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순이 일기

지리산에 살다 1. 산순이 송대에 자리잡다

산순이 2018. 3. 21. 23:26

 

어제 낮  꼬부랑 농부 할머니가  봄 냄새를 맡으셨는지

쬐그만 밭뙈기에 쭈구리고 앉아  감자 심으시겠다고  밭고랑을 만들어 놓으시고

해지자  공장 앞 논가에서  깨꾸락지 눈을 떴는지  깨골깨골  온 밤 세상을 뒤덥더니

어느새  검은 밤 커튼 걷히고  열린 뿌연 새벽창에하얀 세상!

경칩 샘하는 하늘의 짓굿은 장난인가?

쉬이 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겨울의 마지막 사투인가!

 

산다는 건 흐름이 아닐까

아무리 겨울이 가기 싫다고 발악을 하여도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자연의 흐름 속의 겨울의 숙명이고 봄의 숙명인....

 

 

 

 

 

 

 

 

 

내가 나로 태어나

처음 만나는 가족들

그 이후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의 강

수많은 사연들의 강에서

그 흐름을 타고 흘러 가는 것

내가 만나는 조건들에서

내가 취 할 수 있는 것은 취하고

내가 눈 앞에 손해 볼 것은 손해보고.

같이 나누어야하는 것들은 같이 나누고

그 흐름에 맞추어 나가며

그 흐름 속에서

또 나를 알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추구하며, 화합하며, 성장하는 것

그 흐름이 멋진 강으로 또 원대한 바다로 향하도록 하는 것

나와 너와 우리를 아는 것 그리고 최상으로 흘러가는 것

.........

소리없이 무게없이 하염없이 흐르고 흐르듯 내리는 눈들

그 눈들에 빨려들어가는 나의 눈, 몸 그리고 그림자...   그 그림자의 발자국........

 

 

 

 

 

                   산이 좋았다

 

스무살 회사 산악회에서 처음 찾은 소백산은 구름 속 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뿌연 구름 속에서 앞사람의 뒤를 쫒아서 걷고 있는데

나는 어디를 가고 있지

이곳은 지금까지 내가 걷던 세계가 아니었다.

무게감이 존재하지 않는, 생각조차도 없는....

산을 오를 수록 세상의 힘겨움은 사라져 가고, 그자리에 희열이 솟아 나는

구름이 노니는 소백산은 그야말로

나를 느낄 수 없는

그렇타고 가볍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깊어만 가는 신기한 세상!

나와 시간과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가벼우면서도 더욱 깊은 산의 세상

그렇게 오르고 내려와 만난 작은 산골 집 평상에서 보았던

구름이 걷히는 소백산은

희열 보다 더 더 깊은 충만의 세계였다

그렇게 큰 특징이랄 게 없던 소극적인 회사원이었던 나는 산을 만났고

산에 빠지기 시작하였으며,

비록 상은 못 탔지만 북한산 밑에서 개최된 전국 직장인 산악회대회에 출전 한답시고

퇴근 후 헬스장이란 곳에 가 맹 훈련을 했던  열성 등산 펜이 되었었다

! 그러다 여름 휴가철에 운명처럼 만난 지리산!

그 지리산 때문 이었을 까?

직장 생활 때때로 떠오르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가 점점 주기가 잦아지더니

마침내 온 식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게 아닌데 사표를 제출하고

지리산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돈 떨어지면 직장을 얻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몇 번 나오면 때려치우고

그렇게 지리산을 흘러다니다

지금의 대장님 팀을 만났고

그 팀과 왕시루봉 외국인 별장에 에이텐트를 얻어 산장지기가 되나 싶었는데

이것도 뜻 데로 되지 않아 팀원들이 다시 때만 보고 있다가

얼음터에서 만난 영감절터의 법승스님이 송대마을을 소개해주어 거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송대마을

 

 

 

무성한 잡풀이 사람 키만큼 우거지고, 그 속에 폐허가 된 하우스 세 동

길도 없고 집도 하나 안 보이는 잡목과 잡풀 우거진 산 속!

그런데 그 무렵 빨치산 루트 등산로가 우리 땅을 통과 해 나 있는 덕에

어려운 가운데 허가가 나서 집을 짓기 시작하려는데

우리 팀 6명 중 남자로는 막내인 막내 오빠가

산에 살 자신이 없다며  본인의 방은 만들지 말라 하여 첫 방을 빼었다

그래도 집짓기 일은 진행하기 시작하여

제일 먼저 백수가 되신 대장님이 텐트를 치고 포크레인 하나 빌려 갖다 놓고

군산서 아름드리 수입원목들을 10톤 트럭 가득 실고 와

한 달에 걸쳐서 터까지 운반을 할 계획이었는데

다행히도 아랫집 보살님이 황토방을 빌려주셔서 신세 지으며

한 달 남짓 나무 옮기고, 오두막을 지어

그 오두막에서 일 년 동안을 혼자서 아름드리나무를 가공하며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일 년여의 나무를 자르고 깍고 대패질하고 삭쿠리질하는 과정이 지나고

집을 짓기가 시작이 되자 경비의 문제가 발생이 되었는데

연아저씨가 돈 있는 놈이 돈을 내고 몸 쓸수 있는 놈이 몸을 쓰면 된다하며

돈은 모두 본인이 부담 한다고 하는 큰 소리에 일은 척척 진행이 되었다

상량을 하고 방을 하나 지어 가고 있는데

대장님 어머님이 아프시는 바람에 급조를 하여 방을 짓는 일을 마무리하고

대장님 어머님을 모시고 대장님 혼자서 집을 지으시는 중

마침 나도 백수가 되어 산에 들어가서 내 방을 만들었고

세 번째로 양아저씨가 들어오셨다가  일이 생겨 내려가셔서  다시는 올라오지 않으시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평아저씨는  운영하시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산 근처도 몇 번 못 오시고

다시 연아저씨가 들어 와  셋이 살다가 작년에 새살림을 차려서 음정으로 살림 나시고

그 와중에 왔다 갔다 하시던 대장님 마나님이 산이 좋아 눌러 앉으셔서

이제는 집 지을 때 처음 생각과 좀 다르게

대장님, 마나님, 나 이렇게 세 사람만 남은 송대 산 살림!!!

 

 

 

 

 

     귀촌일기

 

다른 사람들이 사는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철저하게 혼자 자생이 가능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집도 다 짓고 이제 자생을 해야 하는데 이 산골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

고로쇠와 고사리 등 이 마을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자리는 얼씬도 못하고

처음엔 산에서 나는 약재들로 차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나무를 자르고 분쇄하는 기계들을 사고 티백용지도 사서

뽕나무차를 만들고

당뇨에 좋은 약재들을 산에서 해와서 

자르고 부수고 분쇄하여 티백에 넣어 집에서 약으로 끓여먹을 수 있게 약재티백을 만들고

고혈압에 좋은 약재티백,   위궤양에 좋은 약재티백도 만들고

하지만 차는 아직 차문화가 널리 퍼지지 않아 실패하고

약재티백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쉬이 약을 사먹지 힘들여 집에서 끓여 먹지 않아서 또 실패하고 

그래서 효소도 만들어 보고,  산과일로 쨈도 만들어 보고 하였지만 수고 만큼 벌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산중의 오미자나 머루 등 각종 열매의 즙을 짜는 걸로 노선을 옮겨

과육을 짤 수 있는 즙을 짜는 기계를 또 구입해 볼까 하였는데

살림이 바닥이 나서 돈을 어찌 만드나 고민이다

그 무렵 함양군에서 산에 나는 칡넝쿨이 산을 훼손한다고 칡을 수매하여서

아래집 처사님이 우리집 뒷산에서 칡뿌리를 캐어서 지게지고 내려가시기에

칡뿌리 짜서 팔아 그 돈으로 기계를 마련한 돈을 충당하면 되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래서 처사님에게 수매가격보다 돈 더 주고  좋은 놈들로 골라 사서

흙들을 깨끗이 씻어서 나무 분쇄하는 기계에 넣어 보았더니

웬걸 물기가 많고 섬유질이 많아 분쇄가 전혀 되질 않는다

이를 어찌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칡은 으깨어야 즙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어

마당에 큰 너럭바위를 깨끗이 씻고 포크레인 바가지를 반나절에 걸쳐 깨끗이 닦아

너럭바위에 씻은 칡을 올려 놓고 포크레인 바가지로 으깨는데

아까운 칡 물이 줄줄줄 흘러내려서 얼마나 속이 타던지

그렇게 생칡즙 짜기를 시작하여 꿀 병에 담아서 언니오빠친구들에게 보내니

완전 오리지날이라고 너무 맛있다고 반응이 어찌나 좋튼지

그렇게 팔아 칡 짜는 기계 산 돈도 갚고  분쇄하는 기계도 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갱년기 증세에 완전 짱이라고 입소문에 입소문이 퍼져,

 칡즙이 동이 나서

하는수 없이 분쇄기계도2대로 짜는 기계도 2대로 늘려 확장하고

 

                                

 

                  

 

그렇게 한해 두해 흘러가고 마을 아주머니댁에서

오디 따가라고 해서 오디즙을 내고 살구도 따가라 하여 살구즙도 내고

높은 산에 올라 나물해서 팔고,

뒷산에 팔뚝만한 드릅 따서 팔고, 버섯 따서 팔고, 된장 담아 팔고

가시오가피 열매 따가라고해서 가시오가피 즙을 내고

오디쨈을 만들어 팔고 하던 어느해

서울사는 친언니가 함양에 양파가 유명하다며 양파를 한망 사달라기에

무어에 쓴다고 한망이나 사달라고 하냐고 대장님이 물으시기에

'양파즙 내 먹는대요' 하였더니

그럼 몇 망 더 사서 여기서 다려서 아는 사람 나누어 주자 하여

우리가 하는 방식인 무조건 즙을 짜서 그 즙을 다리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양파 냄새가 진동을 하여 그 냄새 잡는 다고 시간을 두고 계속 졸이니

3시간 4시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법 맛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5시간여 되어가니 먹고 싶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 여기에다가 약물을 배합하여 팩을 해 언니한테 주고

남은 거는 또 여기저기 나누어 팔아 보았더니

심혈관질환에 효과가 좋고  맛있어 먹기 좋다고

지금까지 계속계속 매출이 늘어 이제는 효자상품이 되었다

 

                      

 

 

이렇게 판매가 많아지자 마을 분 들이 생산하는 물건들 좀 팔아 달라고 하여

몇 번 소개를 해 보았다가 중간에서 낭패를 당한지도 여러번!

..........

그 덕에 이제는 제대로 된 상품들만 골라서

봄에는 송대마을의 고로쇠를 가을에는 세동마을의 곶감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이것도 중간에서 수금이 안 될까봐 택배사고가 있을까봐

내가하는 것보다 더 신경이 쓰이지만 이것이 어울려 사는 삶이리라....

어떤 손해는 나중에는 이익이 되고 어떤 이익은 나중에는 손해가 되는 일이

좋은 관계가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으로 나쁜 관계가 되고

나뻣 던 관계가 서로 정이 흐름으로 좋은 관계가 되는

인간사 의 흐름 속에 종종 있는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 졌다

처음엔 우리에게 크게 베풀어주던 아랫집 보살님이

우리집 아랫 터에 땅을 산 사람과의 불화로 법정시비까지 벌어지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튀어서

우리의 길이 자꾸 좁아지고 줄이 쳐지고

오도바이 다니던 길도 자꾸 아래로 밀려나 손수레로 밀어야 되고

우리와 반반씩 돈을 내고 울퉁불퉁한 길을 힘들여 같이 포장을 하구선

그 다음날 쇠사슬로 통행을 막고

급기야는 본인이 승낙하여 우리가 설치한 곤도라까지 사용하는데 제약을 받게되는일이 생겼다

 

 

 산순이 일기를 쓰고 있는 2018년 3월 21일  올해 들어 3월의 두번째 폭설이 내린다....

엊그제 냉이 캐어 된장국에 멸치넣고 냉이넣어 냉이국 끓여 먹었었는데....

 

............이것도 자연의 흐름이리라...........