 이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얼굴에 잠이 아직도 잔뜩 묻어있는 시꺼먼 아저씨의 꾸질꾸질한 손에
짜이가 바글바글 끓고 있다
짜이 한잔 마시며 온천가는 버스 시간을 물으니
자기네들끼리 인도 말로 무어라 무어라한다
아마도 그리로 가는 버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한 대의 버스가 지나 길래 운전사에게로 가서 지도를 펴고 물어보았더니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고
길거리도 완전히 어둠에서 벗어났는데
아직도 온천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만나지 못하였다
다시 한 대의 버스가 역시 아니라고 하고 지나간다.
그런데 나의 말을 들었을까?
한 얌전하게 생긴 아저씨가 “따따빠니”하고 물어온다
“예스” 하였더니 자기 차를 타면 된단다
지프차 기사아저씨 인가 보다
되도록 이면 지프차를 안타려 하였지만 하는 수 없다
차는 저기에 있다고 가리키는데
혹시나 하여 빨리 오는 다른 차를 기다리려고 가만히 있는데
내 배낭을 가지고 자기차로 가지고 간다.
하는 수 없지 또 정원이 차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시 버스가 지나고 지프차도 몇 대 지나고
그래도 배낭이 다른 지프차에 실려 있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 마냥 사람만 차기를 바란다.
한 시간이나 더 지난 것 같은데 정원은 차지 않는다.
기사아저씨는 내게 혼자라도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는데
엄청 비싸게 부를 걸? 그리고 오늘 중으로만 가면 되니까!
두 시간도 넘어서 아저씨의 지프차에 한 두 사람 몰려든다.
오전 중으로 가기는 가는 거야? ! 하고 있는데
두 세 사람 더 늘어나고 기사 아저씬 운전석으로 가 시동을 건다.
차에 올라앉아 옆 사람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문스야리”란다
어제 내가 갔던 길이 눈으로 막혀서 다른 길로 돌아간다 하더니
그 다른 길로 가는 길에 온천이 있나 보다
지도상으로는 안 나와 있는 길이다
차가 출발하여 디디하트 라는 곳에서 몇 사람 더 태우고 간다.
온천은 졸지비 라는 곳에서 조금 더 들어간다고
문스야리는 졸지비라는 곳에서 다른 쪽으로 가야하고
그렇다면 졸지비 라는 곳에서 온천까지 나를 태워다주고
다시 졸지비 라는 곳으로 되돌아 와서 문스야리로 가야하는 것이다
에이 뭐 온천이야 다음에 하지!
갑자기 너그러운 마음이 생겨서 나도 문스야리로 가기로 한다
기사 아저씨께 나도 문스야리로 간다고 이야기 하는데도 아무 표정도 없다
‘온천으로 갈까보다.....’
그렇지만 나는 신이 났다
문스야리를 다른 길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이 길을 무척이나 멀리 돌아가나 보다
차비도 어제의 차비의 배인 200루피이다
만약 어제 갔었다면 돈은 아꼈겠다만
캄캄한 밤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몸만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기사 아저씬 점심 먹을 생각도 않는다.
오로지 운전밖에 모르는 공무원 같이 생긴 아저씨이다
뒷 승객들이 점심 먹고 가자고 하는지 뭐라 뭐라 이야기한다.
역시 길가에 천막 같은 걸 쳐 놓고 장사하는 집 앞에 차가 선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자기가 먹을 음식이므로
음식을 괜찮게 하는 집을 알아두었다가 단골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밥도 안 먹고 다니는 사람인지
승객들이 밥을 먹자고 하니까 그냥 보이는 가게 앞에 세운다.
일단의 손님들이 오니 갑자기 조용하던 천막 안이 분주해 진다
밥은 아침에 해놓은 찬밥이 있는 것 같고
옆의 강에서 잡은 고기인지
손가락만한 생선들을 바닥에 놓고 손질하고 불을 피우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리 급한 것일까?
아마도 이렇게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식당에 들어오면
그냥 나가버릴 것이다
그런데 인도사람들은 급한 게 없다
반찬이 다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
식판에 식은밥 두덩이와
아까 바닥에다 놓고 손질하던 생선으로 조리한 반찬하나
감자로만든 반찬하나 가 전부이다
그런데 몇 몇 사람은 굶을 모양이다
생선을 다듬던 생각만 해도 비유가 좀 상한데
옆에서 손으로 생선국물에 밥을 말아 입에다가 넣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먹고 싶지 않은 생각이 뇌를 꽉 채우지만
나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사람이 아니다
숟가락으로 생선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 보는데
비릿 내는 나지 않고 고기 살은 부드러웠다
뭐 먹을 만하네..
한 끼 식사에 짜이 한잔까지 하였지만 식사비는 저렴하다
차는 다시 산을 오른다.
오랜 시간 같이 동행을 하니 옆 사람과도 친해졌다
이 젊은 남자는 엔지니어라고 인도의 남부 지방에서 왔단다.
역시 아프리카 사람처럼 새까맣다
혹시나 해서 라즈니쉬를 아느냐고 하였더니
의외로 안다고 대답 한다
공통점이 있으면 갑자기 친근하게 된다
나는 푸나에 있는 오슬람을 아냐고 하였더니
이사람 자기는 모르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더니
인도남부 문바이 옆의 푸네에 있다고 가르쳐 주며
문스야리에 가면 어느 호텔이 있는데 그곳이 깨끗하고 좋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다 믿을 수는 없는 법 참고만 할뿐이다
어느새 차는 작은 산골마을을 몇 개 지나고
산꼭대기에 다다랐다
과연 이곳엔 아주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도대체 이런 산골에 이런 큰 마을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먹고 사는가
논도 밭도 없고 그저 삐쩍 마른 사과나무들이 크지도 못하고 있다
마을은 마치 지리산 천왕봉에 서 중봉과 장터목을 아우르는 것과 같다
공터에 차가 스니,
웬 중년남자가 손님이라도 기다리는 듯
차를 기웃기웃하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내 옆에 있던 남자는 벌써 눈치를 챘는지 가지 말라고 속삭인다.
그러고는 정거장 바로 앞에 깨끗하고 큰 호텔을 가리키며 저곳이 좋다고 한다.
역시나 차에서 내려 일행은 제각기 자기 갈 길을 찾아가고 혼자되니
그 아저씨 내게 호텔을 구하냐 묻는다.
성의 없이 대답 만 하는데 벌써부터 배낭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나는 손을 들어 재지하고 짜이 한잔 마신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5시간 넘게 운전하고 온 이 얌전하게 생긴 아저씨와
짜이 한잔 하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엔 몇 시간이 지나도 손님하나 불러 모으지 못하는
무능한 운전기사 아저씨라 생각하였었지만
5시간 동안 같이 오다보니
누가 뭐라 해도 자기 패이스로 운전을 하고
남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는
너무나 성실한 아저씨로 가슴에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아직 더 가야한다고 하며 너무 아쉽다고 사양을 한다.
그러면서 언제 내려가느냐고 내려갈 때 자기를 불러달라고 명함을 주며
그 선한 눈을 웃어준다.
하는 수 없이 잘가 라고 손을 흔들어주고 호텔 주인아저씨를 따라간다.
역시 자그마한 민박집 같은 호텔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이렇게 멋진 곳에서는 약간의 사치를 하고 싶다
다른데도 갔다가 오겠다고 이야기하고
아까 보았던 큰 호텔로 간다.
식당까지 있는 이 호텔은
마을의 위에 우뚝 솟아서
방안에서도 멀리 하얀산과 건너편 큰 산까지 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방들이 여러 개 있다
그중 두 번째로 좋은 방을 골라 가격을 흥정한다.
내겐 좀 크고 비싼 방이지만 그래도 한국돈으로 이틀에 25천원 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스한 온수가 나온다니
-그리 풍족하진 못하지만-
“예스” 하고 키를 받아들고 방으로 가는데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국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비누와 타올을 들고 쫒아온다
여기서는 6살만 되어도 벌써 일 할 나이인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년은 티베트에서 데리고 왔단다.
너무 작아서 에닐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10살이라고
그런데 월급은 없고 손님에게 시중을 하여 받은 팁이 전부란다
지금은 시즌이 아니지만 시즌에는 제법 큰 돈을 받는다고?
그러면서 이곳 인도 종업원들은 잔심부름을 다 시켜먹는다
그것도 고운 소리로 인가 또 쥐어박기는 왜 쥐어박는지?
도대체 손님이 없을 때는 어떻게 대하는지 안 봐도 뻔 한 게 가슴이 아프다
사분이 비누라는 말도 바께스가 영어라는 것도 블랑켓이 담요라는 것도
이곳 인도에서 알았다 ......ㅋ ㅋ ㅋ
난방이 하나도 안 되는 호텔이지만은
커튼 다 열어 제치고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창밖의 하얀산으로 하염없이 하염없이 빠져 들어간다
빤짜줄리(5개의 기둥) 대산괴의 여명이 보이는 호텔 테라스에서-
문스야리 문스야리
인도의 알프스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누렇지만은
여름 이라면 온통 파란 풀들이 자라고
그 위에 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가 양팔을 벌려
온산을 노래 부를 것만 같다
산 산 산 바닥은 누런 초원의 세상이고
뒤쪽은 푸르른 나무와 천년의 절벽들이
그리고 앞으론 깊은 계곡과
건너편의 누런산들
저 멀리 하얗게 도열하고 서있는 다섯 개의 기둥이라는 빤짜줄리 산맥
그 너머는 티베트이다
누런 풀밭을 뱅뱅 둘러 흰산이다.
다음날 하루 종일 동산에서 누워 지내다
그런데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점심시간이 지나니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중에 몇몇 학생들이 내가 누워 있는 근처에 와서 신기한 구경거리나 난 듯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몰려 앉아 나를 구경하고 있다
아이들 보고 오라고 손짓을 하니
먹을 것을 받는 사람들처럼 우루루 몰려온다.
그리고 내가 누워 있는 곳 위에 자리 잡고 앉는다
그런데 그때 저 너머에 야생 소가 죽었는지 큰 짐승이 쓰러져 있고
그 주위로 커다란 매들이 맴돌더니
급기야는 짐승 주위로 내려앉는다.
제일큰 매가 짐승 위를 타고 있더니만
조금 지나니 하나둘 짐승의 배 주위에 몰려든다.
좀 멀리서 보는 광경인데도 매가 어찌나 큰지
조금 과장하면 날개를 편 길이가 내 키와 같아 보인다.
아이들도 신기하여 쳐다본다.
하필 이럴 때 밧데리가 없어서....
오전에 신났다고 사진을 찍어 대었더니 밧데리가 다 된 것이다
호텔로 가기도 싫고 하여 그냥 눌러 있었는데
그냥 눈으로 보는 수 밖에...
아이들과 에이,비,시도 해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내가 선생 이라고 하고 잠깐이나마 재미있게 놀아본다
그렇게 해질녘까지 동산에서 떠나질 못한다.
호텔에 와보니 공터에 버스가 한 대 서있다.
어디 가는 버스인가 하고 물어보니
삐또르가르 라고 이틀 사이에 눈을 다 치워서 이제는 버스가 다닌다고
다행히 삐토르가르는 국경이 있는 반밧사로 가기위한 길목에 있어
내일은 저 버스로 삐토르가르까지 가기로 한다
삐토르가르에서
이 차의 승무원은 참으로 친절하다
뭐처럼 제일 편한 승무원 같다
쉬는 곳에서는 무료화장실도 안내해주고
짜이도 같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도하고
제일 좋은 것은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그래도 유원지 같은지 많은 음식점들이 있는데
몇몇 곳을 그냥 지나가더니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음식점에 차를 세운다.
이 많은 사람들의 음식 값은 어떻게 체크를 하는지 돈 받는 사람은 안보이고
음식 나르는 사람과 먹는 사람들뿐이다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먹고 보니
정당한 사례를 하고 싶어 돈을 받는 사람을 물으니
저기 멀리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가격도 50루피 저렴한 가격이다
짜이도 공짜인데 내 차례 까지는 오지 않네...
그렇게 기분 좋게 가고 있는데
차에서 끼익 끼익 소리가 나더니 드디어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이 산골에서 차가 고장 나면 어쩌나 하였더니 드디어 경험해 보나보다
승객들은 큰 일 아니라는 듯 그저 태평하게 앉아 있고
몇몇 관심 있는 남자승객들만이
운전사가 차 밑에 들어가는 것을 거들어주며 보고있다
운전기사가 다시 올라와 차에 시동을 걸어보지만
역시 차는 끼익끼익 죽는 소리 뿐이다
뭐처럼 맘에 맞는 차를 탓건만!
그냥 기다릴 뿐
그런데 조금 지나자 버스가 한 대 지나가더니 앞에서 슨다.
승무원이 나더러 그 버스로 갈아타라 하며 잔돈을 건내준다.
즐거웠다고 인사를 하고
다른 버스로 갈아타 “삐또르가르”를 이야기하고
손에 들고 있는 잔돈을 주었더니 그 액수가 맞는지 더 달라는 소리는 안한다.
7시에 떠났었는데 도착하니 3시가 훨씬 넘었다
장장 8시간이상을 다니는 버스이다
큰 도시이다 짠드 시대의 사원 몇 개와 오래된 요새가 있다고
그리고 작은 카슈미르라고 부르는 작은 골짜기로 하이킹을 갈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 곳에서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도시라서 그런지 방 값들이 비싸다
여기저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싼 곳을 찾아보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싸다
어쩌다 골목에 있는 호텔에 갔는데
도미토리룸 인데도 300루피라 한다.
그래도 여행객 하나 없어서 조용하다
침대가 여럿 있는 숙소라고 생각하고 배낭을 내린다.
한달여 동안 돌아다닌 신발도 피곤하다고 밑창이 떨어지려한다
제법 큰 도시라 신발 수선할 곳을 찾아 나서본다
서울의 상설시장 같은 시장이 보인다
시장은 어디나 활기찬지 모르겠다
우선은 신발 수선 할 곳을 찾아보자
길거리에서 신발을 보여주며 수선하는 곳을 물어보니 골목길을 가리킨다
골목길에서 상점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수선집 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길거리로 돌리니
우리나라 예전의 구두 수선하는 곳 같이
길바닥에 천을 깔아놓고 신발들과 밑창
그리고 작은 의자와 갈아 신을 스리퍼등이 놓인 곳이 보인다.
그리로 가보았더니 웬 늙은 할아버지가 나를 반긴다.
신발을 보여주고 가능하냐고 하였더니 가능하다고 신발을 받아든다
그리고는 신발을 꼬메려는 것인지 송곳으로 신발밑창을 뚫으려하는데
신발밑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틴다.
여러번 시도해 보아도 실패이다
이쯤 되니 또 내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는 자기들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뭐라뭐라 이야기하는데
그이야기 듣고는 이 할아버지 일어나서 웬 가게로 들어가더니
손에 일회용 순간접착제를 들고 온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신발과 밑창사이에 접착제를 넣고 붙인다
손에 쩍쩍 붙는 것도 아랑곳 안고 덧 발라가면서 일회용을 다 쓴다.
얼마냐고 하였더니 50루피!
누구는 비싸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냥 돈을 주고 인사하고 돌아선다
나름 살아보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는 혹시 몰라서 여분으로 접착제를 더 사려하는데 이름을 알아야지
본드도 아니고 “어태치”하고 해보아도 알아듣지 못하고
몇 상점을 지나서야 간신히 알아듣고 내어준다
지나다가 맛있게 생긴 분식도 사먹고
포도도 사고 사과도 사고 땅콩도 사고
오늘저녁은 신선한 과일들이다
신나게 시장구경하고
버스정류장에 가서 반밧사로 가는 버스시간을 물어 본다.
새벽 5시에 첫차가 있단다.
단 한번도 세벽 5시에 첫차를 타 본적이 없기에 믿을 수가 없어서
여러 명에게 여러 번 물어보아도 역시 AM5시란다
믿을 수밖에
다행히 숙소는 버스정류장에서 가깝다
외롭지 않게, 친하진 않지만 잘 알던 손님이 찾아왔다.
감기가 맞는 것 같다
으슬~으스을~~
그런데다 마치 병원의 시트처럼 하얀 침상이 쭉 늘어있는 것을 보자니
뭔가 울컥한다!
마이신과 소염제를 먹고는 침대에 쭈그리고 눕는다.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고 하더니
드디어는 눈물 한 방울이 흐른다.
이런 거는 무엇일까?
드라마를 보듯이 눈물을 흐르는 약한 내 모습을 보고 흐뭇한 기분이 나는 것은?
혼자 울다 웃다하다 잠이 든다
인도와 작별하다
이곳역시 꽤 먼 곳이다
문스야리 에서 삐토르가르 까지 130루피였는데
더 비싼 155루피이니 하긴 버스가 더 크긴 하다
역시 버스는 12시가 넘어서야 반밧사에 왔다고 나를 내려준다
나는 국경이 영어로 무엇인지 몰랐는데
돌아오는 말들이 네팔오피스니 뭐니 하는 것을 보니
비자내는 곳을 그리 부르나보다
차안에서 사람들이 네팔오피스는 이 곳이라고 하며 내리라는 곳은
터미널도 아닌 길 한가운데이다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그냥 잠시 서서 있었더니 내 앞에 릭샤 한 대가 슨다.
나는 그냥 길을 물을 양으로 네팔오피스를 이야기하니
이 사람은 무조건 타란다.
그리고 버스는 없다나?
얼마냐고 물어 보았더니 200루피라고!
맙소사 지프차도 그리 비싸게는 안타 보았건만
그냥 게기고 서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본다.
네팔오피스 가는 버스가 있는지
행인은 나와 릭샤기사를 번갈아 보기만한다.
내 무슨짓을 한거람?
릭샤기사 앞에서 잘도 가르쳐 주겠구나
비자내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또 마냥 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어서 흥정을 해보려고 하지만
아저씨는 무조건 200루피란다
나도 웬일인지 더 우기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릭샤를 타본다
마차마냥 자전거 뒤에 손님용 좌석을 만들어 붙인 교통수단으로
아직도 인도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역시 자전거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다
천천히 굴러가는 자전거에 맞게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들은 너무나 소박하다
그런데 2월말인데 이곳의 한낮은 무척이나 덥다.
릭샤기사는 아까부터 땀을 떨구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좀 젊은 사람의 릭샤를 타겠다는 사람도 있겠고
안됐다고 나이든 사람의 릭샤를 타는 사람도 있을 터이니
이세상은 하나로 흐르는 법이 없다
이곳의 교통수단은 히안하다
조금 더 가니 맞은편에서 마차에 사람들이 잔뜩 타고 오고있다
말의 눈은 양옆에 안대 같은 것을 끼워 바로 앞 밖에 보지 못하게 하고서도
마차기사는 “의랴의랴” 하고 열심히 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치고 있다
아마도 버스 구실을 하는 모양이다 한번 타보고도 싶다
영화에서 보는 아프리카처럼 황량한 들판에
간이 천막이 있는 곳에다가 기사가 나를 내려놓는다.
나는 배낭을 내리려고 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있는 천막을 가리킨다.
그리로 가 보았더니
이곳이 인도를 나가는 수속을 하는 사무실인 모양이다
여권을 달라고 하고 서류를 주면서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서 내가 릭샤가 있던 곳을 한번 쳐다보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야기하며 릭샤기사가 쉬고 있는 나무밑을 가리킨다.
급한게 없는 나라
내 서류를 가지고 어디로 가는지 한사람이 가지고 나가더니
한참이 지나서도 안 온다.
아마도 도장을 받으러 갔는데 상사가 없는것 같기도
뭐라고 이야기해 준 것에 내가 해석을 한다
그런데 큰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이곳까지 왔는데
비자수수료가 있다는 것 같지
맞아 책에서도 보았었는데 까마득하게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혹시 은행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잘못하면 다시 나가야 할 판이다
왜 좀 더 생각하지 못 했는지
아둔한 머리를 쳐봐야 소용도 없다
하는데 까지 해보는 거지!
얼마냐고 물어보고 갖고 있는 돈을 새어보니
다행이 얼추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릭샤비에 다가 또 네팔에 가서도 차비가 필요할 텐데
네팔돈도 하나도 없고
뭐 어쩔 수 없지 안 되면 내일 다시 하는 수밖에
마음을 다스리지만은 어찌 잘 되었으면 싶다
30분이 다 되어서야 서류를 가지고 갔던 사람이 여권을 가지고 오고
가도 된단다
인도비자에 체크포스트 도장하나 찍혀있고 사인하나 되어있다
이제 인도를 떠나는 것이다
여행의 천국 인도를 떠나 히말라야의 네팔로 가는 것이다!
릭샤를 타고 조금 더 가니 이번에도 천막막사에서 릭샤기사가 내리란다.
내려서 천막 안으로 들어서니 인심 좋게 생긴 두아저씨가 앉아있다
네팔오피스냐고 물어보고 여권을 내어주니
어디서 왔냐? 왜왔냐? 비자기간은 언제까지로 할거냐? 하고 간단하게 물어보더니
스티커를 꺼내 여권에 붙이고는 싸인 하고 날짜 적고 끝이다!
너무 쉽잖아!
그런데 네팔지페가 있느냐 묻는다.
없다고 하였더니 인도돈으로 6250루피를 달란다
어쩜 그리 딱 맞는지 주머니의 돈을 세어보니 6500루피이다
6500루피를 주니 잔돈이 없는지 잔돈 바꾸러 나간사람이
또 한참만에 오더니 지페 여러장을 준다
네팔돈으로 환산한데다 혹시하여 잔돈으로 바꾸어서 오느라고 늦었나 보다
이제 나가면 네팔돈이 필요할거라고 하면서 건네주는데 고마울뿐이다
다시 기다리던 릭샤를 타고 가는데
마치 날아가는 것 같다
인도와 네팔은 강이 국경인 모양이다
강 앞에서 릭샤기사는 나를 네팔릭샤 한테 넘기고 땀을 닦으며 돌아선다.
200루피가 비싼 것이 아니다
인도와 네팔사이의 다리에는 일반인들이 그냥 걸어 다니고 있다
히안한 풍경이다
의상은 모두 인도인의 복장인데
릭샤기사말로 네팔사람들이라고
네팔사람하고 인도사람하고 같다고
세상에 강 이쪽에서 태어나면 인도사람이고 강저쪽에서 태어나면 네팔사람인 것이다 그들사이에는 문화도 언어도 같이 쓰고 있었다
왜 인간들은 금을 긋고 사는지 모르겠다
어린아이들의 놀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